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벼리울 Jun 29. 2024

훈이에게

나는 서툰 사람이라 늘 에둘러 말하곤 했다.


뭘 원하는지 말하지 못해 미루고,

쌓이고 쌓아두다 터져, 너무 힘들다 말하기도 했어.


너는 나 자신이 좋다 말했고, 그 감정이 정말 좋아하는 감정인지 혹은 착각인지 생각한다 말했지.


나는 네가 나에 대한 환상을 하나 품고 있다 생각해

널 밀어내려 한 것 같아.


네 모습을 보며 가지런한 치아가 참으로 부럽고도,

예쁘다는 생각을 했어.


나는 무언가를 표현하지 못해, 무심함으로 내 마음을 표현했지.


하루 간격의 연락이 이틀로, 이틀에서 일주일로

점점 뜸해진 우리의 연락.


나는 쉬고 싶다 말했고, 넌 살랑거리는 바람으로 조금만 더 욕심을 부려달라 말했어.


욕심이라, 나는 그저 네가 행복했으면 해.

네가 하는 모든 일이 순조롭게 살랑살랑 흘러가길 응원하지.


너는 참으로 감정이 짙은 사람이기에

작은 일에도 감동을 느끼잖아.


나는 그런 여유도, 시간도 없는 사람이거든.

네가 싫은 건 아니야.

그저 내 마음이 없을 뿐,

네 잘못은 없을 거야.

작가의 이전글 수빈에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