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게 눈치보이는 신입에게
INTRO 휴가를 사용하기엔 일이 많고, 계속 일하다간 내가 망가질 것 같은 딜레마에 빠지다
저자소개
-쏟아지는 업무속에서 휴가를 가기위한 파란만장한 일상을 보낸 스타트업 1인 디자이너
*소중한 여러분들의 시간을 위해 맨 마지막에 정리본이 있습니다
'이 회사는 내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아!'
'내가 하루라도 쉬면, 큰일이 날거야..!'
입사 후 5개월동안 휴가라는 생각조차 나지 않았던 이유는
나 스스로가 회사에서 필수인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입사 3개월 동안은 수습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연차를 쓰지 않았고,
나머지 2개월은 회사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1인 디자이너로 디자인 업무를 쉬지 않고 진행하다 보니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지친 마음은 나의 어지러진 집 상태와 팅팅 부은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다.
내가 입사 1개월이 되던 시기에 퇴사하셨던 개발자분을 오랜만에 만났었다. 그분은 내 얼굴을 보고는 깜짝놀라며 산책이라도 하자며, 팅팅 부은 얼굴이 피로한 내 상태를 알려주었다고 했다.
그때부터인가 내가 정말 힘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집안일은 언제부턴가 쌓여서 옷이 바닥을 다 가린 상태였다. 해야할 것이 많다보니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소소한 시간도 시간 아깝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했다.
꽤 잦은 야근과 거의 주말 없이 외부 작업을 하다보니,
몸도 마음도 지쳤다.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친구가 있는 캐나다로!
체크한 항목이 3개 이상이라면 휴식을 추천해요.
-평소 하던 집안일을 미루고, 집안이 폭탄맞은 것 같은 모습이다.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그냥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고, 그 시간에 일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업무에 잔 실수가 많아지고, 잘 챙기던 업무도 실수가 잦아진다.
-기억력이 감퇴한다. (오늘 아침, 점심에 뭘 먹었는지 헷갈린다.)
-사람들의 사소한 말에도 짜증이 난다.
여행을 마음먹은 날은 1월 쯤이였다. 여행 목표일정은 5월로 정했다.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라는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흔히들 생각하는 연차/휴가는 사실 직장인의 권리이다.
연차 내는 걸 두렵게 생각하거나 부담가지기보다 편하게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고, 그게 맞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뭐랄까.. 작은 책임감이 있었다.
스타트업의 1인 디자이너라는 위치는 나에겐 그랬다.
내가 작업을 잠시라도 쉬거나 일정이 늦어지면, 5~6명의 개발자가 일을 못하고 기다리게 되었다.
다들 이해해 주는 눈치였지만, 매일매일이 경주마 여섯 마리가 내 뒤를 바짝 쫓아오는 멈출 수 없는 레이스 같았다.
해외여행도 전날에 비행기&숙소 예매하는 최강 즉흥파이지만,
나는 약 4개월 일찍 휴가 계획을 이야기를 했었다.
'5월쯤에 친구가 있는 캐나다에 가려구요'
대표님과 함께하는 식사 자리엔 이 이야기를 더 강조하곤 했다.
'4.5일간의 연차'를 쓸거라는 이야기도 했다.
정확한 날짜를 말한건 아니였지만, 물어보면 대답할 준비도 했었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휴가계획을 말하니
동료분들도 조금씩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휴가기간동안 일이 밀리지 않도록
나대로의 준비도 진행했다.
그러다 4월 22일, 출근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출근전 회사근처에 들려야할 곳이 있어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고 있었다.
초록불로 바뀌어 교차로 중간을 지나던 그때
빠아앙-
하는 경적소리와 동시에 눈앞이 흐려질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타고 있던 택시 왼쪽에서 승용차가 튀어나와 택시를 박은 것이다.
놀란 기사님이 핸들을 틀었고,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다시 가로수에 박혔다.
그 찰나에 나의 유일한 밥벌이인 손목과 손가락 걱정을 했다.
4월 22일 그날은 다행히 금요일이었다.
연차를 하루만 내도 주말 동안 쉴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를 했던 것 같다.
나의 두 번째 연차였다.
모든 일이 끝나고 진정되었을 때, 나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한 달 뒤, 5월.. 이때 휴가는 어떻게 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가를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과 처음 당하는 교통사고, 1인 디자이너의 업무량...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언제 또 있을지 모르는 휴가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틈이 날 때마다 병원진료를 받으러 갔고, 휴가일까지 연차를 참고 버텼다.
그렇게 휴가일이 되었고, 회사분들의 양해를 받으며 여행길에 올랐다.
첫 휴가였다.
4.5일의 연차를 쓰며 떠나는 이 휴가는 나에겐 엄청난 도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노트북을 챙겨 떠났다.
첫 1~2일은 메신저를 틈틈이 확인했었는데, 나의 걱정과 달리 아무도 나를 찾지 않았다.
그때의 심정은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라는 과장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회사는 잘 굴러갔다.
그 생각을 끝으로 회사와 나를 분리시킬 수 있었다. 온전히 여행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말까지 총 10일간의 휴가는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주었다.
업무에 대한 걱정을 줄일 수 있었다
회사가 아닌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나의 삶에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회사는 나를
그리고 나는 회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
무언가를 책임을 지려면 적어도
스스로가 건강해야한다.
나는 인생이라는 마라톤을 달리고 있는데,
먼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자꾸 눈앞의 장애물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이 글의 핵심 TIP
1) 휴식이 필요한지 체크리스트
(체크한 항목이 3개 이상이라면 휴식을 추천해요)
-평소 하던 집안일을 미루고, 집안이 폭탄맞은 것 같은 모습이다.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깝고, 그 시간에 일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한다.
-평소보다 업무에 잔 실수가 많아진다.
-기억력이 감퇴한다
-사람들의 사소한 말에도 짜증이 난다.
2) 장기 휴가를 눈치 안보고 쓰는 법
-적어도 한달전에 언제, 며칠동안 휴가를 쓸지 알리기
-휴가 일정에 대해 동료 및 상사에게 알리기
-휴가동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업무를 미리 작업하거나 배분하기
오늘의 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