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여성 풋살 친선 대회 준비 편
준비
양평에도 여성축구단이 여럿 있다. 내가 알고 있는 팀만 6개 팀. '골 때리는 그녀들'을 보면서 나도 해보고 싶었다. ‘양평 여성축구단 리그전’!! '골 때리는 그녀들'을 축구를 시작하고 나서도 열심히 시청하지는 않았는데, 어느 순간 딸과 함께 빠져들게 되면서 매주 꼬박꼬박 시청하는 애청자가 되었다. 가장 부러웠던 점은 여러 팀들이 리그를 이뤄 각자의 리그에서 이기기 위해 미친 듯이 경기에 임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TV프로그램의 특성상 그녀들이 어떻게 연습을 하는지까지 상세하게 나오지는 않았지만 경기에 임하기 전, 후로 보이는 그녀들의 훈련하는 씬들을 보며 우리도 저렇게 훈련하고 있는데 우리도 저렇게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에 이르자 만나는 사람들마다 또 축구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는데(다시 말하지만 나는 I, 축구 얘기 할 때만 E) 개군FC 회장과 총무를 비롯해 우리 동네 축구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일단 던져보았다. 맨땅에 헤딩 정신! 여성 축구 리그 생기면 너무 재미있지 않겠냐고, 여성 축구 리그 만들어주면 어떻겠냐고 밑도 끝도 없이 또 마구 던지고 다녔다.
그럴 때면 어디에다 얘기를 하라는 등 리그를 만들 수 있어 보이는 다음 타자에게 나의 제안을 넘기고는 했는데, 어느 순간 들려온 반가운 소식. 양평군 여성 풋살 친선경기를 연다는 것이다. 와우 드디어 때가 왔다. 우리는 일정에 맞춰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고민이 되었던 것은 지난번 전국 풋살 대회의 규칙과는 다르게 한 팀당 최대 10명으로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팀은 이미 회원이 20명이 넘는 축구단인데? 그렇다는 얘기는 한 팀으로 출전할 경우 참가를 원하는 회원들 전원이 참가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린 과감한 결단! 두 팀으로 나가기로 했다. 최대 20명의 선수단을 구성할 수 있었고, 두 팀으로 나가는 다른 축구단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우리도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더욱 깊은 고민은 어떻게 두 팀으로 나누냐는 것이었는데 이런 어려운 결정은 감독님께 토스했다. 경기 때에도 우리를 지도해 줄 분은 감독님이니까. 감독님은 출석률을 기준으로 두 팀을 나누되 팀의 콘셉트를 달리해주셨다. 무지개A는 패스 위주로 경기를 만들어가도록 했고, 무지개B는 철벽 수비로 골문을 걸어 잠그고 포워드의 움직임으로 역습을 만들어가도록 했다.
경기 전날의 훈련에서는 감독님께서 구성해 주신 대로 팀을 나눠 훈련을 하고 미니 게임을 했다. 나는 무지개A에 속하게 되었는데 수비를 맡아 공격의 패스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같이 하려고 했다. 그런데 무지개B팀의 역습을 막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역습을 노리는 팀답게 공격은 순간적으로 수비라인 안쪽까지 들어와 골대 빈 공간을 보고 정확히 슛을 날렸다. 우리 팀은 몇 번의 패스를 이어 슈팅 기회를 만들었고, B팀은 강력한 수비 라인을 구축하고 공이 빠질 때 역습을 진행하여 몇 골을 넣었다.
우리는 처음 두 팀으로 출전한다는 것뿐 아니라 양평군 첫 여성 풋살 친선 경기에 참여한다는 긴장감으로 훈련을 마쳤다. 그리고 왠지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양평 축구계도 좁다면 좁을 것. 그렇다면 이번 친선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감독님을 드높여야겠다. 그동안 우리를 이끌어주셨던 감독님의 열정에 좋은 경기 결과로 보답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래는 서은혜 (당시) 주장이 작성한 경기 전 훈련의 이야기로 아주 생생하다. 읽다 보면 머릿속에 그려질 정도로.
한팀이냐 두팀이냐 팀 구성부터 고민이 많았던 양평군 여성 풋살대회 친선경기가 드디어 열렸다. 초반에 주전 5명, 후보 5명 총 10명의 인원 제한이 있었던 터라 대회 참가 희망자 모집을 하였을 때 선착순이 아니었음에도 서로 참가를 누르기가 어려운 눈치게임이 되어갔다. 내가 나가도 되려나,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이 못 뛰는 거 아닌가 등 혹시나 하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에 10명 이상으로는 표가 늘지 않은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훈련 날 모였을 때 상황을 설명하고 시간이 되시는 분은 적극 참가 신청을 할 수 있게 독려하였다. 그래서 모집된 인원이 총 16명. 2팀으로 나눴을 때 8명씩 선발 5명, 후보 3명으로 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그다음은 참가 신청한 사람을 두 팀으로 어떻게 배치할 것이냐 이었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감독님께 부탁을 드렸다. 출석부 작성을 한 시점부터 출석을 많이 한 회원과 팀 콘셉트에 맞게 최종 팀 구성이 완료되었다.
A조는 발재간을 살리는 패스 위주 빌드업 팀, B조는 탄탄한 수비와 역습으로 골을 넣는 팀(일명 불도저). 팀이 짜여지고 그다음은 콘셉트에 맞게 팀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해야 하는 단계가 왔다. 팀 구성 후 총 4번의 훈련 기회가 있었다. 서로 경기를 해보면서 아 이래서 이렇게 팀을 구성하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패스는 확실히 A팀이 잘했다. 하지만 골을 많이 넣지는 못했다. B팀은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고 골을 잘 넣었다. 자리 배치를 어려워했고 패스가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팀이 더 잘한다 이야기하기가 어려웠다. 경기 득점 스코어는 동점이 나오거나 B팀의 승리.
뒤늦게 풋살공을 주문하여 2번 정도 풋살공으로 훈련을 했다. 확실히 축구공과 느낌이 달랐다. 작고 공이 덜 뛰어오르고 약간 더 단단한 느낌. 작은 공간에서 빠른 스피드를 살려야 하는 풋살에는 풋살공으로 하는 것이 잘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시합을 앞두고 있어서 서로 번개를 하자는 회원들이 많아졌다. 번개는 언제나 환영! 11월 25일 토요일(번개), 26일 일요일(번개), 29일 수요일(훈련), 30일 목요일(번개), 1일 금요일(훈련) 일주일에 5일이나 축구를 하게 되었다. 행복지수 상승! 그 시간을 어떻게 내냐는 주변 지인의 반응이 있지만 어느새 축구를 위해서라면 없는 시간도 쪼개서 내자는 마음이 생겼다.
시합이 있는 주 수요일, 예정에 없던 감독님의 깜짝 등장으로 행복지수 최고조! 추운 날 처음으로 실내구장에서 훈련한다는 기대감에 부푼 회원들은 실외로 변경되어 당혹해했지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발 밟은 곳만 발 모양대로 하얗게 얼음이 얼게 되는 신기한 현상을 접하기도 하였다.
금요일 시합 전날에는 2-1-1 진형으로 포지션을 잡고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패스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훈련을 하였다. 축구에서 한 번에 잘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골키퍼 패스로 시작하여 왼쪽 수비수를 거쳐 사이드로 벌려있는 미드필더에게 갔다가 최전방 공격수에 패스, 왼쪽 수비수가 위로 올라와 공을 받고 오른쪽 수비수에게 패스, 오른쪽 수비수 최전방 공격수에게 원투패스해서 수비수 제끼기, 그 사이 미드필더는 최전방 공격수와 오른쪽 수비수 뒤쪽 중앙에 자리를 잡으면서 커버하기, 오른쪽 수비수가 최전방 공격수에게 패스하면 최전방 공격수는 슛! 골을 못 넣었을 경우 빠르게 처음 시작 자리로 돌아가기 등. 금요일에 했던 훈련을 말로 표현하면 복잡하다. 실제로 이것이 잘 작동되려면 수차례 연습을 해야 매끄럽게 할 수 있게 된다. 포지션별 멤버를 교체하면서 20차례정도 하였지만 골을 넣은 건 한 손에 꼽힌다.
이번에 훈련한 걸 토대로 연습경기 때 활용을 해보았다. 확실히 패스가 되는 A팀의 빌드업에 B팀은 자리 잡기도 어려워했고 수비하기 벅차 보였다. 하지만 공을 뺏는 순간이 되면 B팀은 순식간에 공을 최전방 공격수에게 보내 슛을 찼고 위험한 순간이 여러 차례 나왔다. A팀과 B팀의 콘셉트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 날 훈련 후에는 팀별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날이 추워 개군라운지에서 팀별로 모여서 시합에서 더 잘 뛰기 위한 회의를 이어갔다. 할 얘기가 많았던지라 회의는 마칠 줄 몰랐다. A팀은 풋살규칙, 서로 콜 하기, 상황별 대처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B팀은 마인드를 다 잡는 방법, 팀 콘셉트에 등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스포츠야 말로 소통이 중요하다. 축구는 특히 단체 종목이라 더욱 중요하다. 그렇게 시합 전 마지막 훈련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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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가 떴다 18. 양평군 여성 풋살 친선 대회 실전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