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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Feb 22. 2024

무지개가 떴다 18

양평군 여성 풋살 친선대회 출전 편

출전


경기날은 12월 2일. 12월이라 겨울인지 너무 추웠다. 우리는 10시 시작의 첫 경기였는데 8시에 남자축구팀들과 개회식을 가졌다. 선수단 선서도 감독님이 대표로 하시고 군수님과 의원님의 축사도 듣고 하는 시간. 특히 우리 개군면장님은 12개 읍면의 읍장, 면장님 중 유일하게 자리에 참석하여 오직 우리를 응원해 주셨다. 면장님은 평소에도 개군의 많은 여성들이 아이들과 함께 가족들의 응원을 받으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에 관심을 많이 가져주고 계셔서 항상 감사하다.

12개 읍, 면장님 중 유일하게 참석한 이광범 개군면장님


이번 대회에서 여성부는 첫 대회이니만큼 친선경기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트로피가 없었는데 남자부 트로피를 보니 왠지 아쉬웠다. 우리가 트로피를 탈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어서 그랬는지. 다음 대회 때는 가져오고 말 테다! 다짐을 하며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B팀은 A팀의 경기보다 뒷 타임에 경기가 예정되어 있던 터라 A팀먼저 몸풀기. 이 날은 감독님의 친구인 박준재감독님이 골키퍼를 코칭해 주기 위해 독감의 컨디션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나와주셨다. 택순언니가 B팀으로 가게 된 바람에 A팀 골키퍼는 영진언니가 맡게 되었는데 속성 골키퍼 코칭이 너무 필요한 순간이었던 터라 정말 감사했다. 언니 스스로는 단신이라며 불안해했지만 준재감독님의 속성 코칭과 그녀의 빠른 습득력 덕분에 경기 때 눈부신 선방쇼를 보여주었다.

골키퍼 속성 코치 중
무지개A 첫 경기를 앞두고 모두 긴장하고 있던 시간
무지개 B의 작전 타임


이번 대회는 총 8팀이 출전, 2개의 조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예선에서는 각 팀당 2경기 씩, 승패로 순위를 결정하고 그 후 4강전, 결승전을 거쳐 승자를 가리게 되어있었다. 첫 경기는 ‘무지개 A : 마녀레드’. 마녀 레드팀은 강상에서 축구하는 마녀 FC 중 한 팀이었는데 우리랑 비슷한 시기에 운동을 시작한 팀이고 작년 강상에서 같이 훈련을 하기도 했던 팀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절대 지고 싶지 않았다. A팀은 최선을 다해 뛰었지만 골을 넣지 못했고 골을 먹히지도 않아 무승부를 기록했다. 감독님은 많이 아쉬운 경기였다고 왜 어제 훈련 때 했던 것을 못하냐고 하셨다. 충분히 더 잘할 수 있었다고 말이다. 역시 아직까지는 첫 경기를 마치 쓴소리 좀 들어야 하나보다.(올 해에는 그러지 말자!) 그 뒤로 각성한 A팀은 두 번째 예선전에서 양평여성축구단 B팀과 맞붙어 1:0이라는 결과를 내어 1승을 적립. 예선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했다.

무지개A


무지개 B팀은 A팀보다 경기 내용이 훨씬 좋았다. 수비는 공을 죄다 경기장 밖으로 걷어내고, 공격은 꾸준히 역습을 시도했다. B팀도 첫 번째 경기에서는 때려퀸을 만나 팽팽한 경기 끝에 무승부라는 결과를 냈다. 수자언니는 최전방 공격수로서 역습에 강했고 골대의 빈 공간을 보고 정확히 슛을 때려 넣었는데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우리 골대에 슛을 꽂아 넣던 수자언니도 아직 몸이 덜 풀렸구먼?!!


B팀의 두 번째 경기는 마녀블랙과의 경기였다. A팀의 두 번째 경기와 시간이 맞닿아있어 충분히 몸을 풀지도 못하고 경기를 제대로 보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워밍업을 하고 경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B팀은 수비벽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수비를 선보이며 우리 골대 쪽으로 들어오는 모든 공과 선수를 다 막아내어 한 골도 먹히지 않았다. 감독님의 작전대로 재빠른 역습을 하기 위해 계속 노력했고, 그 끝없는 두드림 끝에 무지개 대회 출전의 역사상 첫 헤딩골을 기록했다. 

무지개B


골도 골이지만 무려 헤딩골이라니. 무지개 B팀의 원톱 수자언니는 수줍은 듯 멋쩍은 듯했지만 우리는 난리가 났다. 감독님은 펄쩍펄쩍 뛰고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고. 정말 멋진 골이었다. 그렇게 무지개 B팀도 1승을 적립하여 예선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해 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친선경기라는 이유로 승부차기조차 하지 않고 조 1위와 2위를 무려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하하하하. B팀은 조 2위로 순위가 결정되어 괜찮았지만 A팀이 속한 1조는 1승 1무가 두 팀이 있었기 때문에 순위를 결정해야 했다. 감독님과 서주장은 가위바위보 단판 대결로 조 1위를 확정!!!!! 이렇게 무지개 A와 B의 준결승 대결이 성사되었다.


준결승전에서는 A가 B를 상대로 2:0 스코어를 기록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정란이의 지치지 않는 공격과 은혜와의 티키타카가 어우러져 자책골을 유도하며 골을 만들어냈다. 오늘 경기가 시작되면서부터 채코치님(수정이 남편)은 이렇게 저렇게 하면 준결승전을 우리끼리 하겠고 그러면 무조건 한 팀은 결승에 진출할 수 있겠다고 계속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실제로 일어나다니. 이건 정말 두고두고 무지개의 큰 족적을 남긴 첫 사건이라고 할 만큼 대단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끼리 준결승전에 최종 결과 양평군 2,3위라니.(아참, 결승전에서는 많이 발렸어서, 경기 내용을 굳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기로 한다. 사실 기억도 잘 안나고.ㅎㅎ 그래도 열심히 경기를 뛰었다는 것은 잊지 못할 사실이다.)

이 날도 역시나 온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경기했다.


이렇게 제1회 양평군 여성 풋살 대회에서 우리 팀은 2위, 3위를 기록하며 축구를 시작한 지 1년 5개월 만에, 감독님이 오시고 9개월 만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어냈다. 이후 짜장면집 회식을 거쳐 우리의 사랑방 치킨집으로 이동해 즐겁게 마시고 또 이동해 깊어가는 밤을 아쉬워하며 신나게 뒤풀이를 했다. 이렇게 우리의 소중한 추억과 끈끈한 동지애가 1 추가되었다.

회식은 필수



아래는 서은혜 (당시) 주장이 작성한 경기 이야기이다. 대회가 끝나자마자 바로 작성했기 때문에 너무나도 생생하게 우리의 경기들이 기술되어 있으니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8시가 되기 직전 집을 나섰다. 10분 남짓하여 집합장소인 양평군 물맑은종합운동장 제2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보조구장에는 천막이 미리 설치되어 있었다. 뭔가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이미 도착한 회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핫팩을 챙겨 개회식이 열리는 종합운동장으로 향하였다. 감독님과 운영진들은 준비를 마치고 행사 참가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합시간 8시 20분이 되어가니 모든 회원들이 모였다. 멀리 노란 긴 양말을 신은 사람은 무조건 무지개회원이었다. 그만큼 우리의 메인 컬러는 눈에 확 띄었다. 무지개가 뜨면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합의 장으로 변한다. 10시간 전에도 만났었는데 할 얘기가 끝나지 않는다. 우리끼리 단체사진 찍고 면장님 오셔서 찍고, 군수님 오셔서 찍고. 개회식이 진행된 운동장 정중앙에 자리 잡은 무지개는 그날의 주인공이 되리라는 예감이라도 한 것 같았다.     


날이 추워 개회식은 예상시간에 맞춰 짧게 진행되었다. 팻말 고정을 위해 비치된 생수 2팩을 들고 우리는 경기가 열릴 보조구장으로 이동하였다. 각자 짐을 후딱 옮기고 10시 첫 시합을 위해 몸풀기에 들어갔다. 몸을 잘 푼다는 것은 근육에게 준비 신호를 보내고 평온하게 호흡하고 있는 심장의 가속도를 올려 언제든 최대출력을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경기를 할 때 호흡조절이 수월해진다. 하지만 몸은 아직 침대 속에 있는 것 같았다. 다리가 무거웠고 오랜만에 한 발목테이핑은 불편하기만 했다. 그래도 감독님이 준비한 세트를 할 때마다 어느덧 열이 오르기 시작했고 껴입었던 옷들도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열정의 몸풀기

시간이 너무 후딱 지나갔다. 어느덧 첫 경기 시작시간이 다가왔다. A팀 1경기의 상대는 마녀레드. 첫 경기인만큼 과연 결과가 어떨지 귀추가 주목되는 순간이었다. 오늘 출전한 팀들 대부분 작년 가을에 강상에서 모여서 함께 훈련을 했던 분들이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고 일 년 남짓한 시간 동안 얼마나 성장했을지 궁금했다. 소문으로 마녀레드와 블랙 중 레드가 강한 상대라 했다. 레드 이름 그대로 빨간 맛일지.     


경기 시작 전 복장 점검과 선수확인이 이루어졌다. 모든 금속류의 장신구는 탈착해야 한다. 주장, 골키퍼, 나머지 주전선수 순으로 횡 정렬하였다. 그다음 어느 팀이 공을 먼저 찰지를 정했다. 마녀레드 선공. 심판 2명, 상대 선수와 손을 맞대며 지나가면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 가서 섰다. 휘슬이 울렸다.  

    

어제 훈련한 대로 패스 위주로 플레이하라는 것이 감독님의 지시사항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처음 붙어보는 팀이었다. 긴장도가 높아서였을까 몸이 덜 풀려서일까 생각만큼 어제 같은 패스가 나오지를 않았다. 공을 흘리고 패스 정확도가 떨어지고, 균형을 못 잡고 넘어지고 팀원들의 실수가 잦아졌다.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 같았다. 양 팀 모두 골은 생각보다 터지지 않았다. 숨이 금방 차올랐다. 하지만 달리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골 찬스는 몇 번 나왔지만 골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그렇게 첫 시합은 0:0으로 마무리되었다.

 

무지개 B팀의 격려를 받았다. 하지만 감독님의 표정은 어두웠다. 실망한 기운이 가득했다. 어제 했던 플레이가 반도 나오지 않았다는 피드백. 원인이 뭐였을까. 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팀 대기 천막으로 돌아와서 A팀 회원들과 같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상황은 비슷했다. 아직 몸이 덜 풀린 상태였다. 어제 배웠던 걸 잘 살려보자고 다짐을 하며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그 사이 무지개 B팀은 몸풀기에 들어갔다. 무지개 B팀의 상대는 때려퀸. 걱정과 달리 무지개 B팀은 안정적인 플레이를 하였다. 몸싸움이 제법 되어서 상대적으로 체격이 작은 때려퀸이 중심을 못 잡는 느낌이었다. 효운언니의 몸에 밴 밖으로 걷어내기가 빛을 발했다. 경기는 0:0으로 마무리되었다.


어느덧 시간은 정오가 되었다. 주문한 김밥이 도착해서 무지개 A팀부터 먼저 먹었다. 영옥언니가 맛있는 어묵탕을 끓여다 주셨다. 추운 날 먹는 어묵탕은 정말 맛있었다. 효운언니가 가져온 난로에 올려서 데워 먹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전날 난로를 가져갈지 말지에 대해 이야기 나눈 게 무색하도록 난로의 쓰임은 다양했다. 무지개의 준비성! 다만 끝날 때쯤 짐을 좀 줄여야 하지 않나라는 이야기도 들렸다. 짐 싸는 노하우도 점점 쌓이겠지.  

영옥언니의 정성과 해물이 가득 들어간 어묵탕

다음 경기부터는 조금씩 시간이 앞 당겨졌다. 무지개 A팀 대 양평 B팀 대결. 이 전에 양평 A팀 경기가 있었는데, 골이 계속 터졌다. 가까이에서 지켜보지는 않았지만 잘하는 팀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양평 B팀은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심판이 양 팀을 호출했다. 하지만 상대 감독님의 투덜거림에 경기가 10분 후로 연기되었다. 혼자 두 팀 보느라 힘드니 잠시 쉬었다 하자는 약간 화난 듯한 말투에 박태환 감독님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도 혼자 보는데'라는 사뭇 장난기 어린 듯한 혼잣말을 하셨다.


경기 재개 신호가 왔다. 하지만 이번엔 우리 팀 선수 한 명이 화장실에 가서 부재중이라 우리 쪽에서 잠시 기다려달라는 요청을 했다. 심판이 계속 독촉하였지만 우리도 기다렸으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괜찮다고 여유를 가지라는 감독님의 태연함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경기 시작 휘슬이 울렸다. 초반부터 공을 뺏어서 패스 플레이를 이어갔다. 웬 걸.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정란 씨 덕분에 상대팀 자책골로 1골이 들어갔다. 순간 감독님은 우리가 방심할까 봐 0:0이라고 하셨다. 그 마음가짐으로 끝까지 뛰라는 신호로 이해했다. 기뻐할 시간도 없이 플레이를 이어갔다. 우리가 공을 뺏어서 골 앞까지 자주 몰고 갔는데 결정적으로 골을 넣지는 못했다. 풋살 규칙에 대한 상대편의 이해도가 낮은 상태였는지, 골키퍼에게 준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실수 때문에 간접 프리킥이 주어졌다. 정란 씨가 나에게 패스해서 슛을 날렸다. 공은 상대의 머리를 맞고 아웃되면서 코너킥. 이번엔 내가 패스를 하고 소희가 슛을 날렸으나 공은 골대와 먼 방향으로 날아갔다. 주저앉은 소희에게 얼른 일어나라고 외치고 수비하러 달려갔다.


경기 영상을 다시 보면서 느낀 것인데 당시에는 나름 적극적으로 수비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과 관중들의 입장에서는 아니었나 보다. "은혜 더 붙어! 끝까지 해!" 등등의 외침이 많이 들렸다. 그래도 유효 수비를 몇 개 기록했다. 지쳐 보였는지 감독님의 교체사인이 들어왔다. 잠시 쉬고 다시 들어가라는 요청이 왔다. 급하게 준비하고 들어가다가 순간 위치 파악을 못했던 상대팀 선수와 부딪쳤다. 연령대가 높은 선수였던 터라 큰일이 나면 안 되는데 라는 걱정이 앞섰다. 상대팀 대기석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정말 못 봤다. 감독님의 큰 키에 가려져서 완전 사각지대였다. 그리고 들어갈 때 상대 골대를 보면서 들어가서 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중히 사과를 하고 내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연되어서 그랬는지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렸다. 그렇게 1:0 첫 승을 기록하였다. 2경기를 하였지만 우리가 슛을 차서 넣은 골은 하나도 없었다.


다음은 무지개 B팀 경기차례였다. 무지개 B팀 대 마녀블랙. 마녀레드보다는 살짝 약하다는 평이 있었다. 해볼 만한 경기였다. 효운언니의 탄탄한 수비는 이 경기에도 계속되었다. 감독님의 "효운 와야 돼."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효운언니가 잽싸게 달려와서 공을 쳐냈다. 2명을 한꺼번에 꼼짝 못 하게 하는 순간도 있었다. 수비에 성공한 효운언니는 기분이 좋았는지 양팔을 벌리며 퍼포먼스를 했다. 상대 선수는 바닥에 엎어진 상태였다. 무지개 B팀 전략대로 수비하다가 수자언니한테 패스를 주면 언니가 슛을 차는 순간이 계속 나왔다. 하지만 언니도 평소 같지 않았다. 슛이 생각보다 약해 차는 족족 골키퍼에서 잡혔다. 그렇게 경기 중반이 흘러갔을 때 기다리던 골이 터졌다. 지예 씨가 찬 킥이 수자언니의 머리에 맞고 들어갔다. 멀리서 봤을 때 멋진 헤딩골이었다. 고개를 돌려 골대 쪽으로 보낸 것처럼 보였다. 감독님도 펄쩍펄쩍 뛰면서 좋아했다. 기다리던 골이 터져서인지 무지개팀 전체가 환호성을 질렀다. 기쁨도 잠시 경기 재개를 위해 감독님은 얼른 팀원들을 다독이며 집중하라고 지시하였다. 후반부에는 체격 좋은 회원들이 자리해서인지 상대가 쉽게 뚫고 들어오지 못했다. 그렇게 무지개 B팀의 승리! 무지개 발 골이 터진 값진 승리였다.


무지개 A팀, 무지개 B팀 두 팀 모두 1승 1무. 1조는 마녀레드, 무지개 A팀 두 팀 모두 1승 1무라 가위바위보로 조 1,2위를 정해야 했고(친선경기라서 가위바위보로 순위를 결정한단다.) 가위바위보는 주장인 내가 했다. 단판인지 3판 2승 전으로 할지 심판이 물었다. 감독님이 단판으로 하자고 해서 단판으로 진행하였다. 3번째 때 승자가 결정되었다. 나의 승이었다. 선제골 운은 없었지만 가위바위보 운은 있었다. 무지개 A팀은 조 1위로 본선 진출이었다. 


무지개 B팀은 조 2위가 되었다. 그렇게 채코치님이 말했던 무지개 내전이 이루어졌다. 아무나 이겨도 한 팀은 무조건 결승 진출이 확정된 것이다. 주장의 몫은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지개 내전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작되었다. 평소 하던 분위기가 이랬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아 수비 공격 타이밍을 알았다. 무지개 A팀의 발이 이제야 긴장이 풀렸나 앞에서 보여주지 못한 패스플레이가 되기 시작했다. 끝까지 밀어붙이는 정란 씨의 플레이에 공이 지예 씨 발에 맞고 자책골이 들어갔다. 다음 수자언니가 찬 공이 정란 씨 머리에 맞고 우리 볼이 되었고, 이때부터 전날 배운 패스경로로 물 흐르듯 플레이가 되었다. 주변에서 깜짝 놀란 듯한 반응이었다. 이것이 바로 무지개 A팀의 전략이었다. 최종 노골이었지만 패스가 잘 되어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여러 차례 좋은 플레이가 이어졌고 내가 패스한 공이 정란 씨의 마무리로 골이 들어갔다. 경기는 2:0으로 무지개 A팀의 승리였다. 경기가 끝나고 서로 수고했다는 칭찬이 오갔다. 아름다운 마무리였다.     


최종 결승전은 15분 남짓 쉬는 시간이 주어졌다. 목만 적시고 바로 시합이 시작되었다. 3-1 골문 걸어 잠그기 전략이 주어졌다. 이천 전국풋살대회 때 한 번 해본 경험이 있었다. 예선 첫 번째에서 겨뤘던 팀을 상대로 3분 정도 0골을 기록했던 그 전략이었다. 하지만 경기 시작과 동시에 3골이 어이없이 먹혔다. 준비된 플레이에만 익숙했었는지 융통성을 못 발휘해서 그런지 결과는 6:0. 실력차이가 컸다. 상대는 스피드도 빠르고 패스 잘 되고, 슛도 잘 찼다. 그렇게 친선경기의 결과는 준우승으로 마무리되었다. 감독님도 4위 정도 생각하신 듯했다. 8팀 출전에 무지개 2팀 2, 3위 기록.


이 정도면 성공적이라 말할 수 있다. 모두 만족했다. 그리고 다음 목표가 생겼다. 양평군 여성풋살대회 1등! 다음 경기는 내년 봄이라고 했다. 1등이 어려우면 2:1 스코어 기록 이렇게 잡아도 좋겠다. 올해 3월 중순부터 박태환 감독님께 훈련을 받았다. 9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많이 성장했다. 그동안 회원도 많이 늘었고, 날씨가 더우나 비가 오나 빠짐없이 수요일 금요일은 훈련을 했다. 겨울의 매서운 추위도 무지개의 성장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남은 기간 누가 더 많은 시간을 들여 연습을 하느냐가 다음 시합의 우승자가 될 것이다. 실내훈련장도 세팅되었겠다, 열심히 운동하는 것만 남았다. 흥해라 무지개. 내년 시합에도 무지개는 뜰 것이다. 쌍 무지개로.


다음 편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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