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현 구단주님)은 여름에 축구를 시작할 무렵 풋살화를 내걸고 우리 축구단의 이름 공모전을 시작했다. 개군면 여성 축구단, 개군면 패밀리FC, 개군우먼FC 등등 많은 아이디어들이 나왔다. 양평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마을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며 우리 동네에 대해 애정을 점점 장착하게 된 나는 어떤 작명을 하던 ‘개’를 꼭 넣어야겠다는 다짐 같은 것이 생겼는데, ‘개’가 들어가는 단어 중 예쁜 단어를 찾는 게 참 쉽지 않아 평소 국어사전도 뒤져보고 포털 창에 검색도 해보며 단어장을 만들었었다. ‘무지개’라는 단어는 나의 단어장에 넣어두었던 ‘개’가 들어간 예쁜 단어 중 하나였다.
내 마음속 우리 축구단의 이름은 무지개였는데, 이걸 어찌 끼워 맞춘다?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단어를 정해놓고 삼행시를 짓기 시작했다. 생각나는 건 무지무지. 이름을 추천해 달라 하시어 고민하던 단어를 내고, 이름 풀이를 했다. ‘무지개WFC’ 그 뜻은 ‘무지 열심히 공차는 개군여성축구단’이었다.
무언가를 소중한 이름을 작명할 때 두 글자나 세 글자로 된 단어가 좋다는 생각을 한다. 그 단어가 주는 이미지 속에서 명확한 정체성을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랄까. 그래서 우리의 색깔이 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무지개WFC는 우리를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그런 이름이었다. 나는 물론 그렇게 생각했는데 다른 회원님들도 그렇게 생각해 주었다. 그렇게 무지개WFC는 우리 축구단의 이름이 되었다.(그리고 나는 풋살화를 적립하였다. 하하)
2023 무지개 송년회에서 '무지개상표권상'과 상품을 구단주님으로부터 받았다. 히히
공식 훈련
그동안의 축구를 공놀이로 칭했던 이유는 뭔가 체계적인 배움보다는 즐거움을 더 많이 느꼈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구단주님이 되신 김선복 (당시) 감독님께서 감독으로 역할을 해주고 계셨지만 보다 체계적으로 배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항상 생각하셨던 것 같다. 정작 우리는 즐겁게 행복 공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어느 날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강상면으로 가라고. 가면 여성들한테 축구를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우리는 지금껏 즐거웠는데 강상까지(우리 동네에서 차로 25분) 매주 가기까지 해야... 하나? 고민은 되었지만그래도 뭔가 체계적인 배움이 될 것 같은 기대감으로 강상행을 결정!! 사실 너무 감사했던 게 그동안도 충분히 즐거웠지만 그래도 잘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에게나 있었는데 그 기회를 만들어주셨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축구 실력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까? 기대하며 매주 왕복 1시간에 가까운 거리의 다른 동네 축구장으로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다. 코디네이션을 배우고 패스하는 방법을 배우고, 드리블하는 방법을 배웠다. 오! 이런 신세계가 있었다니!! 좋다. 이렇게 배운 대로 하면 잘 될 것만 같다...!!
어색했지만 워밍업을 하고 볼 마스터리 훈련을 했다. 저녁은 주로 이렇게 해결.
매주 수요일은 강행군이었다. 7시부터 9시까지의 공식 훈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야외에서 저녁을 해결하고 운동을 시작해야 했고, 운동이 끝나면 챙기고 인사하고 부랴부랴 돌아와도 밤 10시가 되기 일쑤. 그래도 축구라는 걸 제대로 배우기 시작했다는 느낌과 우리가 함께라서 행복했던 마음이 가득했다.
감독님은 우리를 다른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 맡겨두고 열심히 응원을 해주셨다. 살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런 응원을 들으며 뭔가를 해본 적이 있을까? 감독님은 물론이거니와 양평군수님, 양평군의회 의장님, 의원님들, 체육협회장님, 양평FC 구단주님, 면장님 등 양평의 많은 어른들께서 우리가 운동하는 운동장을 찾아와 제발 다치지 말고 지금처럼 즐겁게 꾸준히 운동하라는 응원과 함께 공이나 장갑 등 응원의 선물까지 전해주었다.
동절기 훈련을 응원하는 의미로 받은 장갑, 훈련장까지 찾아와 응원해주신 양평군수님.
이런 경험은 대체 뭐지? 나는 선수도 아니고 그냥 살도 뺄 겸사겸사 여기까지 온 건데 이런 응원에다 제발 다치지만 말아달라니. 이때부터였던 것 같다. 더 열심히 회원을 모집해야겠구나!! 나 하나쯤 일개 군민일 뿐이지만 우리가 모이니 잘 하든 못 하든 이런 응원도 받을 수 있구나. 다른 사람들도 이런 걸 느껴보면 좋겠고 나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걸 많이들 느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가 된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생각보다 너무 강렬했던,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 순간이다.
주 2회의 축구 그리고 새로운 취미
가을이 되며 주 2회 축구도 자리 잡기 시작했다. 수요일은 강상면에서, 금요일은 우리 홈구장에서 축구를 했다. 수요일에 배우고 와서 금요일에 복습하고 경기도 한판 뛰는 그런 시스템으로 우리만의 축구를 해 나갔다. 그 와중에 인사이드 드리블, 아웃사이드 드리블을 당시 코치님(축구 쫌 하는 동네 오빠)께 배우고 디딤발을 공 옆에 두고 임팩트를 주며 슛하는 방법도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몇몇 언니들 빼고는 모두가 개발이었던 것 같다.
그 무렵 우리는 양평FC 경기나 양평군 대회를 보러 가기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경기를 보러 가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축구인인데 양평FC의 경기나 우리 동네 축구인들의 경기를 한 번은 봐야 하지 않겠나 싶었다. 그리고 겸사겸사 먹고 마시고 우리끼리 친목도 다지면서. 어디라도 갈라치면 사람 수보다 훨씬 더 많이 준비해 가는 우리는 갖가지 간식을 바리바리 싸서는 경기장으로 향했다.
때는 22년 10월. 개군FC가 출전했던 면 대항 축구대회였던 것 같다. 우리의 첫 축구 관람 나들이는 같은 동네 남성축구팀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함이었고, 면장님과 우리 무지개 회원들이 응원하며 풀코트 경기에 대한 열정도 느끼고 우리끼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열심히 관람했다. 그때 우리는 풀코트 경기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감흥은 없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다들 참 대단했다. 그 체력과 그 열정들. 그때는 닿지 못할 곳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지금은 풀코트 경기를 몇 번쯤 해봤다는 자신감이 있기에 올해는 열리게 될 양평군 여성축구 대회 출전의 그날을 꿈꾼다.
한편, 당시 양평FC는 K4리그에 속해있었는데, K리그 축구에는 그동안 전혀 관심이 없었던 터라 아무것도 모르고 축구를 본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참 재미있게 구경하고 돌아왔다. 2022년 양평FC는 리그 2위로 승격이 확정되어 2023년에는 K3리그로 승격하였다. 양평FC의 경기가 열리는 어느 여유로운 토요일은 종종 우리의 친목 도모의 장이 되었고, 그렇게 또 하나의 새로운 취미가 되어 주말에 또 다른 만남을 추진할 수 있게 된 아주 좋은 건수가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여성 축구,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면
1. 들어가고 싶은 팀 찾아보기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여성 축구 붐이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축구를 시작하고 보니 골때녀보다 훨씬 전부터 축구를 해온 유서 깊은 여성 축구단 또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역사가 깊던 이제 막 시작했던 여성 축구단이라면 회원 모집을 열심히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인원이 많지 않다는 것도 이유일테지만 꾸준히 회원이 유입되어야 새로운 활력으로 보다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신입 회원이라는 존재는 축구단에서 언제든 두 팔 들어 환영하는 대상이다. 지나가다 '여성 축구단 회원 모집' 현수막을 봤다면, 그 현수막을 보고 마음이 설레었다면 용기를 내어보자. 현수막을 볼 수 있는 곳이라면 아주 가까운 곳에서 운동하고 있을 확률이 높을 테니.
그런 홍보물을 보지는 못했지만 우리 동네에서 공 좀 차는 축구단이 있는지 알고 싶다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은 물론이고 밴드 소모임 찾기, 당근 동네 소식, 우리 지역의 맘카페에서 동네 이름과 여성 축구를 함께 검색해 보자. 어느 곳에서든지 그녀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다음 단계는 바로 용기 내어 연락하기다.
마지막 방법은 직접 창단하기이다. 우리 회장님처럼 축구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축구를 하고 싶을 만한 주변의 사람들, 축구를 알려줄 수 있는 축구인들이 있을 것 같다면 도전해 봐도 좋다. 얽히고설킨 게 인간관계인데 몇 다리만 타고 가다 보면 같이 할만한 인연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인연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함께 만들고 싶은 축구단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처음에는 운동장 예약이나 훈련 시간을 잡는 것부터 굉장히 힘들 수밖에 없지만 새로운 팀을 만들어가고 팀을 운영하며 느끼는 재미와 성취감 또한 대단하니 이 또한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2. 준비물 갖추기
축구단에 들어가게 되면 훈련할 때도 그렇지만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마련이다. 훈련 때도 경기 때도 필요한 여러 가지 축구 용품들은 개인적으로 준비하기도 했지만 축구를 이제 막 시작한 같은 처지의 회원들과 공동구매도 많이 했다.
개인 준비물 : 풋살화, 개인 훈련용 축구공(4호로 훈련해도 좋아요), 정강이 보호대, 부상 예방 차원인 무릎, 발목 등의 보호대, 스포츠 테이프 등
팀 준비물 : 축구공(1인 당 한 개 이상, 많을수록 훈련 시 편해요), 마커, 콘, 링 등 훈련 보조 용품, 구급함, 유니폼과 양말 등 단체 의복류, 작전판, 자동 공기 주입기, 호루라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