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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겨울밤의 이야기
겨울밤은 깊어만 간다. 하얀 눈송이는 쉼 없이 내려 장독대 위에,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소복이 쌓인다. 그 고요한 풍경 속에서 한 남자는 홀로 아궁이를 지키고 있다. 벽난로 속 불꽃을 부지깽이로 휘저으며, 그는 조용히 누군가를 기다린다.
이 눈 내리는 밤, 사랑하는 이가 눈길을 헤치고 찾아오리라는 희망을 품어보지만, 그것은 단지 마음속 바람일 뿐이다. 아무도 올 리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는 어쩐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외로움은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도 지치게 만든다. 희미한 기대와 허무한 현실 사이에서, 그의 마음은 천천히 시들어간다.
하늘은 열린 듯 끝없이 눈을 뿌린다. 온 세상이 백설로 뒤덮이는 순간에도, 그의 마음은 공허하다. 눈으로 덮인 풍경은 아름답지만, 그 안에 머무는 그의 고독은 더욱 선명하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그의 세상은 점점 작아지고, 사람들과의 연결은 희미해졌다. 젊은 날엔 시간이 영원히 흐를 것 같았지만, 이제는 시간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른다.
가장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그는 단지 지나가는 기억 속 한 장면에 머물 뿐이다. 때때로 그리움이 밀려와 가슴 한구석을 아리게 하지만, 그는 그것조차 말하지 못한다. 쌓이는 눈처럼 그의 마음속에도 쓸쓸함이 점점 쌓여만 간다.
이 밤, 그는 소리 없는 눈물을 삼킨다. 무거운 침묵 속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새벽을 기다린다. 아마 내일도 이처럼 조용히 흘러가겠지만, 그는 또다시 작은 희망을 품을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그는 끝내 누군가를 기다리며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을 것이다.
쓸쓸한 겨울밤은 그렇게 깊어간다. 하얗게 쌓이는 눈처럼, 그의 기다림 역시 그치지 않을 것이다. 기다림은 고독한 마음에 살아 있는 온기를 남기는 유일한 불씨이기 때문이다.
ㅡ 청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