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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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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손길
어머니는 바늘 끝에 눈물을 스미게 했다.
해진 옷을 한 땀 한 땀 기우며,
세월까지 함께 꿰매던 손길이었다.
아궁이 앞에 앉아 두 손으로 저녁의 온기를 품고,
새벽이면 수건을 질끈 묶고 논밭으로 나섰다.
그 손마디 사이로 흙내음이 스며들었다.
땀방울은 햇살을 따라 흘러가고,
고된 하루를 웃음으로 지워내려 했지만,
세월은 그보다 먼저 흔적을 남겼다.
이마에 깊게 새겨진 골,
마치 이등병 계급장처럼 어머니를 짓누르던 삶.
그때는 몰랐다.
어린 자식들은 어머니의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
그 손끝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꿰매고 있었는지.
자식도 처자식을 거느릴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된다.
저 삶의 무게,
어머니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며
조용히 되새겨 본다.
뒷동산 양지바른 곳,
그곳에서도 반백의 할미꽃이 되어
봄바람에 흔들리며
우리 곁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