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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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수매화
시인 백영호
청매화 홍매화 능수매화
매화의 3형제다
청매는 얼음 속에서도
청향의 자태 뽐내고
홍매는 앙가슴 빨갛게 열어
홀애비 가슴 흔들어 놓고
능수매화
가지가지마다 휘휘 늘어져
마디마디마다 우윳빛 망울 달았지
梅 蘭 菊 竹
우리네 선조 네 벗 중
으뜸 자연의 벗 매화여
찬물 바람이 그 입술
때리고 핥아도
눈 끝 하나 까딱 않고
고결의 빛 그대로 고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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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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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의 능수매화는 매화의 삼 형제—청매화, 홍매화, 능수매화—를 통해 자연의 품격과 인간이 본받아야 할 삶의 태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인은 단순히 매화의 외형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통해 선조들이 사랑한 자연의 벗이자 이상적 인간상을 내면화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매화를 청매, 홍매, 능수매로 나누어 각기 다른 특징을 부여하면서도 궁극적으로 '고결함'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강조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그의 철학과 미의식이 읽힌다.
백영호 시인의 시 세계에는 전통적 가치관과 인간의 도덕적 지향점이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다. 그는 매화를 단순한 자연물로 바라보지 않고, 삶의 태도를 상징하는 존재로 승화시킨다. 청매화가 얼음 속에서도 청향을 뽐내는 모습은 어떠한 시련 속에서도 본연의 가치를 잃지 않는 강직함을 보여주며, 홍매화가 가슴을 흔드는 모습은 강한 생명력과 감성을 상징한다.
능수매화는 흐드러지게 늘어진 가지마다 우윳빛 망울을 매달며 조화로운 삶의 모습을 드러낸다. 시인은 이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이 곧 인간 삶에 대한 태도와 연결됨을 강조한다.
특히 梅 蘭 菊 竹과 함께 매화를 조명하는 대목에서, 선조들이 자연 속에서 찾은 정신적 벗으로서의 매화를 재확인하며,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성을 더욱 분명히 한다.
매화를 통해 그는 시대가 변해도 변치 않는 가치—절개, 품격, 청정함—를 이야기하고 있다.
백영호 시인의 작품은 감각적이고 회화적인 묘사가 특징적이며, 그 안에서 상징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능수매화에서도 색채 대비와 이미지가 강렬하게 표현된다.
청매는 차가운 얼음 속에서도 푸른 향기를 내며, 홍매는 붉게 타오르는 감성을 상징한다. 능수매화는 부드러운 흐름 속에서도 생명의 맥을 이어간다. 이는 미적 감상만이 아니라, 시인이 자연을 통해 인간 내면의 다양한 결을 드러내려는 의도를 가진 표현 기법이다.
또한, 마지막 연에서 “찬물 바람이 그 입술 때리고 핥아도 / 눈 끝 하나 까딱 않고 / 고결의 빛 그대로 고고하다”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은 매화의 절개와 고결한 정신을 강조한다.
매화는 어떠한 역경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자연 속에서 인간이 본받아야 할 이상적 태도를 담아낸다.
여기서 고결함이란 단순히 굳건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자신의 본성을 잃지 않는 태도임을 암시한다.
요컨대, 능수매화는 그저 자연시가 아니라,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과 미학이 집약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백영호 시인은 매화를 통해 인간이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과 태도를 상징적으로 제시하며, 전통적 가치관과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ㅡ 청람
홍매화
청매화
능수매화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