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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남기는 작은 흔적 ㅡ청람 김왕식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서로에게 남기는 작은 흔적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작은 흔적을 남긴다.
말 한마디,
잠깐의 미소,
아무 의도 없이 건넸던 손짓 하나가
오랫동안 마음의 표면에
잔잔한 자국으로 남는다.
그 자국은 희미해 보이지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깊게 스며드는지 모른다.
잠시 스쳐 지나간 인연이
어떤 이에게는 삶을 버티게 한
단 한 줄의 빛이 되기도 하고,
주지 않으려 했던 상처가
어떤 이에게는
오래된 그림자가 되기도 한다.
사람의 흔적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하다.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흔적도 있다.
어떤 존재는
내 마음의 구조를 바꿔놓고,
어떤 말은
내 삶의 방향을 살짝 틀어놓는다.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
흔적은 작지만
그 작은 결이
삶을 바꾸기도 한다.

오늘 문득 떠오른 얼굴 하나,
바쁜 와중에 건네준
짧은 안부의 온기,
잠깐 만났지만
오래 마음에 머물렀던 기척—
그 모든 흔적이
지금의 나를 지탱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사람은 서로에게
작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간다.
그 흔적이 쌓여
사람의 마음은 더 부드러워지고,
관계의 결은
더 깊고 단단해진다.

스쳐간다는 것은
사라진다는 뜻이 아니다.
흔적은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들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길을
조용히 밝혀준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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