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18일 식도락 음식일기

국물이 자박한 열무김치

3천 원을 주고

열무씨앗 한 봉지를 사서

남편에게 건넸다.

지난해에

어쩐 일인지 남편이 스스로 심어놓은 열무로

물김치를 담그고 우렁이 쌈장을 만들어

맛있게 비벼 먹은 기억이 있어서다.

마늘을 뽑아내고 비어있는 터에

밭을 정리해서 씨앗을 뿌렸다고 한다.

며칠 후에 가보니 정말 가지런히

열무 싹이 올라와서 예쁘게 자라고 있었다.

깜빡 잊고 있다가 아차 싶어 밭에 가보니

먹기 좋을 만큼 자라 있어서

굵은 열무만 솎아서 데리고 왔다.

연하고 부드러워서

풋내가 나지 않도록 살살 씻어서

소금을 뿌려 절여놓았다.

앞뒤로 한 시간씩 절였다

열무가 절여질 동안

보리쌀로 물김치용 물을 끓인다.

보리쌀을

씻은 후 1시간 정도 불렸다가

물을 적당히 넣고 믹서기에 곱게 갈아준다.

자박하게 담글 물김치라

물 5L에 불리기 전의 보리쌀 100g 정도면 된다

한번 끓고 난 후

중간 불에서 10분 정도 더 끓여주고 식힌다.

끓일 동안은 가끔 저어 줘야 눌어붙지 않고,

위에 뜬 거품은 걷어준다.

들어갈 양념으로는

마늘 10알,  새우젓 3T, 매실청 100cc,

생강 3cm 또는 생강청 3T, 양파 1개, 홍 청양고추 2개를 잘라 믹서기에 넣고

다지는 기능을 이용해서 다져준다.

다져 놓은 양념에 까나리액젓은 간을 보면서 

간이 부족한 만큼 넣고 고춧가루 3T 정도, 통깨를 넣어 골고루 섞어준다.

열무가 쌉싸름한 맛이 나지만

단맛이 강하면 열무김치 고유의 맛이 떨어질 수 있다

절여놓은 열무는

풋내가 나지 않도록 살살 씻어

살짝만 물기를 뺀다.

양념장을 넣고 버무려서

더운 여름철에는 하룻 저녁만 실온에

두었다가 바로 김치냉장고에 넣어서 보관한다.

끓고 있는 된장찌개 냄새를 따라온 딸이 

오늘 저녁 메뉴를 물어본다.

'된장 열무비빔밥'이라고 하니

'양 많이' 부탁한다.

양푼이에 갖지은 잡곡밥을 담고

그 위에 된장찌개, 

그 위에 알맞게 익은 열무김치, 참기름을 넣고 비볐다.

                                                     .

                                                     .

                                                     .

딸아,

다이어트 중이라면서 그렇게 먹어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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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콩밭 열무

엄마는 콩이 자라고 있는 골 사이에 열무를 키워서 국물이 자박한 

물김치를 만들어 식탁에 올리셨다.

콩밭 열무는 유난히 부드럽다고 하시면서.

열무김치가 밥상에 올라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된장찌개도 올라왔다.

거친 보리쌀을 따로 삶아 대소쿠리에 담고

그 위에 삼베 보자기를 덮어

뒤 곁 추녀 아래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걸어 두셨다.

가마솥에 밥을 지을 때는 삶아 둔 보리밥을 먼저 깔고

그 위에 흰쌀을 얹어 밥을 지으셨는데

바깥에서 기운이 다 빠지도록 놀고 대문을 들어설 때면

확 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냄새였다.

엄마의 된장찌개에 들어가는 재료 중에 

피지 않은 호박의 수꽃의 줄기를 까서 넣으셨는데 

별 맛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어린 나이인데도 

된장찌개가 예뻐 보였다.

둘레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저녁을 먹었던 기억을 떠올릴 때면

수건을 머리에 쓴 엄마의 상기된 얼굴도 같이 떠오른다.

밥상 위의 맛있는 반찬들은

엄마가, 

엄마의 인생을 다 갈아 넣은 자식들을 위해 

얼마나 바지런하게 움직이셨는지 가늠할 수 있다. 

나이 어린 이 딸이 보기에도 

엄마는 동네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었다. 

사랑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