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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 중년심리 Feb 26. 2024

중년기에 가장 중요한 것, 돈보다 마음 관리다.

마음도 몸처럼 늙는다. 노후에 몸건강을 위해 운동하듯 마음도 챙겨야 한다

 중학교 동창인데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고등학교만 졸업했다. 9급 공무원으로 출발했지만 정말 열심히 일해서 사무관까지 올라갔다. 중학교 동문회 일을 하는데 너무 적극적이고 주도적이다.

둘이 같이 소주를 마실 기회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동창을 위해서라기보다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학을 나온 친구들에 대해 열등감이 아주 심했다.

내가 볼 때는 지나친 열등감으로 오래전부터 우울과 불면이 왔고, 이제는 우울증 약과 수면제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친구는 평생을 '고등학교만 졸업했다는 열등감'으로 힘들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자주 소주하는 친구인데, 얼마전 술자리에서 '차를 타면 가슴이 답답하다'고 뜻밖의 말을 했다. 때로는 너무 가슴이 답답해서 차에서 내릴 때도 있다고 한다. 지하철은 이상하게 무서워서 기피한다고 한다. 그 친구는 직장을 위해 젊음을 바쳐 일했는데 토사구팽 당했다고 매일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것이 원인 인 것 같았다.

직장에 대한 원망,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심해져서 우울증과 공황장애가 더욱 심각해진 것 같았다.


 중년기에 의외로 우울과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친구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자신이 얼마나 심각한 정신병리 현상을 겪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 특히 상담 치료를 받거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받는 것을 아주 부정적으로 여긴다. 상황이 아주 심각해질 때 비로소 상담 치료를 받거나 병원을 방문하는데, 상담으로 치유할 수 있는 치료 시기를 놓쳐서 약을 복용해야 할 경우도 많다.


 중년기에 나타나는 우울과 공황장애의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 정신병리 현상은 '유년기에 부모와의 대상관계'나 '성장기에 겪었던 트라우마'와 깊은 관계가 있다.


 특히 중년기 우울은 오랜 세월 동안 쌓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원인인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인간은 '견딜 정도를 넘어서는 아주 심한 트라우마'가 생기면, 뇌는 더 이상 고통받지 않도록 그 기억을 무의식으로 밀어 넣고 느끼지 못하게 한다. 예를 들어 운전을 하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나서 '옆에 앉은 사람이 아주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사고'를 당하면 그 상황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 일이 종종 있다. 그 상황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내가 살 수 있도록 그 상황을 잊어버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다만 무의식 속으로 집어넣고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종의 해리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유명인이 자살하면 많은 사람들이 따라서 자살하는 현상이 있다. 이것을 베르테르 효과라고 하며, 베르테르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 자살한 주인공이다.

Werther effect : 사회적으로 존경받거나 유명한 사람의 죽음, 특히 자살에 관한 소식에 심리적으로 동조하여 이를 모방한 자살 시도가 잇따르는 사회 현상을 이른다. 모방 자살 효과(Copycat suicide effect)라고도 한다. 

베르테르 효과를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내 생각은 '자살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평소에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있었는데, 이 '충동이 무의식 속에 숨겨져 있다'가 유명인의 자살을 보고 자살 충동이 촉발되어 의식화되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중년기까지 50~60년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트라우마와 얼마나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겠는가? 치열한 학창 시절의 고통, 일제시대같은 군대생활, 직장에서 살아나기 위해 참아야 했던 굴욕스런 상황들, 아내와 갈등.... 그 트라우마와 상처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살기 위해 잔인한 기억을 무의식 속에 밀어넣었는데, 어떠한 사건으로 촉발되어 의식화되면 나를 정신적으로 괴롭힌다.


 나에게 가장 심한 트라우마는 군대에서 겪었던 구타이다.

나는 포병 창설 부대에 전입되었는데, 무거운 중장비를 다루다 보니 사고가 잦았다. 그래서 군기를 잡는다고 아주 심하게 폭력이 허용되었다. 입대한 지 1년 동안 거의 매일 매를 맞은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선임이 되어서 군기를 잡기 위해 후임병사들을 마찬가지로 구타했었다.

이것이 내 마음속에 큰 상처로 남아 있다. 어두운 창고에서 앞 쪽부터 매를 맞고 퍽퍽 쓰러지는데, 구타 차례를 기다리던 잔인하고 잔인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더 힘든 것은 나도 선임이 되어서는 똑 같이 후임병에게 구타했다는 것이다. 나도 선임병과 똑같이 비인격적인 놈이라는 자책으로 남아있다.

제대한 지 거의 30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심한 스트레스받을 때는 내가 다시 군대로 재입대한다는 악몽을 꾸다가 소스라치게 한 밤중에 깨어난다.


 나이가 들면 육체가 노화해서 노년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퇴행성관절염 등 육체적인 질병들이 많이 생긴다. 그래서 60~70세대쯤 되면 보통 몇 가지 약을 복용하게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 일텐데 '대부분 마음은 잘 있겠지'하며 관심도 두지않는다. 

마음이 괜찮은 것이 아니다, '평생 살아 온 기간만큼' '마음 속에 쌓인 것'도 많아지게 된다. 치열한 경쟁에서 탈락했을 때 오는 분노 , 인간관계에서 오는 마음의 상처.... 살아오면서 겪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들이 내 마음에 쌓여서 마음도 병들게 된다. 노인 특유의 고집불통이 생기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몸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꾸준히 운동하는 것처럼, '살아 온 세월만큼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도 꾸준히 해소해야 한다.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도록 마음을 살펴보며 , 어린아이 다루듯 내 감정도 잘 보듬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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