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상 중년심리 Oct 20. 2023

중년기가 갖는 의미

'성공과 성취의 삶'에서 '의미와 관계의 삶'으로 변화

인생에는 사회적 성공과 지위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많다.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라고 물어보면 많은 남성들은 성공, 중요한 사회적 지위를 갖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직장 초년생일 때는 좋은 직장에 다니는 것이 최고였지만, 막상 직장 생활하면 중요한 직책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는 것이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꽃은 승진이다. 돌아보면 '책임자인 과장'으로 승진할 때와 '부장'으로 승진할 때 최고로 행복했고, 축하도 많이 받았다.


사회적 성공을 최고로 생각하는 것은 유교적인 영향이 큰 것 같다. 이조시대에 과거 급제가 최고의 영광이고, 가문의 자랑이었다. 양반은 10%가량 되었지만, 과거에 급제한 사람은 극소수였다. 유교에서는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현대사회에서 남성은 명예를 '좋은 직장과 중요한 직책'으로 간주하는 것 같다. 운이 좋게 40대에 부장으로 승진해서 온갖 부러움을 받았다. 정말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었다.


 그러다 50대 어느 날 삶이 부질없이 느껴지고, 직장에서 지위가 내 인생의 행복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 시점이 내가 스스로 중년기에 들어섰다는 것을 체감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동안 내가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의문이 들면서 내 삶을 뒤돌아보기 시작했다. 문득 직장에서 지위와 직책이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직장과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았다. 아내와의 따뜻한 관계, 친구들과의 우정, 자녀들과 같이 보내는 시간들... 이런 것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은 중년기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융은 중년기를 기준으로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었고, 중년기를 인생의 전반에서 후반으로 바뀌는 전환점으로 보아 매우 중요시하였으며 이 시기에는 '물질 중심에서 관계 중심'으로, '성취 중심에서 의미 중심'으로 변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생의 전반기에 중요한 것들이 인생의 후반기에는 전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인생의 전반기는 사회적인 성공과 성취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기에는 진정으로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를 찾으며,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깨닫고, 취미에서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고, 따뜻한 인간관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면 인생의 중년기에 도달했지만 '성취와 성공의 삶'으로부터 '의미와 관계의 삶'으로 바뀌는 것에 정상적으로 도달하지 못하는 친구도 많다. 평생 살아온 가치관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은퇴를 하고 나서도 사회적인 성취를 추구하고 있으며, 성공에서 짜릿함을 느끼고, 그 짜릿함을 통해서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사람은 살아가는 방식은 매우 다르다. 그러나 누구나 노화가 이루어지고 나이가 들면 사회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정년(법적 정년 60 세, 교사 62세, 교수 65세)에 은퇴하게 되며, 은퇴하면 어쩔 수 없이 사회적인 성공과 성취가 어려워진다.


 나이가 든다고 지혜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오히려 욕심이 더 생기고, 그동안 쌓은 경험으로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여 더욱 고집스러워진다. 삶에 대해서 깊이 있게 고민하고 노후의 삶을 통찰하지 않으면, 교만해지고 편협해지며 자기 세계에 갇혀서 사회적으로 고립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작가의 이전글 중년 여성이 모르는 남편의 속마음, 외롭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