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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승무원이 된다

EP.비행일기

by 꼬마승무원 Mar 17. 2025

"저는 언니 처음에 보고서는 이렇게 웃길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언니 무표정으로 있으실 때 은근 차가워보이는거 아시나요?

근데 입 떼는순간 이렇게 웃기고 착할 줄이야..."

"어머 그래요? 세상에... 그런 줄 몰랐네 ㅎㅎㅎ"

 

"정말요! 그리고 언니 저는 디자인 전공한 줄 알았어요 ㅋㅋ 이미지가 그렇다고 해야할까? 패션에도 관심 많아보이시고..!"

"아 정말요? 저야말로 이렇게 청순하고 귀여운 분께서 과거에 스트릿 댄스를 

추시고 춤에 연기까지 하셨던 분이라니... 놀랍네요."

 같은 배치 동기 비행은 아니지만, 입사 시기가 매우 비슷함과 동시에 이전에 함께 비행을 한 적 있던 한국인 승무원분과 최근에 함께 호주 비행을 다녀왔다. 이전에는 한창 일하는 데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던 우리. 이젠 얼추 서로가 입사한 지 시간도 지나 비행이라는 업무에 적응이 되었고, 감사하게도 해당 비행에 원데이 레이오버가 있어서 알차게 함께 밥도 먹고 수다를 떨면서 여기저기 다니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렇게 해외 비행에 한국인 승무원이, 그것도 서로가 잘 알고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은 정말 럭키비키이다.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비행을 하면 할수록 참 소중하고 좋다는 것을 느끼는 나날이다. 그렇게 서로의 소중함을 몸소 깨달으면서 우리는 과거에 함께했던 비행 이후에 어떤 삶을 살았고, 요즘따라 드는 생각들은 어떤지 등을 마라탕을 먹고 소화시킬 겸 도심에서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까지 걷고 호텔로 다시 되돌아오는 약 2시간 가량을 걸으면서 연신 떠들었었다. 

 남들은 어떨 진 모르겠다만, 나에게 있어서는 상대방이 살아온 인생 얘기를 듣는 것이 참 재밌으면서도 흥미롭다. 그 인생에는 상대방의 전공, 학창 시절, 사랑이야기가 포함되어있다. 다만 아무래도 정말 친한 친구가 아닌 이상 사회에서 만난 동료라 어느 적정의 선은 지키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는 나이기에, 사랑이야기까지 딥하게 묻지는 않았다. 그렇게 서로의 첫인상에 대한 얘기와 더불어서 학창 시절 전공에 대해서 공유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더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사이가 되었다. 

 매번 내가 하는 말마다 깔깔거리면서 재밌다며, 어느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같다면서 웃음 짓는 그녀는 내가 처음에 차가운 인상이라서 친해지기 어렵겠다 생각했는데, 입을 떼고 함께 비행해보니 착하고 유머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단다. 그리고 앞에 일기의 대화에서 알 수 있듯, 워낙 내가 패션에 관심있어하는 게 보여서 디자인 쪽을 전공한 자유로운 사람인 줄 알았단다. 패션에 관심은 많지만, 디자인 전공도 아니고 오히려 외고 출신에 전공도 외국어와 관광을 전공해서 굉장히 유교적이면서도 자유보다는 먼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는 나의 말에 그녀는 놀라워했다. 그녀가 내게 놀랐듯이 나 역시 그녀의 학창 시절과 전공에 대해 듣고서는 놀랐다. 청순하고 귀여운 외모의 소유자인데 대화에서 여러분들이 엿볼 수 있었듯이, 예고 출신에다가 스트릿 댄스 전공자이고 심지어 연기까지 함께 공부했었다니. 한창 댄스에 빠졌을 때는 옷차림도 굉장히 힙하게 입고다녔다고 하니... 현 시점에서 유니폼과 사복입은 모습만 본 나로서는 절대적으로 상상이 안되었다. 오히려 자유로워보이는 내가 자유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고, 그녀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자유로운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런 그녀는 승무원 준비를 5개월정도 했었고, 좋은 기회로 승무원이 되었다고 한다. 본인이 되돌아봤을 때,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본인의 전공이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 전공이니 말의 톤, 표정 등에 있어서 남들보다 전달하고 표현하는 것에 더 능한 그녀였기에 아마 그런 부분이 면접관들에게 다른 지원자들보다는 더 돋보여서 마음이 갔던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 역시 그녀의 말에 적극 공감한다. 면접이라는 건, 특히나 승무원 면접이라는 건 말의 내용보다는 그 말을 어떻게 전달하는 가에 대한, 외적인 부분에서 전달되는 것이 80퍼센트 정도이니깐. 

 그렇게 서로에 대해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시간들을 보내고, 비행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다음에 또 비행에서 만나기를 바라면서, 굳이 비행이 아니더라도 오프 맞춰서 함께 얼굴보자는 기약을 하고 안비즐비(안전한 비행, 즐거운 비행)을 외치며 바이바이를 했다. 

 내가 이렇게 만난 동기처럼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승무원이 된다. 내가 아는 사람들만해도 그렇다. 뮤지컬 배우이신 분이 현재 중동의 한 LCC에서 승무원으로 일하고 계시고, 이렇게 과거에 춤을 추고 연기를 했던 사람도 있다. 간호사도 있고, 특수교사, 그래픽디자이너, 메이크업 아티스트, 통역사, 보험 컨설턴트, 은행원, 축구선수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승무원으로 일하고 있다. 서로가 살아온 배경과 삶은 정말 다르지만 이렇게 한 곳에 모여서 일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 이렇게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이 세상은 아직 내가 모르는 것들로 가득찼구나를 승무원이라는 직업을 통해서 느낀다. 

 그러면서 조언 아닌 조언을 오늘의 일기에 덧붙이고싶다. 혹시나 내가 살아온 삶이 과연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맞는걸까? 승무원이라는 직업에 과연 내가 공부해 온 전공들과 삶들이 연결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전혀 걱정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살다보니 내가 겪어온 힘든 순간, 좋은 순간, 나쁜 순간들 모두모두가 지나고보니 다 배움의 시간이었고,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이유이자 장본인들이더라. 전혀 관련성이 없다 생각되는 것들도 한번 곰곰히 파고들고, 내가 당시에 왜 이걸 선택했는지를 살펴보자. 그러면 결국에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과 모든 것들에는 이유가 있기에 내가 맘이 끌려서 선택했고, 연결되어 있더라는 걸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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