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비행일기_인도 첸나이 비행
( FYI. 이 일기는 내가 비행한 지 5개월 차에 접어들 때 썼던 글이다 :) )
오랜만에 블로그 글을 작성하는 것 같다 :) 그 사이에 푸켓 비행도 ㄷ녀오고 짧은 한국으로의 휴가도 다녀와서 가족들과 고양이의 얼굴을 보고왔다. ㅎㅎㅎ 그래도 한국과 가까워서 내가 원할 때 다녀온다는 것에 그나마 감사하다는 생각을 가진다.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어제 비행했던 인도 첸나이 턴어라운드 비행일기다. 어제 만난 크루에 대한 이야기인데, 특히 어제 만난 크루들 중에 3명이 곧 그만 둔다는 사람들이었기에 생각이 많아져서 내 생각도 풀어보고 싶고, 여러분들에게도 들려드리고 싶었다.
원래 인생이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는 법.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되는 당연한 이 법칙(?)은 직업에도 당연히 적용된다. 가장 시니어였던 말레이시안 여자 크루는 10년을 회사 승무원으로 일하고, 이제 2개의 남은 비행만 마치면 본인은 Forever Airplane Mode Off라고 아주아주 행복하게 웃으면서 말해줬다. 이제 막 5개월 차에 접어드는 나를 보면서 그녀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내가 차마 그녀의 생각과 마음에 감정이입을 할 수는 없었지만, 단 한가지는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진심 졸라 행복해보였다는 것이다. 세상 그렇게 웃으면서 비행기 복도를 뛰어다니며 웃는 크루는 정말 처음이었다 ㅋㅋㅋㅋ
나머지 한 명은 남자 동갑내기 크루였다. 그는 서비스가 끝나고 본인이 겪었던 일에 대해서 나머지 크루들에게 열심히 떠들어댔다.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일했을 때, 본인과 맞지 않는 스타일의 상사로 인해서 받은 스트레스에 대해서 열심히 풀어댔다. 동갑내기이지만, 일에 있어서만큼은 이미 1년은 일한 선배였다. 본인도 짧지만 이제 Airplane Mode Off를 할 것이라면서 이 회사, 이 일에 대해서는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다. 아마 많은 일을 겪었겠지만, 짧은 시간 같이 일해본 결과, 그는 굉장히 즐기면서 일을 하면서도 직설적이었다. 본인이 느끼고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있어서는 상사고 뭐고 없고 바로 본인의 입장과 생각을 말하고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의 성격을 죽이면서 무조건 상사 앞에서는 네네 웃으면서 죄송합니다, 더 나아지겠습니다 하는 회사의 문화며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환경에서 아마 그는 참다참다 못해 지절머리가 나 그만두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는 빨리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서도 일하면서 재밌는 일들이 있긴 했다며 웃으면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별의 별 일 다 겪을 테니까 각오하라면서 나에게 일러주었다.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한국어로 나쁜 말 뭐가있냐면서 빨리 알려달라고 가르쳐달라고 했다 ㅋㅋㅋ 철부지 같으면서도 참 재밌었던 크루였다.
마지막으로 이제 그만두는 크루는 이제 막 1년 밖에 되지 않은 친구였다. 스쿳항공 승무원이었다가, 지상직원이었다가 우리 회사 승무원으로 일하게 된 그녀는 이제 25살 밖에 되지 않았다. 내가 조심스럽게 왜 그만두는지 물어보니, 미래가 보이지 않는 직업때문이라고 하더라. 사실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어떤 사람들은 물경력이라고 한다. 그만두고나면 딱히 같은 직업군이 없어서, 그렇다고 자격증을 요구한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니깐 말이다. 그녀도 아마 나랑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 직업을 하면 한 계약상 2-3년은 하고, 만약에 5-6년을 본인이 일하다면 나이가 30살인데 추후에 다른 직업을 찾을 때, 이미 본인보다 한참이나 어린 친구들이랑 신입으로서 경쟁을 해야하는 것에 있어서 부담스럽다고했다. 그리고 이제는 정말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은 지 찾고싶다고 했다. 플랜 B가 있냐는 나의 질문에 그녀는 딱히 없다고했다. 그냥 쉬면서 찾고싶다고. 그녀는 내게 일하는 건 어떤지 물어봤다. 아직 5개월 차 밖에 되지 않아 그냥 최대한 즐기면서 하려고 한다 말했다. 뭐 비행을 하다가 깐깐한 사람들을 만나보기도하고 혼나봤지만, 최대한 앞에서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며 최대한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정말 좋은거라면서 본인은 누군가로부터 듣는 말을 가슴에 담아두고 계속해서 생각나는 스타일이라 속상한 적이 많았다고했다. 그런 그녀의 성격 상 매일 비행마다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본인에게 피드백이랍시며 사사건건 하나하나 트집을 잡는 괴롭히는 직업적 환경에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았을지... 안쓰러우면서도 지금까지 버텨온 그녀에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는 마지막에 비행이 끝나고, 우리 다 함께 본인의 추억을 위해 사진찍자면서 10년 근무한 크루의 요청으로 기장님과 부기장님들 함께 모두가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우리들은 행복했고 나는 마지막 그들의 안녕을 기원했다.
나도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Airplane Mode Off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기를 쓰고 열심히 달려온 직업은 아무리 승무원이 3번째 직업이라지만 인생의 첫 직업이 이건 거 같다. 그렇기에 뭔가 이 일을 하는 내내 어려우면서도 뿌듯한 마음이 들면서도, 내심 다음 내 인생의 챕터에서는 어떤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야만 하는 걸까 하면서 가끔 생각이 든다. 인생에 있어서 플랜 B를 생각하는 것은 뭐 나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 하나하나 적어내려가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