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안들려서 무서웠쪄

EP.비행일기

by 꼬마승무원

5월 중순에 올해 첫 휴가를 다녀오고, 정말로 일하기 싫은 마음을 이끌고 작은 비행 기종의 턴어라운드 (갔다가 다시 바로 되돌아오는 비행)을 갔다가, 보통 크기의 비행기로 인도 콜카타의 오버나잇 (밤샘비행) 턴어라운드를 갔다왔다. 당시 비행에서는 괜찮았는데, 갔다가 돌아와 자고 일어나니 목이 칼칼하니 아팠다. 단순한 목감기이겠지 하면서 다음에 있던 몰디브의 말레 역시 오버나잇 턴어라운드 비행으로 다녀왔다. 비행 전에도 좀 몸이 안 좋더니 열이 나고 몸이 힘든 것이 느껴져서 중간에 약을 복용하면서 힘든 몸을 이끌고 비행을 끝냈었다. 그러고 자고 일어나니 아뿔싸, 코가 막히고 목이 부어서 침을 삼킬 때마다 너무나도 아팠었다. 그러고는 작은 비행기로 중국 샤먼 턴어라운드 비행을 다녀왔었다. 내가 다녀온 비행을 모두 참고로 가는 데에만 4시간이 넘게 걸리는 비행으로 턴어라운드 치고는 매우 긴 비행으로 몸에 무리가 가는 비행이었다.

결국 사단은 최근에 다녀온 시드니 비행이었다. 몸이 너무 안 좋아도 괜히 내 스케줄에 지장가는 것을 나는 싫어하기도 하고, 5월달 휴가로 인해서 나의 월급이 아주그냥 씹창 났기때문에 마스크를 끼고 다녀왔었다. 그러다가 이제 시드니로 내리는 중에 비행기의 고도가 급격한 하강으로 인해 낮아질 때, 갑자기 귀가 먹먹하면서 잘 안들리는 사단이 터졌다. 세상 처음 겪어보는 불편함과 아픔에 당황했었다. 귀를 계속 손으로 눌러가면서 먹먹함을 없애려고 갖은 노력을 했었다. 시드니에 내리고 호텔로 가는 길에도 불편함이 지속되었다가, 다행히 큰 하품을 통해서 다시 귀가 돌아왔지만 이미 코맹맹이 목소리와 흘러내리는 콧물, 귀의 먹먹함에 내 몸은 만신창이였다. 다른 크루들도 역시 너 괜찮냐면서 걱정을 해줬다.

비행기가 이륙할 때는 천천히 올라가기때문에 귀의 먹먹함이 덜했는데 하강할 때는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이거 중이염아닌가.. 중이염이라기에는 귀에 열이 나거나 쑤시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시 시드니에서 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에서 호텔 로비에 나의 부사무장님과 사무장님께 몸이 많이 안 좋고, 사실 어제 귀가 먹먹해서 많이 힘들었다, 오늘 만약 나의 행동이 매우 느리고 잘 못 알아듣는다해도 양해 부탁드린다며 말씀드렸다. 다행히 두분 다 좋으신 분들이라서 나를 이해해주셨다. 또한 같은 국적의 선배님께서 갖고 계신 약을 챙겨주셔서 먹었더니 다행히 본국에 착륙할 때 귀의 먹먹함은 별로 없었다. 있었어도 아주아주 미비했었다. 본국에 내리자마자 다들 나에게 꼭 쾌유하라면서 병원에 가라고 말해줬다.

자고 일어나 바로 아침에 회사 제휴 병원에 갔었다. 결과는 다행히 심한 코감기로 인한 후유증이 심해서 귀가 먹먹한거지, 결고 귀 안에 중이염으로 인한 염증이나 붓거나 하지는 않았다며 푹 쉬고, 비행은 가도 될 것 같다고 판정받았다. 다행이었다. 약 처방을 받고 터벅터벅 집에 돌아오는데, 내 동기들과 친한 언니들에게 말하니 원래 코가 막히거나 감기 걸리면 비행하면 안된다고 했었다. 기압차로 인해서 귀 안에 이관이 심하면 팍 소리나면서 터지면서 엄청난 고통과 함께 귀가 안 들리고 최소 7일은 쉬어야한다고 했다. 다들 놀라서 괜찮냐면서 왜 몸을 무리해서 비행을 갔냐고 걱정 반 잔소리 반을 해주었다. 정말 나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음악 좋아하는 나인데... 귀가 안들리면 상상도 할 수 없숴!!!

참고로 이번 시드니 비행은 총체적 난국이었던 것이, 일회용 렌즈를 안 가지고 온 것을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던 중에 깨달았던 것. 매번 철저한 준비성으로 미리 준비하던 나였는데, 왜 까먹고 이번에 안 가지고 온 건지... 정말 식은땀이 줄줄 흘렀었다. 어떡하지... 렌즈 없는 나는 장님인데... 그렇다고 안경을 끼고 일을 할 수는 없었다. 결국 더러웠지만... 어제 쓰고 버린 일회용 렌즈를 다시 찾아 렌즈액으로 세척해서 재사용했다. 다만, 한 쪽은 접혀서 아예 찢어져서 렌즈 한 쪽만 끼고 일했었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번 시드니 비행은 몸도 아프고 렌즈 한 쪽을로 7시간 15분을 버티면서 일하던 아주 힘든, 내 평생 기억에 남을 비행이 되었다. (또 함께 일한 크루들이 대부분 이제 비행한 지 1달~2달 밖에 안되거나 첫 비행이었던 친구들이라 내가 그 친구들을 커버하기 위해서 3~4배는 더 뛰어다니고 일했었기에 더 힘들었다...하핳...)

지금 일기를 쓰는 2024년 6월 9일은 다행히 감기가 많이 나았다. 꾸준히 약은 챙겨먹고 있고, 몸도 많이 나아서 다음 비행은 무리없이 잘 갈 수 있을 것같다. 아니 왜 나는 인도 비행만 갔다오면 감기에 걸리고 아픈 지 모르겠다... 인도 비행에서는 앞으로 마스크를 껴야겠다. 하핳... 어떻게 보면 미련하게 일한다고 볼 수 있었지만.. 이번에 크게 아프면서 느낀 점이 많아서 이젠 살기 위해 운동해야겠다면서 금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동네 공원에서 조깅 및 유투브 보면서 운동을 50분하고 돌아왔다. 매우 덥고 습해서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하고 근육도 풀려서 좋았다. 앞으로는 정말 살기 위해서 운동해야겠다. 그동안은 비행하면서 워낙 많이 운동하니까 일하는 것이 곧 운동이라고 생각하면서 안했는데 이제는 안 될 것 같다 ^^.

그리고 이젠 너무 무리하면서 일하지 않을려고 한다. 내 몸... 내가 아껴야지... 해외에서 혼자 아프니까 서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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