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부정적인 성향으로 타고난 거면 극복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선생님 저는 20대 내내 오랜 기간 우울해왔어요. 지금껏 제가 쌓은 인간관계도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취업을 한들 잘 적응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까요? 자신 없어요 전. 전 제 우울증이 안 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고 싶지 않지만, 사고가 부정적으로 흘러가요.. 이런 부정적 임도 성격이 될 수 있을까요?
A. 나아질 수없다고 생각하는 건 그럴 거 같은 느낌이 아닌가요? 여기 많이 오시는 분들을 보면 취업을 하거나 상황이 바뀌어서 나아지시는 분들 많아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섣부르게 판단하는 건 안 좋아요.
실제와 느낌을 헷갈려하지 마세요.
물론 낫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적어요. 소나님.
나아질 수 있어요.
저는 지금까지 인간관계에서 오랜 기간 고립되었고, 상처받는 관계만 만들어왔어요. 특히, 연애에서는 상처뿐이었죠. 저랑 20대를 전부 같이 했던 전남자친구가 다른 사람과 결혼 후 만나자 연락을 해온 적도 있고요. 그 후로 안정적인 관계를 맺어본 적 없어요. 저는 결혼도 못할 거 같아요. 사람을 못 믿겠어요. 저만 이렇게 혼자 고통받는 게 너무 화나고 속상해요. 작년 겨울은 그 사람에게 연락을 받고 너무 힘들어 죽을 생각도 했어요. 웃기죠.
미친놈이네요. (직설적인 의사 표현에 놀랐다.)
그런 사람은 소나님이나 저 같은 사람들은 평생 이해 못 할 거예요. 사고 회로자체가 뇌구조가 다른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을 이해하려 들지 마세요. 누구든 생각이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생각 이외에 행동을 봐야 해요.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올 수도 있겠지만, 모두가 바람을 피지는 않잖아요. 화나는 건 당연해요. 소나님은 피해자이잖아요. 저라도 화날 거 같아요.
솔직히 너무 화가 나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기적이게 들릴지 몰라도 이 사실을 알리고 싶었어요. 만약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실 거 같으세요.
저라면 알릴 거 같아요. 반대할 생각 없어요. 근데 잘 생각해 볼 게 있어요. 내가 그 사실을 알려서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내가 괜찮을지 생각해봐야 해요. 만약 그 사람이 힘들어했을 때 내 심정을 어떨지. 죄책감을 느낄지 괜찮을지 나도 함께 상처받을지 생각해봐야 해요. 종이에 잘 적어 보세요.
사건을 멀리서 떨어져서 관찰하는 법이 중요해요.
만약 소나님 친구가 그런 상황이라면 뭐라고 말해줄래요? 다행일 수도 있다고. 아이라도 생기기 전에 알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격하게 함께 공감해 준 선생님께 고마웠고, 무조건 지지가 아닌 내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주셔 감사했다.
겁도 없는 그의 태도와 무책임함에 놀랐었다.
뻔뻔하게 나한테 어떻게 다시 연락을 할 수 있는지. 내가 그의 가정을 파탄 낼 수 있을 거란 걸 알면서..
하지만 그는 내가 그러지 못할 것을 알기에 그런 태도로 나를 택했던 거 같다.
그 당시, 나는 증오를 느낄 법 한데 원망하는 법보단 합리화하는 법에 더 특화되어 있었다. 양가감정이 매우 컸다.
무가치함을 알면서도 확인받고 싶을 때가 있다.
지난날 난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지. 또 나에게 진심이 있었는지. 내 삶에 그런 큰 영향을 미치고 혼자 가정을 꾸리고 잘 산다는 사실에 무너졌고 그런 그 사람을 맘 놓고 미워하지 못하고 변호하던 나 자신이 싫었다.
난 그 사람이 나보다 더 힘들어할까 침묵했고, 앞으로도 침묵하게 될 것임을 짐작한다.
하지만, 이젠 그를 위해가 아닌 나를 위해.
침묵으로써 나를 지키며 살아갈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