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리뷰(?)
이번 주는 선거일로 인한 병원 휴무로 인해 상담을 쉬어가기로 했다. 그 덕분에 처음으로 약을 2주 치를 받아왔다. 2주 치를 한 번에 받으니 양이 상당했다.
“어머나...”
카페에서 약을 아무 생각 없이 후루룩 펼쳐본 나를 보고 옆자리 아주머니가 입틀막을 하셨다..
그렇지.. 나도 보고 놀랐는데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젊은 사람 약봉투에서 후루룩 나온 약들을 보고 얼마나 놀랐겠는가.
나도 내가 이 정도로 아픈 사람은 아닌데..라는 생각과 사람 참 겉모습으로는 모르겠구나란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 다닌 지 한 달 차, 후기(?)를 남겨보겠다.
선생님의 진료 스타일을 파악해 보자면, 철저히 내가 입을 열기를 기다려주시는 분이다. 예를 들자면, 딱 벽에 다 대로 이야기하는 기분이다. 이 말이 나의 말에 공감을 안 해준다가 아닌 내 말을 끊지 않으신다는 뜻에 가깝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해 주신다.
들어가 상담을 시작하면, “안녕하세요.” 말고는 겉치레 인사 따위는 필요 없다. 뭐랄까 나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다 들으시지만, 사적인 감정은 섞고 싶지 않으신 듯 지극히 차갑게 인사말 따위는 하지 않으신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실과 감정엔 집중해주시지만 에피소드 외적인 일엔 동요하시지 않는다. 신뢰관계를 쌓기 위해 적당한 유도리를 부릴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으신 건지 그런 딱딱한 분위기를 만드신다.
선생님께는 진료실이란 공간이 익숙한 공간이겠지만, 차갑고, 고요한 진료실이 나에겐 너무 어색하고, 어렵게 다가온다. 그런 관계로 유지 중이다. 한 달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진료실 내 어색한 분위기는 적응할 수 없다. 어색함을 이겨보려 웃어도 보았지만, 돌아오는 무반응에 처음엔 당황스럽고, 선생님이 점점 무서웠다.
그렇다고, 기계 같고, 냉소적인 분이 아니시다...!
“안녕하세요.”하며, 매번 한참 어린 나에게 90도로 정중히 인사해 주시는 분이고, 어느 날 예약시간에 늦어 헐레벌떡 들어오며, “제가 뛰어오느라 좀 숨이 차서... 힘들었어요 ㅎㅎㅎ” 하며 들어오면, 웃으며 “고생했어요.”라고 아주 짧게 인간적인 말을 해주시기도 한다.
또한, 상담에서 나오는 나의 우울 에피소드에 집중해 주시며, 필요할 시 개입해 주신다. 내가 이야기에 깊게 집중할 수 있도록 또는 중요한 순간에 말을 이어갈 수 있게 해 주신다. 또, 나의 주요 우울에피소드에 가지를 쳐 나의 가족관계, 어린 시절, 인간관계, 업무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연결시켜 상황을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신다.
아직 만족하며 다니고 있긴 하다.
인기가 많으셔 예약이 힘들고, 피치 못할 사정으로 예약을 변경해야 할 때면 데스크 선생님의 한숨을 들어야 하긴 하지만,,
상담이 없는 주면 아쉽고, 불안한 마음이 크게 든다.
방송과 다른 선생님을 보며, 처음엔 낯설고, 무서웠지만, 내가 불안해하는 부분에 있어서 명확하게 설명해 주시고, 섬세하게 바라봐주는 부분에서 자상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