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조명 앞에 빛이 부서져 내리던 밤
비가 오고 있었다.
오랜만의 비였다.
우산을 챙기지 않아
편의점 앞에서 잠시 서 있었다.
그녀가 그곳에 있었다.
작은 투명 우산 아래,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화면 불빛이 얼굴에 비쳤다.
눈이 마주쳤다.
서로 놀라지도 않았다.
그냥, 잠깐 미소를 지었다.
“비 맞고 계시네요.”
그녀가 말했다.
“아... 네.. 그냥 잠깐 서 있었어요.”
“감기 걸리면 안 돼요.”
그녀는 우산을 조금 기울였다.
우산 끝이 내 어깨 쪽으로 넘어왔다.
그 안으로 들어가야 할지 잠시 망설였다.
“괜찮아요. 코 앞이라.”
“그래도…”
그녀는 말을 잇지 않았다.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서로의 침묵을 대신했다.
잠깐의 정적.
그녀의 손끝이 우산대를 꼭 쥐고 있었다.
손톱 위로 빗물이 떨어졌다.
나는 그걸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잘 지냈어요?”
그녀가 물었다.
“네. 뭐.. 그냥, 그대로..”
“그래요… 다행이에요.”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끝에 약간의 떨림이 있었다.
그 떨림이 오래전 밤처럼 느껴졌다.
비가 조금 더 세졌다.
사람들이 서둘러 지나갔다.
우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이상하죠.”
“어떤 게요?”
“비 오는 날마다, 괜히 옛날 생각이 나요. 그쪽이랑 저 꽤 가까워질 뻔했죠?"
"네 확실히 그랬었죠"
웃음이 나왔고
이내 그녀도 따라 웃었다.
그 웃음 속에는
말하지 못한 수많은 대화가 섞여 있었다.
그녀가 우산을 내 쪽으로 더 밀었다.
“또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거 그냥 쓰세요. 감기 걸려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작은 인사를 남긴 채 돌아섰다.
멀어지는 그녀 위로
가로등 불빛이 흔들렸다.
나는 한참 동안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우산도, 비도, 그녀도
모두 잠시 스쳐간 것뿐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그날의 빗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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