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가을이 오기도 전에 눈이 내렸다

가끔은 계절보다 먼저 찾아오는 감정이 있다

by 추설

아침부터 공기가 이상했다.

하늘이 너무 밝아서, 오히려 더 차가워 보였다.

가을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점심 무렵부터 작은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비처럼 흘러내리지도 않고,

눈처럼 쌓이지도 않았다.

그저 허공에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어디에도 닿지 않는 눈이었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회사 창문에 이마를 대고 그걸 한참 바라봤다.

하얀 입자가 천천히 떨어졌다가,

빛에 닿자마자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의 마음 같았다.

닿기 전에 녹아버리는 마음.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그녀가 떠오른 건 그때였다.

작년 이맘때쯤,

가로수잎이 노랗게 변하던 날

그녀는 내게 말했다.

“겨울이 오면, 사람 마음이 조금 느려지는 것 같아요.”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저 예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사람의 마음도 계절처럼,

가끔은 순서를 잃는다는 걸.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가을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눈이 내려버리는 것처럼.

이유 없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연락할 일도, 만나야 할 이유도 없지만

이상하게 그 사람의 이름이

조용히 떠오르는 날.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리의 나무들은 아직 단풍색을 품고 있었다.

그 위로 눈이 내려앉았다.

붉은 잎 위에 흰 입자가 녹아드는 그 모습이

묘하게 아름다웠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그걸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마 그리움이라는 건,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계절이 어긋날 때마다

다시 피어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고.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눈은 금세 멎었다.

하늘은 다시 맑아졌다.

하지만 그 짧은 눈발 속에서

나는 오래전 한 계절을 다시 만났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오늘, 가을이 오기도 전에 눈이 내렸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을 조용히 떠올렸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표지.jpg 작가의 로맨스 출간도서 『세상에 없던 색』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7444521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18화퇴근길, 비가 내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