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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난 뒤, 다시 만났을 때

그녀의 말투는 달라졌지만, 눈빛은 그대로였다

by 추설

그녀를 다시 본 건 생각보다 평범한 날이었다.

비가 오지도, 바람이 불지도 않았다.

그냥, 조금 흐린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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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을 열었을 때

그녀가 있었다.

창가 자리,

예전처럼 커피를 앞에 두고 있었다.

머리카락이 조금 짧아졌고,

표정은 예전보다 차분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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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자

그녀가 잠시 놀란 듯 웃었다.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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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한마디가 조금 낯설었다.

예전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우리 사이엔 이름만 불러도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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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 위엔 식지 않은 커피와

반쯤 읽힌 책 한 권이 놓여 있었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페이지 모서리를 만지작거렸다.

습관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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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어요?”

“응, 그냥… 늘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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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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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침묵이 이상하게 편했다.

그녀의 손끝이 컵을 돌리다가 멈췄다.

“그날 이후로,

커피를 거의 못 마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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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었다.

“왜.”

“그냥요. 맛이 좀 달라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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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커피 맛이 달라졌다는 건

아마 나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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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잔을 내려놓았다.

눈을 잠깐 감았다가 떴다.

“이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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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확실히 예전보다 단단했다.

그녀가 컵을 잡은 손이

아주 잠깐 떨리는 걸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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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굳이 위로할 이유도,

붙잡을 이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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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해가 조금 기울고 있었다.

사람들이 오가고,

그녀의 그림자가 바닥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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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우연이에요.”

그녀가 그렇게 말하고,

잔을 들어 마지막 한 모금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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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이 끝이었고,

그게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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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인사를 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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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자

잔 속의 커피가 조금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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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커피를 마실 때마다

그 향이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그게 사랑의 잔향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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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jpg 작가의 로맨스 출간 도서 『세상에 없던 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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