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계절보다 먼저 찾아오는 감정이 있다
아침부터 공기가 이상했다.
하늘이 너무 밝아서, 오히려 더 차가워 보였다.
가을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점심 무렵부터 작은 눈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비처럼 흘러내리지도 않고,
눈처럼 쌓이지도 않았다.
그저 허공에 잠깐 머물다 사라지는,
어디에도 닿지 않는 눈이었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회사 창문에 이마를 대고 그걸 한참 바라봤다.
하얀 입자가 천천히 떨어졌다가,
빛에 닿자마자 사라졌다.
마치 누군가의 마음 같았다.
닿기 전에 녹아버리는 마음.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그녀가 떠오른 건 그때였다.
작년 이맘때쯤,
가로수잎이 노랗게 변하던 날
그녀는 내게 말했다.
“겨울이 오면, 사람 마음이 조금 느려지는 것 같아요.”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그저 예쁜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사람의 마음도 계절처럼,
가끔은 순서를 잃는다는 걸.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가을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눈이 내려버리는 것처럼.
이유 없이,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연락할 일도, 만나야 할 이유도 없지만
이상하게 그 사람의 이름이
조용히 떠오르는 날.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리의 나무들은 아직 단풍색을 품고 있었다.
그 위로 눈이 내려앉았다.
붉은 잎 위에 흰 입자가 녹아드는 그 모습이
묘하게 아름다웠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나는 잠시 숨을 멈추고 그걸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마 그리움이라는 건,
시간이 흘러도 사라지지 않고,
계절이 어긋날 때마다
다시 피어나는 감정일지도 모른다고.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눈은 금세 멎었다.
하늘은 다시 맑아졌다.
하지만 그 짧은 눈발 속에서
나는 오래전 한 계절을 다시 만났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오늘, 가을이 오기도 전에 눈이 내렸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람의 이름을 조용히 떠올렸다.
가을 / 첫눈 / 그리움 / 계절 / 감성 /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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