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준비 때문에 아침에는 불가능하고, 퇴근하고 저녁 먹기 전에 잠깐, 목욕하며 잠들기 전까지 잠깐, 이렇게 합쳐 보니 하루에 2시간 남짓이다. 그마저도 야근이 없는 칼퇴를 기준으로 한 것이니 실제로 평균을 내보면 더 적을 수도 있다. 어떤 날은 주말에도 출근을 했기 때문에 나는 생각보다 아주 적은 시간을 아이와 보냈다.
이 생각이 들고 곧장 육아휴직을 했다. 아이가 자라는 것을 하루 보지 못하는 것도 아까운데, 일에 치여 사느라 귀한 시간을 흘려보낸 것 같아 미안했다. 회사 눈치 보느라 지체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내가 머뭇거리는 동안에도 아이는 자라고 있다.
육아휴직을 한 후에 제주살이를 결심 했다. 앞으로 1년 동안 급여가 없을 것이기에 생활이 빠듯하겠지만, 아내와 내가 사랑했던 제주도를 아이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개략적인 비용을 산출해 본 후에 몇 년 모아두었던 적금을 깼다. '돈은 또 벌면 되지만 아이가 크는 시간은 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났다.
제주살이를 위해서는 준비할 것이 많았다. 아이와 함께 한 달을 살려고 하니 제주도에 도착하는 것도 막막하게 느껴졌다. 중요한 것을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1. 거주지역
제주도의 크기는 서울의 3배 정도다. 생각보다 아주 넓고 큰 섬이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포함한 12개 읍/면 단위가 있는데, 지역에 따라 자연경관과 기후차이가 크다. 지역을 고르며 로드뷰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집에서도 제주도의 거리를 볼 수 있는 이 기능은 정말 기술의 축복이다.
2. 숙소
2살 아이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 보았다. 숙소의 크기, 층간 소음 여부, 마당 등 아이가 뛰어놀 수 있는 공간, 병원과의 거리, 관광지 접근성, 주변 식당 등을 알아보느라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이다.
3. 거주기간
보통 보름살기와 한달살기를 많이 하는데 우리 가족은 기간에 제약이 없었기 때문에 한 달 반(45일)을 머물기로 했다. 아쉬움도 지루함도 들지 않는 기간이라 생각되는 일정으로 아내와 상의를 통해 결정했다.
4. 이동방법
이동방법에는 크게 비행기와 배가 있고, 자동차를 가져갈 것이냐에 따라 좀 더 세부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배를 타고 갈 생각이었는데, 여러 가지 조건을 따져본 후 사람은 비행기로 이동, 차는 별도 업체를 통해 탁송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 가족은 4월 초부터 5월 중순까지 45일 동안 제주도에 살았다. 회사 걱정, 돈 걱정 하느라 막연히 꿈만 꾸던 일이었는데, 막상 가려고 마음먹으니 별것 아니었다. 그리고 굉장히 소중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제주살이를 꿈꾸는 가족을 위해 우리의 여행기를 글로 남기기로 했다. 장기여행을 준비하며 습득한 팁과 제주살이의 행복했던 추억을 공유하며, 나처럼 꿈만 꾸고 있을 당신에게 용기를 줄 수 있도록. 부디, 이 책이 아이와 제주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실용적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