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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맛있다"라는 말을 배워가는 과정(북,제주시)

아이와 함께 먹은 제주맛집 후기

by 시골쥐 Oct 18. 2023

제주도를 여행하는 사람 중에 제주시를 거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공항과 여객선 터미널이 있는 곳. 제주시는 제주를 드나드는 출입문이다. 그래서 번화한 도시가 되었지만, 제주의 감성을 가장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가장 제주 같지 않은 곳에서 가장 제주 같은 음식을 만난 식당을 소개한다.


1. 누룽지식당

위치 : 제주시 고산동산6길 15-1

영업시간 : 10:30 ~ 21:00 / 일요일 휴무

별 점 : 카카오 미제공, 시골쥐 가족 5.0점

추천메뉴 : 고등어조림, 전복돌솥밥

가장 좋아하는 식당이다. 나는 제주도를 갈 때마다 꼭 이곳을 간다. 제주시 도심 한가운데, 하지만 토박이들이 사는 골목 입구에 있는 식당. 그래서 더 정취가 느껴지는 곳이다.

갈치조림도 좋지만, 고등어조림을 추천한다. 더 푸짐하고 저렴하다. 구이도 맛있다. 모든 생선이 신선해서 전혀 비리지 않다. 방금 잡은 생물로 요리한 느낌이다.

공깃밥이 없다. 돌솥밥만 하기 때문에 식사를 넉넉히 주문하는 것이 좋다. 전복돌솥밥을 시키면 마가린과 양념장을 주신다. 정말 꿀맛이다(일반 돌솥을 시켜도 요청하면 주신다).

조림에 들어간 콩나물과 야채로 한 그릇, 생선살을 신선한 쌈에 싸서 또 한 그릇을 먹는다. 그리고 돌솥에 물을 부어 누룽지를 만들어서 잘 익은 무와 함께 마무리. 기분이 행복해진다.

<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


2. 대춘해장국 본점

위치 : 제주시 연북로 398 1층

영업시간 : 06:00 ~ 15:00 / 월요일 휴무

별 점 : 카카오 4.4점, 시골쥐 가족 4.5점

추천메뉴 : 선지해장국, 내장탕

어수선한 외관 때문에 흠칫 놀랐다. 유명하다는 해장국집을 여러 곳 가봤지만 이렇게 어수선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실내는 깔끔하다. 음식은 더 그렇다. 반전매력을 노린 걸까.

내장탕을 받고서 어묵탕이 나온 줄 알았다. 그만큼 맑고 개운한 국물이다. 그동안 먹어왔던 진하고 텁텁한 내장탕과 차별화된다. 계속 먹게 되는 매력이 있다.

선지해장국은 예상하는 맛 그대로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개운한데 맛이 진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지가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부드럽고 깨끗하다.

밑반찬이 많지 않다. 주문할 때 꼭 매운 양념을 빼달라고 해야만 아이가 먹을 것이 있다. 우리 아이는 국물을 좋아하는 편이라서 그런지 선지와 내장탕을 모두 잘 먹었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제주의 유명한 해장국집들 중에서 가장 실망하지 않았던 곳이다. 

<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


3. 본날

위치 : 제주시 용해로 74

영업시간 : 10:00 ~ 20:00 / 화요일 휴무

별 점 : 카카오 4.8점, 시골쥐 가족 3.5점

추천메뉴 : 등뼈구이

용두암렌터카와 같은 부지에 있다. 공항에서 멀지 않지만 조금 둘러가는 길이니 여행일정에 따라 방문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몸국, 고사리육개장, 고기국수 등 제주 향토음식 중 접짝뼈국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알게 된 곳이다. 고기국수와 파채순대, 등뼈구이가 있다.

엄청난 내공의 노포맛집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깔끔하고 깨끗한 현대적인 맛이다. 접짝뼈국은 뽀얀 감자탕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순대와 국수는 예상하는 맛이다.

아이가 등뼈구이를 좋아했다. 큼지막한 등뼈에 돼지갈비 맛이 나는 양념을 발라 불향이 나게 구웠다. 맛이 없을 수 없는 조리법이다(엄청나게 특별한 맛은 아니다).

꼭 찾아가 보라고 권장하고 싶진 않다. 실패하지 않을 맛이지만 특별한 추억이 될 맛은 아니다. 근처에 있다면, 가벼운 점심메뉴로 적절할 것 같다.

< 사진출처 : 네이버 블로그 >


4. 칠돈가 본점

위치 : 제주시 일주서로 7779 칠돈가 본점

영업시간 : 11:30 ~ 22:30

별 점 : 카카오 4.3점, 시골쥐 가족 4.4점

추천메뉴 : 흑돼지 근고기

본점 외에 제주도 내 8개의 분점이 더 있는 흑돼지 프랜차이즈다. 개인적으로는 여태껏 먹어본 흑돼지 식당 중에 칠돈가가 가장 기억에 남고, 분점을 두 곳 정도 가보았는데 본점만 못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흑돼지의 시세는 한 근에 66,000원 정도로 어느 곳을 가든 비슷한 시세가 형성된 것 같다. 한우보다는 저렴하고 백돼지보다는 비싸다.

여느 집들과 마찬가지로 직원분이 구워주시기 때문에 최적의 상태인 고기를 먹을 수 있다. 멜젓, 고추냉이 등을 취향대로 곁들여 먹으면 된다.

다른 곳보다 특별한가?라고 물으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다만, 기억 속에서 가장 인상 깊은 흑돼지 집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고기 품질과 맛이 훌륭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 사진출처 : 칠돈가 홈페이지 >


아내와 제주도를 꽤 여러번 갔었다. 아이와 함께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이를 중심으로 메뉴를 찾다보니 그간 경험하지 못했던, 생각하지 못했던 음식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가족 구성원이 달라지니 생활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고, 먹는 것이 달라졌다. 왠지 어른이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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