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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벽한오늘 Sep 07. 2023

퇴사 후, 아이와 떠난 제주한달살이 후 느낀점 12가지

아이와 단 둘이 떠난 제주 한달살이 


퇴사 후 아이와 한달살이를 다녀왔다. 

제주 한달살이는 버킷리스트였지만, 생각만큼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아이와 단둘이 떠난 길이기게 모든 준비와 책임을 짊어져야 했고, 체력적인 부분도 만만치않았다. 

아이와 놀아주고, 차를 운전하고, 여행 정보를 찾고, 글까지 쓰려니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아이와 제주 한달 살이를 통해 느낀점은 다음과 같다.  





1. 숙소 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너무 외진 곳은 비추이다.


특히 여름에는 한 낮은 너무 뜨거워서 이른 아침이나 밤에 산책을 해야한다. 

그런데 너무 외져서 걸어갈 곳이 마땅치 않거나, 위험하면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그러면 산책은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린다. 

아침과 밤의 이동이 안되면 하루 중 활용 시간도 짧아진다.


걸어서 이동하는 곳에 식당도 없으면, 친구가 놀러왔을 때도 술을 마시려면 대리를 불러야한다. 


대리를 해 주는 식당이 있기도 했다. 

하지만 많지 않다.

무엇보다 첫번째로 신경써야 할 것은 숙소 위치임을 절감했다. 

다음에는 해수욕장근처나 적어도 도보거리에 식당과 편의점이 있는 곳을 선택 할 것이다.    

외진 곳 보다는 시끄러워도 번화가가 나은 것 같다. 


여행 컨셉에 따라서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와 함께 여름에 갈 예정이고, 물놀이 중심으로 여행할 예정이면, 해수욕장이나 도민 추천 물놀이장, 수영장이 있는 숙소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너무 바닷가 앞은 곰팡이가 잘 생긴다고 한다. 

내 숙소에고 갑작기 곰팡이가 올라와서 퍼지기 시작했다. 

아이가 기침하고, 옷까지 곰팡이가 퍼져나가서 숙소 주인에게 이야기했고, 방을 바꿔주셨다. 



2. 생각보다 지출이 크다. 


순간 재취업마저 고민되었다.

제주 살이를 하고 보고, 경험할 수록 아이가 하고싶고 먹고싶고 사고싶어하는 것이 자꾸 생겨난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지는 것은 환영 할 일이지만, 체험비는 식비보다 훨씬 비싼 경우가 많다. 


제주에서 갑자기 아이가 바다 앞에 있는 테니스장을 보더니 테니스가 하고 싶다고 했다. 

제주에서 테니스...

멋질 것 같아서 알아봤더니 가격이 만만치않았다. 

그래도 아이가 원하는 것이니 함께 해 보자며 눈물을 머금고 신청했지만, 결국 내 갈비뼈 부상으로 아이만 1회기 체험으로 그쳤다. 


예산이 타이트하게 잡히면 여행 내내 스트레스이고, 나중에는 기존 예산이 비현실적이어서 예산을 무시하고 막 지출하게 되었다. 


예산을 실현 가능하게 넉넉히 잡아야 지키는 맛도 생기는 것 같다. 


체험단, 할인 패키지 활용은 필수이다. 

3. 블로그를 소소하게나마 운영하고 가면 좋다.


블로그 체험단으로 현지인 맛집, 문화 체험단으로 무료 이용 가능하다.


블로그 일일 방문자와 조회수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제주는 체험단 모집 사업장이 많아서인지 신청한 곳에서 꽤 많이 선정이 되었다. 

모집인원보다 지원자 수가 적은 업체도 있었다. 

블로그 체험단을 통해 외식비는 거의 들지 않았다. 

글을 작성하는 일도 많이 하니 익숙해져서 생각보다 번거롭지 않았다. 

블로그를 소소하게라도 꾸준히 운영 중이라면 도전 해 볼만하다.


블로그 체험단 사이트(강남맛집, 레뷰, 디너의 여왕, 링블, 슈퍼멤버스 등)를 참고해서 진행하면 된다.

합산 금액 40만원 상당 체험단 선정(액티비 체험은 선정된 후 갈비뼈 골절로 취소함 ㅠ)


블로그 컨텐츠 작성 노하우도 생기고, 컨텐츠 확보하기 좋다. 

제주 한달살이 가기전에 블로그를 조금이라도 더 키워놓고 가는 것도 좋겠다.



4. 아이의 새로운 모습 발견할 수 있다.


둘이 하루종일 붙어있으니 가끔 투닥거리기도 했다. 


어느새 자기 주장하는 나이가 되어 물놀이 말고 산책 코스나 관광코스를 가자고 하면 안간다고 했다. 

혼자서 도서관에서 책을 읽겠다고 했다. 

그래서 아이는 도서관에 내려주고 혼자 관광을 다녀온 적도 있다. 

벌써 사춘기 왔나 싶었다. 


그래도 아이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되었다. 


아이가 생각보다 미식가였다. 

맛에 대한 평가가 섬세하고 명확했다. 

식감이나 국물 맛의 차이까지도 자세히 설명해줘서 블로그 글 쓰는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여행 중 아이와 내 채널들을 관리할 때에도 서로 아이디어 회의나 컨텐츠 구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이가 파트너가 되어서 영상 편집 꿀팁도 공유하고, 서로를 격려한다. 


그리고 또 인정하게 된 사실은..


아이는 나보다 유튜브를 더 신뢰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역시 나보다 트랜디 하다는 것.

어쩜 이리 새로운 기술로 센스있게 영상을 편집하는지 감탄을 금치못했다.




5. 부상에 주의해야한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상은 여행 전체에 영향을 준다. 

서핑 중 갈비뼈 금갔다. 

스쿠버 다이빙과 테니스는 취소해야 했고, 서핑도 몇 번 더 하려고 했지만 못했다. 

물놀이도 온전히 즐기지 못하고, 해변에서 달리기도 날아갔다. 

체험단으로 선정되어 고가의 체험을 무료로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너무 아쉬웠다. 

그리고 보호자없이 타지에서 아프면 너무 서럽다.


아픈 갈비뼈로 일어나기도 힘든데 아이 밥을 챙겨주고, 병원도 알아서 찾아가야 하고, 아이와 약속한 관광은 소화해야 했다. 

병원 문이 닫을 시점이라서 아픈 몸으로 병원 5~6군데를 찾아다니는 일은 여간 서러운 일이 아니다.

남편 생각이 절로 났다.



6. 이동 동선이 중요하다. 


나는 운전경력 13년차이고, 운전을 좋아한다. 

온전히 드라이브를 위해 차를 몰고 나가는 일도 많고, 3시간 운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제주 운전은 다르다. 

긴장되고 피곤하고, 차가 너무 막힌다. 

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고, 신호도 많다.

좁고 어두운 길이 많아서, 네비게이션 도착 시간이 점점 늘어난다. 


다시 육지로 와서 운전을 하며 다시금 깨달았다.

육지에서 운전은 일도 아님음..

제주한달살이는 이동 동선이 많지 않는 것이 좋겠다. 

특히 제주시, 제주 공항 쪽은 동선을 더 잘 짜야 할 것 같다. 



7. 결혼 10년만에 남편이 처음으로 애틋했다.


혼자 아이 케어하고, 아프기까지하니 남편 생각 절로 난다. 

지출이 커질수록 남편 카드가 그립기도 했다. 

남편에게 보고싶다고 운 것이 연애기간까지 다 해서 처음인 것 같다. 

남편이 옆에 있어주면 한 생각이 계속 밀려왔다. 

남편도 퇴근 후 혼자 집에 들어왔을 때 조용하고 아무도 없으니 쓸쓸하다고 했다. 

물론, 편하고 좋기도 했겠지만..

쓸쓸하고 그리웠다는 말을 믿기로 했다. 



8. 소설과 에세이를 만끽했다. 

처음에는 퇴사로 인해 마음이 불안해서 자기계발서를 빨리 읽고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에 조급해졌지만, 점점 여유를 되찾고, 여름이나 바다, 여행 향기 짙은 소설과 에세이를 찾았다. 

제주 도서관은 6군데 정도 다니며, 새로운 책들을 탐닉했다. 

제주는 도서관이 너무 잘 되어있다. 

A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B도서관에서 반납할 수 있다. 

여행 중에 도서관만 있으면 들어가서 반납하고 새로 빌릴 수 있고, 도서관 별로 제한 도서 수는 별개라서 많이 빌릴 수도 있다. 


오디오북 대여와 도서관 추천도서를 읽는 재미도 있다. 

이동 오디오북을 들으니, 지루하지 않게 이동할 있다. 

바닷가근처의 예쁜 독립서점도 좋고, 도서관 별로 다른 분위기를 만끽하는 재미도 있다.

카페같은 도서관도 있었는데, 가봤다. 

다음에는 다른 도서관들을 가보고 싶다.  



9. 생각이 환기된다.


역시는 역시다. 

여행, 그것도 제주도의 좋은 풍경을 보니 절로 생각이 확장된다. 


퇴사 후에도 이어지는 긴장감, 조급증이 조금 나아졌다. 

불안정한 시점의 여행이고, 특히 아이와 여행이라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 접고 여행 만끽을 위한 마인드컨트롤 필수이다. 


혼자하는 여행이나 친구와 단 둘이 하는 여행이면 생각 할 시간과 에너지가 있을 수 있지만, 아이와 단 둘이 하는 여행은 여유가 별로 없어서 미래에 대한 고민은 머리를 무겁게만 할 뿐이다.

 

지금, 여기의 여행을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10. 집에서 쉬는 것이 제일 편함을 느끼게 된다. 


집은 넓게 느껴진다. 

원룸에서 생활하다보니, 방이 있고, 주방이 있는 것이 새삼스러워진다. 

침대도 너무 편하다.

역시 내 침대, 내 이불, 내 공간...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맘 편하다.

제주는 쉬는 시간이 넘 아까웠다. 

더 놀고, 더 돌아다니고, 더 만끽해야 할 것 같았다.

쉬는 것은 집에서 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는 것을 새삼느꼈다. 


여행은 쉬러 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특히, 아이와 함께 하는 여행은 말 할 것도 없다.

여행독을 풀려고 하루종일 뒹굴거렸다. 

그것도 너무 좋다.




11. 배타고 가는 재미를 알게 되었다. 


차량 선적을 위해 배로 제주를 갔다. 

살면서 두번째였다. 

이전에는 그냥 배에 매점 하나 있는 정도였던 것 같은데, 왠 걸??


배가 너무 잘 되어있다.

코인노래방에 오락실, 맛집, 선상펍도 너무 좋다.

배를 타고 코인노래방가서 춤추며 노래부르고 오락실에서 오락도 했다. 

편의점에서 군것질거리를 사먹고, 바다를 한 번 보고 들어왔다. 

바다뷰의 테이블 자리도 넉넉해서 바다멍하며 드라마를 봤다.

드라마 속 잘생긴 남자 주인공을 보다가 바다 풍경을 봤다가, 지나가는 섬을 보다가 하니 이런 호강이 있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은 친구와 둘이 와서 회를 떠와서 야외에서 바다 앞에 자리 잡고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섬멍, 바다멍 실컷했다. 


SHIP캉스가 따로 없다.

배를 타고 가서 근처에서 하루밤 자고,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12. 아이와 놀아줄 친구 찾아주기


혼자 아이와 계속 놀아주는 일은 체력적으로 고된 일이다. 

운전도 해야하고, 다른 것들도 챙기고, 놀이까지 계속 같이 하다보면 쓰러질 것 같았다. 

하지만 아이가 혼자서 노는 것은 너무 심심 해 보였다. 


그래서 나중에는 또래 아이 중에 혼자 온 아이를 눈여겨 봤다. 

혼자 온 또래 아이도 심심해서 같이 놀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아이와 내가 비치볼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옆에서 쭈뼛거렸다. 

그러면 나는 어김없이 먼저 말을 걸었다.


"같이 할래?"


그러면 또래 아이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몇 번 같이 놀다가 나는 자연스럽게 빠져서 자리로 돌아와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봤다. 


아이는 또래 아이와 더 에너지 넘치게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어쩜 이리 금방 친해지는지..

방금 만나서 몇 학년인지 이야기하고는 형, 동생, 친구한다. 


그렇게 아이와 단 둘이 물놀이를 갈 때면 혼자 온 또래 아이를 먼저 찾는 것이 어느새 자연스러워졌다. 






퇴사 3개월차 계획했던 제주 한달살이는 이렇듯 시행착오의 연속인 시간이었다. 

아이도 잊을만 하면 제주를 이야기하며, 제주였으면 어떻게 했다는 상황극을 펼치고는 한다.


이렇게 버킷리스트 하나를 지웠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들로 퇴사 후 일상들을 채워나갈 예정이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죽어야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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