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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과 조민, 왜 분노하는가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돌베개 ]

    


[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 돌베개 ]


광화문과 서초동, 그 사이의 길.


 바로 얼마 전까지는 나라를 뒤흔드는 이슈라 해도 부족하지 않았고, 지금도 계속해서 정치권과 신문에 오르내리는 사건이 있다.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질 문제. 보수 야권에서는 '조국 참사'라고 이를 부르며 그의 사퇴를 계속해서 주장했고, 결국 그는 취임한 지 두 달을 채우지 못하고 장관직을 그만두었다.                                       

 나는 여기서 그가 실제로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따지고 싶지는 않다. 첫째로 사건이 현재 진행 중이기에 섣불리 말할 수 없고, 두 번째로 내가 말하고 싶은 이 북 리뷰의 주제가 이 사건의 원인보다는 '결과'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맞다, 제목에서부터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조국 사건으로 인해 반으로 갈라진 대한민국'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다.

 현재 광화문은 보수 측, 서초동은 진보 측 시민단체와 정당이 각각 점령해 격렬하게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로 얼마 전까지는 경찰의 차벽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이 두 세력은 서로의 바로 옆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목놓아 외쳤다. 보수는 조국 전 장관의 즉각적인 사퇴를, 그리고 진보는 이 조국 전 장관을 조사하는 검찰의 개혁을 주장한 것이다. 


 이러한 갈등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끼쳐 서로를 증오하게 만들었고,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이라고 단정 짓게 만들었다.

 건강한 사회, 올바른 민주주의 정치 제도 아래서 라면 시민 모두가 각자의 주장을 펼치고 표현하는 것은 당연할 뿐만 아니라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조국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빨갱이', '수구 보수'라며 헐뜯었고, 인정보다는 혐오에 가까운 감정을 표출했다. 


 나는 이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얼까 궁금해졌고, 그렇게 유시민 작가의 [ 나의 한국현대사 ]와 만나게 되었다.

 그가 이 책에서 정치면만을 다룬 것은 물론 아니다. 유시민 작가가 태어난 해인 1959년부터 2014년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를 그는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부분을 포함해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를 '사람'에 비유하자면 '머리' 역할을 하는 정치가 결국 주를 이룸은 어쩔 수 없기에, 그가 쓴 한국의 역사는 '집권 정치세력을 기준으로 삼아 구분되고 있다.

 유시민 작가는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부터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의 대한민국 역사를 말하고 있다. 혹시라도 '진보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그가 쓴 책이기에 내용이 편향되었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분이 있다면, 그럴 염려는 놓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단적인 예로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제 성장을 이끈 리더십과, 노태우 대통령의 통일을 위한 노력을 모두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것만 보아도 그가 얼마나 이 책을 쓰면서 중심을 잡으려 애썼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돌아와서, 그는 이 대한민국의 이념 갈등 즉 진보 대 보수를 '세대의 관점'에서 색다르게 바라보아 해답을 내놓고 있다. 즉 이념 갈등이라는 추상적인 정체 속에 실제로는 '진보라는 20~40대의 유권자들'과 '보수라는 50대 이상의 유권자들'이 서로 갈등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여기서 20~40대가 진보를 지지하는 이유를 '공정'으로, 50대 이상이 보수를 지지하는 이유를 '향수'라고 설명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렇다. 현재의 20~40대는 사회에 진출은 했지만 아직 그것을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권력'은 잡지 못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아직 사회의 밑부분을 떠받치며 기득권층의 온갖 부정부패를 목격했고, 또 실망하게 되었다. 이는 그들에게 '공정하게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간절히 바라게 했고, 이것은 진보 정권이 추구하는 가치인 '평등'과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50대 이상은 자신의 '청춘'을, 박정희 정권 혹은 신군부 정권의 시간에 바친 분들이다. 그들에게는 그 기간을 부정하는 것이 곧 '자신들의 젊은 시절을 부정하는 것'으로 느껴지게 된다. 즉 과거의 보수 정권이 잘못되었다면 자신들 역시 그릇된 시절, 그릇된 노력을 한 것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자신이, 자신의 젊은 모습을 부정하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보수 정권을 지지하는 것만이 그들에게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받을 수 있는 길이었고, 과거의 자신들의 영광을 기억하게 해주는 길이었던 것이다. 


 이 두 개의 세대 중에 누가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아니, 말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들의 주장이 각각 어떠하든, 그 동기만큼은 모두 '대한민국을 사랑하기 때문'이라 믿고 싶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갈라져 있는 나라를 보는 것은 역시 괴로운 일이다. 

 과연 이 '세대 전쟁'을 끝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정말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일까? 진정한 이해와 화해는 불가능한 것일까?


 유시민 작가는 [ 나의 한국현대사 ]에서 그 정답까지는 내놓지 않고 있다. 아마 그 역시도 '역사의 피해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 현재에 살고 있는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과감하게 예견할 수 있을까. 그것은 그 어떤 현명한 사람에게도 힘든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동시에 그가 앞으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 또한 느낄 수 있었다. 그 역시 한때 정치인으로서 갖가지 구설수에 올랐던 몸이다. 그만큼 이 이념 갈등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슬픈 일인지, 그는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 나의 한국현대사 ]는 다시는 그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유시민 작가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었기에, 한편으로 짠한 감정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이 세대 전쟁, 이념 전쟁을 헤쳐나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유시민 작가도 내놓지 못한 대답을, 설마 나에게서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라 믿는다. 하지만 이 부족한 나도 이것의 해결,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위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실천할 수는 있다. 


 나는 광화문도, 서초동도 원하지 않는다. 그 사이의 교차로에 모두의 손을 쥐고 같이 걸어가고 싶을 뿐이다. [ 나의 한국현대사 ]는 지금도 우리에게 '하나 된 한국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끊임없이, 또 잔잔하게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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