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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7분만에 마스터하는 법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장석주, 중앙북스 ] ​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장석주, 중앙북스 ] 


세상의 벽 위에 자신을 써 내려가는 일, 글쓰기.


 글을 쓴다는 것. 내 가슴을 단숨에 벅차오르게 하는 것. 가라앉아 있던 생각들이 음표를 달고 줄을 서는 것. 머리가 아닌 가슴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또 대개는 졸작이라는 실망감을 안겨주는 것. 자신을 의심하고, 다시는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기쁨보다 수많은 고통이 앞서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펜을 들게 하는 것.


 나는 예술에는 규칙이 없다고 믿는다. 예술은 항상 질서를 무너뜨리고, 이전에 있던 모든 것을 부정해야 하며 극단적으로 자신만을 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문학이라는 예술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그래서 나는 소위 '글쓰기 방법', '작문 지도'와 같은 종류의 책들을 혐오한다. 

 예술은 나라는 인간을 어떤 가식도 없이, 세상에 알몸으로 던져놓는 것이다. 그리고 온 우주를 뒤져도 나와 완전히 똑같은 존재를 찾을 수 없듯이, 내 예술의 정체성 역시 이전의 그 누구와도 같을 수 없다. 그런데 이렇게 써라, 저렇게 써라 하며 내가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남이 규정한다면, 그게 과연 진정한 예술이겠는가? 그런 책들을 읽느니 차라리 좋아하는 작품을 한 권이라도 더 읽는 게 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를 처음 집었을 때도 나는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부모님께서 사주신 책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했던 것이다. 그렇게 심드렁하게 페이지를 넘기던 나는, 내 좁은  '오만과 편견'에  마주하게 되었다. 

 저자인 장석주는 30년 넘게 글을 써온 자칭 '문장 노동자'다. 그는 스무 살 때 [ 월간문학 ] 신인상으로 데뷔한 후 평생 출판 편집자, 작가로서 살아왔다. 그는 매일 8시간씩 책을 읽고 4시간 동안 글을 써 내려간다고 한다. 이 어마 무시한 노력은 그를 글쓰기의 '달인'으로 만들었고, 그 정수가 이 책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에 담겨있었다. 


 내가 이 책에 반한 이유는 장석주 작가가 '자신의 글쓰기 방법'을 이곳에 욱여넣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글쓰기의 정의가 결코 하나로 통일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며, 그는 이론이 아닌 자신의 경험을 중심으로 책을 구성한다. 식사 후 잠깐의 기분 좋은 담소와 같이, 그가 들려주는 글쓰기는 친숙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 책은 딱딱한 이론들만 담겨있는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집'에 가깝달까.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는 작가 장석주 본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글쓰기가 한 축을 이루고,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작가들의 글쓰기가 나머지 한 축을 이룬다. 그는 더없이 솔직한 육성으로 작가를 꿈꾸는 이들과 글을 잘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현실을 들려준다. 


 '입구', '미로', '출구'의 세 부분에서는 글을 쓰기 위한 필요조건들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가르친다. 가장 기본적이지만 필수적인 '책 읽기'에 대한 조언에서부터 그것이 어떻게 글쓰기로 이어지게 되는지 까지를 그는 자신의 인생에 빗대며 조곤조곤 설명해 준다. 

 그리고 '광장' 부분에서는 우리가 몇 번이고 들어봤을 작가들의 글쓰기 스타일을 파헤친다. 헤르만 헤세, 알베르 카뮈에서부터 김훈과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우리는 그들의 스타일이 어떤 얼굴을 지녔는지 가려진 베일을 걷고 바라볼 수 있다.


  그들의 글쓰기는 각자의 개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고, 나는 문학의 끝없는 색다름에 또다시 감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서 인용한 문구들은 그 울림을 더욱 크게 만들어 주었다.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에서 가장 매력을 느꼈던 부분은 이 책이 내게 '헛된 꿈'을 꾸지 않게 해주었다는 것이었다. '진짜 재능'에서는 독자가 정말 스스로 재능이 있는지, 재능이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인지 구분케 한다. 또 '허기진 삶'과 '불확실성'등에서는 글로 먹고살고자 하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외로운 일이고, 또 그것을 끝까지 견뎌낸다 해도 성공하는 이는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냉철하게 지적해 준다. 


 더 이상 소년이 아닌, 청년이 된 나에게는 이런 그가 오히려 고맙게 느껴졌다. 꿈을 좇는다는 것은 너무나 달콤한 일이지만 실패는 그 이상으로 쓰라리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장석주 작가의 말속에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해 되돌아볼 기회를 얻었고, 이는 절망이 아닌 글쓰기 본연의 '즐거움'에 주목하게 해주었다. 

 나는 왜 글을 쓰려 하는가. 그것은 돈을 벌기 위해서도, 명예를 꿈꾸어서도 아니다. 그저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 소리치고 싶어 언제나 안달 나있는 것. 그것이 내 글쓰기의 개성이었다. 


 나는 책을 덮고 이 초심만은 잊지 않기로 스스로에게 약속했다. 설령 그 끝이 내가 그리던 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나를 드러내기 위하여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길 것이다.

 [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는 여러모로 내가 평소에 지니고 있던 생각과 비슷했다. 작가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또 글쓰기란 무엇인가. 이 질문들 역시 정답은 모두 다를 수 있겠지만, 장석주 작가가 전해준 대답은 내게 큰 공감을 안겨주었다. 그의 문장은 마음속 깊은 곳에 거리낌 없이 들어왔고, 매일 나태와 싸우는 나를 북돋아 주었다. 


 나는 뛰어난 글쓰기는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라고 내심 믿고 있었다. 내 글쓰기가 괴로운 이유는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나는 좋은 글을 쓸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연결된 논리는 내가 계속해서 글쓰기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핑계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작가는 재능이 타고나는 것이 아닌 '키우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 이 단순하지만 죽을 정도로 복잡한 일을 평생 동안 해낸 사람만이 훌륭한 작품의 부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 덕분에 나는 비겁한 스스로와 다시 한번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다시 펜을 들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문장 중 하나를 인용하며 마무리해 본다.

 "작가는 천부적 재능의 결과가 아니라 자기 의지에 따른 선택의 결과이다. 타고난 작가는 없다. 재능은 스스로 키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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