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와인 마신 날
오늘도 역시나 술 약속을 잡고 나갔다. 원래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2주 후면 문화생활과 멀어지는 곳으로 이사 가기에 그전에 맘 껏 누리고 싶었나 보다. 나름 자기 자리에서 잘하고 있는 일들을 만나 분위기 있는 곳에서 와인을 마셨지만, 이야기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았다. 회사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이야기, 이성에 대한 이야기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마신 와인만큼이나 깊은 고민들을 토해냈다. 돈을 많이 벌거나 높은 위치에 있거나 자유롭게 살거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멋지고 좋아 보이지만, 각자의 고민들이 있는 법이다. 누군가는 없는 척 다른 사람을 속이거나, 누군가는 힘들걸 잠시 잊는 법을 사용할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괴로움에 대해서 해소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회적 지위나 삶의 위치에 따른 괴로움이기 때문에 잠시 잊는 것만이 최선의 방어선일 것이다. 내 경험상 제일 좋은 건 친구 또는 친한 지인에게 괴로움에 대해 털어놓는 것이다. 단, 털어만 놓는 게 좋다. 답을 구하지는 말아라. 어쨌든 괴로움을 꺼내 놓으면 의외로 편안해진다. 그리고 서로 민망하지 않게 편하게 털어놓기에는 와인만큼 좋은 게 없다. 달콤한 와인으로 시작해서 바디감이 무거운 와인으로 넘어가면 마음이 무장해제될 것이다. 물론 소주와 맥주도 훌륭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과하지도 무겁지도 않은 분위기 형성에는 와인이 좋지 않나 생각된다.
와인을 마시며 서로의 힘듦을 듣고 위로해주며 그나마 다음날을 맞이 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