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자기의 자리에서

술은 역시 낮술이지

by Bullee

오늘도 어김없이 낮술을 위해 핑곗거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만났다. 어쩌다 보니 퇴사자, 내일 복직자, 연차 쓴 근로자 그리고 프리랜서 작가 이렇게 넷이 모이게 됐다. 힘든 육아를 이겨내고 내일 복귀하는 복직자, 전시 준비로 바쁜 작가, 회사 안 때려치우고 착실하게 월급 받는 근로자 그리고 힘든 회사를 탈출한 나까지 너무나 멋진 낮술 자리 아닌가? 현재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다 보니 서로를 격려하고 부러워하는 자리였다. 연차 쓴 근로자는 나를 부러워하고, 나는 내일 복직하는 사람을 부러워하고, 내일 복직하는 사람은 프리랜서를 부러워하고, 프리랜서는 연차 쓴 근로자를 부러워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부동산 문제, 육아문제, 가족문제 등 현실적인 문제 앞에서는 누가 누구를 부러워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러한 문제를 모두 잊게 해 후는게 바로 낮술의 매력 아니겠는가? 시원한 맥주 한잔과 각자 자리에서 잘하고 있다고 서로 격려하고 잘 버티고 있음을 응원하는 것이 현실의 괴롭힘을 버티는 원동력이 아닐까? 물론 난 매주 사는 로또에서도 희망을 받긴 하지만.

집에 가는 길에 후배에게 메시지가 왔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들죠?"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원래 힘들어. 그런데 잠깐 잊고 사는 거지..." 타인에게서 받는 응원과 격려 그리고 막연한 희망 덕분에 잠시 잊고 사는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늘은 무거운 생각이 많은 날이라 일찍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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