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는 일의 양보다 전환에서 온다
오늘 하루, 많은 일을 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지치는 날이 있습니다.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았고, 무리하게 일정이 몰린 것도 아니었는데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지는 느낌.
이럴 땐, 단순히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일 사이의 흐름’이 피로를 만들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멀티태스킹을 강요받습니다.
보고서를 쓰다 말고 메신저에 답하고, 회의 도중 이메일을 확인하고, 중요한 생각을 하다가 알림음 하나에 정신이 틀어집니다.
이건 단순한 집중력 저하 문제가 아닙니다.
전환의 반복이 몰입을 파괴하고, 회복되지 않은 에너지를 남깁니다.
하나의 일보다, 그 일을 끝내고 다음 일로 ‘넘어가는 구간’이 더 피곤한 이유입니다.
그 짧은 이동이 누적될수록, 우리는 방향보다 균형을 잃게 됩니다.
전환이 많은 날일수록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지친 느낌이 강하게 남습니다.
그 이유는 단순합니다.
에너지가 행동에 쓰인 것이 아니라, 흐름을 복구하는 데 소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복구는 생각보다 많은 자원을 요구합니다.
잠깐 멈춰 다음 일의 맥락을 떠올리고, 이전 업무에서의 감정을 정리하고, 전혀 다른 언어로 전환해야 할 때, 우리는 매번 조용히 에너지를 잃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일하는 대부분의 시스템은 이 전환 구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업무가 일이 아니라 흐름이라면 회의도, 피드백도, 검토도 전부 그 흐름을 끊는 지점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팀 단위 시스템은 기능적으로는 효율적이지만 정서적으로는 자주 멈추게 만듭니다.
대기: 승인이 늦어지는 시간
간섭: 업무 중 불쑥 들어오는 메시지
단절: 결과는 냈지만 그 이유를 모를 때
이 구간마다 에너지가 새고 감정의 흐름도 끊깁니다.
그 결과,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일의 구조가 엉켜 있어서’ 지치게 됩니다.
시스템은 목적에 따라 분업하고 절차에 따라 일을 나눕니다.
그런데 그 분할이 지나치면 각 업무 사이의 연결이 무너집니다.
이때 생기는 맥락의 공백은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가장 크게 소모하는 에너지 지점입니다.
물론 휴식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건 흐름을 복원하는 루틴을 시스템에 삽입하는 것입니다.
흐름을 복원하는 기술:
오전 시작 전, 오늘 하루의 흐름을 미리 그려봅니다.
회의와 회의 사이 10분 동안 ‘앞 회의에서 나온 이슈 중 바로 행동할 수 있는 건 뭘까?’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이 질문은 흐름을 끊기지 않게 만들고, 회의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실천으로 연결해 주는 작은 브리지 역할을 합니다
‘전환 구간’이 많은 날에는 각 구간 사이에 짧은 회복 루틴을 넣습니다. 예컨대 3분간 가벼운 스트레칭, 물 마시기, 창밖 보기 같은 미세한 정서 회복 활동이 좋습니다. 중요한 건 자극을 줄이되 감각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업무가 끝날 땐 ‘어디까지 했는가’보다 ‘왜 했는가’를 짧게 정리해 둡니다.
이런 작은 연결 장치는 단절된 흐름에 리듬을 되찾아줍니다.
그리고 그 리듬이 우리의 에너지를 보호합니다.
피로는 무조건적인 쉼에서 줄어드는 게 아니라 흐름이 이어질 때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특성이 있습니다.
우리는 쉬고 싶은 게 아니라 흐름을 회복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흐름이 무너질수록 피로는 감정처럼 쌓입니다.
그 피로는 기록되지 않지만 업무 몰입도보다 더 결정적인 영향을 남깁니다.
다음 편 예고: 작은 오차가 반복될 때 큰 실패가 생긴다
실수는 흔합니다.
하지만 사소한 오차가 반복되면 시스템은 점점 왜곡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작은 실수가 어떻게 큰 실패로 연결되는지를 구조적으로 해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