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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가람 Apr 13. 2024

벚꽃, 그리고

너를 쓰지 않고는 살 수 없어서

네 생각에 깊이 잠겨 걷던 중이었어. 눈앞에 벚꽃 잎 하나가 떨어졌어. 위를 올려다보니 벚꽃이 만개했더라. 떨어지는 꽃잎이 없었더라면 집에 도착할 때까지 벚꽃을 인식하지 못할 상황이었는데. 그제야 머리 바로 위에 꽃이 가득했던걸 알았던 거야.


그 상황이 우리와 꽤 닮아있다고 생각했어. 우리 사이에 생겨난 사건으로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 말이야.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익숙해졌던 사랑을 더 애정 있게 얼러 만져주게 되는 우리가 되자.


벚꽃의 꽃말이 뭔지 알아? 바로 내 생일이야. 일상을 살다 보면 생일을 잊곤 하는데, 벚꽃이 필 무렵이면 내 생일이 가까워졌구나 생각을 해내거든. 생일이 지나고 한차례 비가 오고 나면, 예쁜 벚꽃비도 내려. 그렇게 하얗던 벚꽃나무는 여린 잎사귀를 가지게 돼. 우리 사이에도 계절이 흐르면 좋겠다. 꽃이 지는 게 아니라 잎사귀가 피어나는, 다음으로 넘어가는 사이 말이야.


주말에 가족들과 벚꽃 나들이를 다녀왔어. 떨어지는 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말에 동생과 엄마, 나 모두 꽃잎 잡기를 시작했어. 그러다 한 개의 꽃잎을 잡았어. 엄마와 동생은 아직 꽃잎잡기에 여념이 없었지만, 난 그 즉시 꽃잎 잡기를 멈췄어. 내가 빌 소원은 단 한 가지였거든. 꽃잎은 단 한 개면 충분했어. 어떤 소원을 빌었는지는 비밀이야. 이런 건 말하면 안 된다더라고.



너와 내가 가장 잘한 일은 사계절을 함께 한 일이야. 각 계절마다 떠올릴 네가 있으니 말이야. 언제나, 어떤 때라도 너와 함께 걸을 수 있어. 그날의 향기, 촉감과 함께. 그날의 네게 끊임없이 사랑한다 고백해. 네 눈빛은 반복되고 내 고백도 반복될 거야. 언제까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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