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클락의 경우 경기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에선 좋았다. 하지만 투수들의 준비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부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배터리가 사인 교환하는 장면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피치컴 도입은 볼거리 하나를 빼앗아 가는 느낌이다. 그런데 피치컴이 나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바로 투수들이 피치컴 소리를 잘 듣기 위해 글러브를 머리 쪽으로 가져가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보면서 설레기도 하지만, 나도 한번 체험해보고 싶었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정신 차려라"라는 메시지 버튼도 있다던데, 그 소리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
야구 관중 1000만 시대가 열렸다.
올시즌 야구 관중이 엄청 늘었고, 야구팬들이 많이 유입되었다.
나도 야구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내 주변에도 갑자기 야구에 푹 빠진 친구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평소에 야구를 보며 열을 올리는 나를 한심하게 보던 친구들이, 이제는 나와 같은 태도로 야구를 보고 있다. 이 모습이 꽤 당황스러우면서도 반성이 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뿌듯하기도 했다.
야구를 함께 즐길 친구들이 많아진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예전에는 야구장에 데려가려면 맛있는 것으로 꼬셔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이젠 나에게 먼저 야구장에 가자고 조르기도 한다. 내가 꿈꿔왔던 모습이 실제로 벌어지니 참으로 좋다.
류현진 IN 이정후 OUT
이글스 팬인 아빠가 늘 하시던 말씀이 있다.
"우리 현진이만 들어오면 한화는 바로 우승이지."
그 류현진이 돌아왔다.
올 한 해, 아빠의 감정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다이내믹했다. (1~10등까지...)
이번 시즌이 끝나고서 아빠는
"내년에 새 구장으로 옮기면 우승할 수밖에 없지."
이정후 선수는 타 팀 선수임에도 응원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잠실에서 홈런 두 개를 치고 어색함 가득한 말투로 인터뷰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 팀 경기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이정후 선수의 기록을 찾아보게 보는 것이 하나의 루틴이 되기도 했다.
이번 시즌은 이정후 선수의 메이저리그 데뷔시즌이었다. 비록 부상 때문에 큰 활약은 하지 못하고 시즌을 마감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분명 KBO에서 날아다녔던 것처럼, 내년 시즌은 메이저리그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게 될 거라고 믿는다.
기아타이거즈 우승
기아 타이거즈가 드디어 7년 만에 우승을 했다.
한국 시리즈에만 올라가면 무조건 우승한다는, 타 팀 팬들에게는 두려운 징크스가 이번에도 이어졌다.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마지막 공을 던진 뒤 선수들이 한꺼번에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어느 팀의 승리여도 마음이 벅차오르게 만든다.
나는 2009년 한국시리즈를 절대 잊을 수 없다. 나지완의 한국시리즈 7차전 홈런.
더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기아 타이거즈에 관한 영상에서 언제나 그 장면이 나올 때마다 내 마음 한 켠이 조금씩 찢겨 나가는 기분임은 알아줬으면 좋겠다.
양현종 선수가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 우승을 확정 지었다는 것이 멋있으면서도 어딘가 아쉬운 감정이 맴돌았다. 아마도 내가 랜더스 팬이기 때문에, 김광현 선수가 떠올라서 그런 것 같다.
아, 그리고 김도영 선수. 이번 시즌 MVP 미리 축하드립니다 :) 김도영이 안 받으면 누가 받아...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도 이번 포스트 시즌에 정말 대단했다. 솔직히 시즌 시작하기 전에 삼성 라이온즈가 이렇게까지 잘할 줄은 몰랐다. 아무래도 라팍의 특성을 살려 홈런을 많이 치는 빅볼로 운용을 해서 좋은 성적을 낸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원태인 선수를 좋아하는데, 올 시즌 15승이나 했다니. 또 어깨춤을 추지 아니할 수가 없다.
그 외에도 최초로 열린 와일드카드 결정전, KT의 와일드카드 업셋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여기까지 쓰기로 한다.
내가 응원하는 SSG 랜더스에게도
2024 시즌은 잊지 못할 시즌 일 것이다.
여. 러. 모.로.
야구를 보기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랜더스 외야에 김강민 없는 시즌이었다.
김강민이 한화로 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소름이 돋는다. 그 당시에는 한화 유니폼을 입는 김강민을 차마 내 눈으로 볼 수 없어서 차라리 그냥 은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을 하늘이 괘씸하게 여겼는지, 김강민이 한화 유니폼을 입고 타석에 들어서는 것을 개막하자마자 보게 되었다. 랜더스에서 사용하던 응원가를 한화에서도 사용했기에, 그때 야구장에 계신 모든 팬분들이 한 목소리로 김강민의 응원가를 불렀다.
일각에서는 이 모습이 낭만 야구라고 얘기하지만,
나는 그냥 낭만으로 포장된 난도질이었다. 마음이 정말 갈기갈기 찢어지는 기분이었다.
오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16년 동안 외야의 센터는 김강민이 지키는 야구를 봐온 사람으로서,
그런 선수를 안일하게 타 팀에 빼앗겼다는 것이 정말 큰 상처로 남게 된다.
+ 이재원 선수도 한화로 이적했다. 음... 그랬다.
이숭용 감독의 부임
23 시즌이 끝나고, 김원형 감독님이 경질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왜?' 김원형 감독님을 경질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당시 경질 명분으로 '변화, 혁신, 세대교체'를 말했다. 24 시즌 그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이번 시즌 신인들을 김원형 감독님이 키웠더라면 어땠을까?
물론 선수들이 잘하지 못한 부분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감독, 코칭스태프의 운영능력이 나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초보 감독, 뭐 어쩌라고? 이범호 감독도 초보 감독인데 우승했다.
홈구장이 랜더스 필드인데 왜 자꾸 스몰볼을 얘기하는 것인가? 저저번 감독님이 대 실패하셨는데, 홈런 치면 이기는 팀인데 왜 자꾸 스몰볼을 하는 걸까. 잘하는 것을 해야지. 우린 홈런을 잘 치잖아. 왜 자꾸 번트 작전을 쳐 내리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