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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잊쑤 Nov 11. 2024

7월 : 2023년 여행, 혼자 가다 (2)

julio : 나는 내가 J인 줄 알았지...

나의 MBTI는 INFJ이다.

평소에도 공부계획표 짜는 것도 잘했으니까 여행 계획쯤이야 빈틈없이 짜는 것은 껌이지.

머릿속에 무엇을 해야 할지 쫘르륵 그려졌다.


1. 여행지 선정

2. 숙소 예약

3. 교통편 예약

4. 할 것들 검색

5. 식당 찾아보기


1. 여행지 선정


여행지를 고르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가보고 싶은 곳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작 4박 5일이기에 내가 가보고 싶은 곳을 다 가기에는 무리였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딱 2곳을 정했다.


대구통영


통영은 꼭 가고 싶었다. 20대 초반 친구들과 기차 여행을 떠났던 곳이다.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생선 냄새와 온몸에 달라붙는 끈적한 바닷바람이 주던 평화로움,

그 평화로움이 잊히지가 않았다.


 다른 한 곳은 이동하기 편하게 경상권에서 있는 곳 중에 하나를 고르기로 했다. 그래서 창원과 대구 중에서 고민했다. 하필 두 지역 중에서 고민을 하냐, 바로 야구장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가. 내가 여행 가기로 한 날, SSG 랜더스의 대구 원정 경기 일정이 있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대구에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지체 없이 캐리어에 나의 소중한 유니폼을 집어넣으며 대구로 가기로 정했다.

나의 소중한 빨간 원정 유니폼

2. 숙소 예약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에 안전한 곳이면서,

벌레를 굉장히 무서워하기 때문에 깨끗한 곳이고,

뚜벅이 이기 때문에 교통이 편리한 곳,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숙소를 찾아야 했다. 숙소 예약이 처음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고려하는 조건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인지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 데 엄청 시간이 오래 걸렸다.  


대구는 '동성로'에 있는 체인 호텔을 예약하기로 했다.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혹시 나의 귀찮음이 모든 것을 괜찮게만 보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대구에 살고 있는 아는 언니에게 내가 예약하려는 호텔에 대해 물어봤고, 언니에게 괜찮은 곳이라는 답장을 받고서야 예약을 했다.


통영의 숙소에는 한 가지 조건이 더 추가되었다.

바로 바다가 보이는 곳!

통영에는 호텔보다는 게스트하우스가 더 많이 있었다. 그래서 통영에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기로 했다. 사실은 엄청 쉽게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의외의 조건이 나의 발목을 잡았다.

'게스트하우스 파티 필참' 

파티를 굉장히 아주 많이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파티가 안 열리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야 했다. 마음에 드는 곳을 발견할 때마다 파티가 열린다는 공지를 보고 반려한 곳만 3곳이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검색한 결과, 1인실에 화장실까지 딸려 있으며, 바다뷰가 있고, 바로 앞에 버스정류장이 있는, 마음에 쏙 드는 게스트하우스를 찾게 되었다.

통영 숙소 뷰 미쳤음

3. 교통편 예약


교통편 예약은 선택지가 적어서 간단했다. 버스 OR KTX.

서울 -> 대구 : KTX , 대구 -> 통영 : 시외버스

문제는 통영에서 인천으로 올라올 때였다. 1안은 다른 지역으로 가서 KTX를 타고 서울로 가기 / 2안은 오래 걸리지만 고속버스를 타고 바로 인천에 도착, 이렇게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부모님께 감사하게도 나는 차, 배 멀미가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래 걸리더라도 바로 인천에 도착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4. 할 것들 찾아보기


가장 먼저 대구에서의 야구장 티켓을 예매했다. 수도권 야구장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놀랐다. 랜더스 필드 4층 일반석 가격과 라이온즈파크 1층 원정응원석의 가격 차이가 거의 안 났다.

'그럼 무조건 1층으로 내려가야지!'

한껏 신남 가득한 내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추게 한 단어, '응원석'

나는 응원석 티켓을 무료로 준다고 해도 절대 거절할 내향형 인간이다. 절대 응원석에 갈 수 없는 병에 걸렸단 말이다. 바로 SSG 랜더스 응원단 파견 일정을 확인했고, 응원단이 파견되지 않음을 확인했다. 다시 신이 난 내 손가락은 누구보다 빠르게 예매를 완료했다.

응원단이 파견될까 봐 긴장했던 것이 풀리면서 너무 피곤해졌다.

그래서 나머지 계획은 차차 세우기로 했다.


5. 식당 찾아보기


식당도 솔직히 저 야구장 예매 때문에 진이 빠져서 차차 찾아보기로 하고 넘어갔다.


나는 J형 인간이니까,

분명 여행 가기 전까지 완벽한 여행 계획을 손에 들고 있을 것이니 걱정이 되지 않았다.


이렇게 야구장 예매 티켓 딸랑 하나 들고

영등포 KTX 역 플랫폼에 서있을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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