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이 퇴근 한 나는 아내와 함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말을 꺼내는 아내.
" 여보, 나 박사 지원 시작해 볼게 "
회사를 다니면서 무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퇴근 후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버거웠던 내 경험에 비교해 봤을 때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힘이 많이 든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차피 본인이 하고 싶어 했으며 아내 몫일뿐.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게 가능할까? 나이도 있고 회사 일도 바쁠 텐데. 이런저런 생각과 함께 나는 너무도 쉽고 긍정적으로 대답해 버렸다. 사실상 준비하는 것이 내 허락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깐.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것도 아니고.
"회사를 그만두고 준비할 거야."
아! 몰랐네. 회사를 그만두고 준비할 줄은... 허허.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박사준비에 들어가겠다는 결심에 나는 아내의 박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다시금 느껴졌다. 그래. 박사는 이런 애가 해야 해. 나는 너무나도 쏘쿨한 눈빛으로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언젠간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예상을 했지만 결혼 후 5개월 만은 너무 빠른 거 아니에요?라고 되뇌긴 했지만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남편이 되고 싶었기에 아내의 꿈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며칠 뒤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박사 지원 모드로 전환했다. 중간중간 짧게 셰어 해주는 아내의 박사 지원 이야기 말고는 딱히 나도 크게 관심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관심을 갖게 되는 순간이 다가왔다.
" 나 덴마크 가서 박사 공부하고 싶어 "
그렇다. 아내는 덴마크라고 했다.
덴마크, 복지가 끝내주는 안데르센의 인어공주 동화가 유명한 나라라고 알려졌지만 나에겐 그저 편의점에서 파는 유산균 드링크 브랜드로 더 친숙한 그 나라. 아내는 지금 그곳에 박사 공부하러 가고 싶다고 한다.
아내는 자신의 분야에서 저명한 교수를 컨택했으며 그 교수가 덴마크 코펜하겐 비즈니스 스쿨(CBS)의 교수라는 것이다. 조.. 좋다 이거다.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있고 그 확실한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 아니겠는가. 나는 집을 팔아서라도 지원해 주겠다고 했다. 기러기를 하든 철새를 하든 아내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는 나의 추후 생색을 견제했는지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국비 장학생을 신청하였다는 것이었다. 만약 국비 장학생으로 선정이 되고 아내가 지원한 학교에 합격을 하면 CBS의 경우 박사 3년 과정 학비에 약간의 생활비까지 장학금으로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지금 서류합격하여 면접만 앞두고 있는 것이니 아내의 추진력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면접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지만 벌써부터 나는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졌다. 아내가 박사 하러 가면 나는 한국에서... 홀로...
기러기, 철새 다 불러가며 아내의 박사공부에 최전선에서 지원하겠다고 좀 전에 얘기했지만 사실상 아내 없는 삶은 상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아직 면접도 남았고 아내와 본격적으로 얘기해 본 것도 아닌데 벌써부터 이런 생각을 왜 하냐면...
아내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