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어의 중요성
해외유학, 해외취업, 이민까지. 무엇이 되었든 이것들을 성공시키는 열쇠는 언어다. 무엇을 하든 그것은 여전히 '일상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유학 한다고 딱 학교 안에서만 외국어 쓰고 나오는 순간부터 한국어 쓰는 게 아니다. 오히려 수업듣거나 일하는 몇 시간을 뺀 압도적인 많은 시간동안 나는 '그 나라의 언어'를 듣기 싫어도 듣고, 쓰기 싫어도 써야한다.
독일은 그다지 영어친화적인 나라가 아니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함부르크, 뮌헨처럼 큰 도시의 젊은 사람들은 영어가 익숙하지만 조금만 도시 크기가 작아져도 영어구사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도시가 커도 내가 사는 반경의 평균연령이 높다면 영어를 거의 들을 수 없을 것이다.
놀라울 것도 없다. 우리나라도 어릴 적부터 영어를 평생 배우지만 외국인이 한국서 체감하는 실제 영어구사율은 극히 낮다.
언어를 하지 못하면 일상에서 말로 해결해야 하는 모든 부분에서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마트, 관공서, 은행, 이웃, 식당, 병원 등등. 일부 영어로 해결할 수는 있으나 상대방이 독어로 대응하면 소통은 즉시 막힌다. 일부 독일 외국인청은 방문객의 99%가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영어를 해주지 않는다. 상당히 짜증나지만, 그들 입장은 독일에 체류하려면 비자신청할 정도의 독일어는 구사 하라는 거다.
입장을 바꿔 한국에서 평생 살겠다고 온 외국인이 한국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면 나라도 환대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언어는 해외에서 내 위치를 공고히 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언어가 안되면 대화를 시작하기도 어렵고, 하더라도 금세 주도권을 잃게 된다. 네이티브처럼 유창하게 구사하란 얘기가 아니다. 그 누구도 성인이 되어 이주한 외국인에게 네이티브급의 독어구사를 바라지 않는다. 단, 적어도 의사표현을 할 정도는 되야 한다. 혹시 행정처리가 잘못되거나 일상에서 싸움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 잘못도 없는데 언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을이되어 하지도 않은 일을 물어줄 건가? 아이라도 있다면 아이 학교모임에 타인을 보낼 것인가?
자녀 교육을 위해 독일로 이민 온 가정이 많다. 그런데 부모의 언어가 안되니 무슨 일만 있으면 매번 자녀에게 부탁한다. 어릴때 와서 네이티브급 독어를 구사하는 자녀는 그렇게 부모의 전담 통역사가 된다. 평생. 자식을 위해 이 먼곳까지 왔는데, 오히려 자식 없이는 부모가 생활을 못하는 자식의 짐이 되는 것이다.
언어는 갈고닦지 않으면 금세 먼지가 쌓여 실력이 후퇴한다. 그래서 더디더라도 꾸준히, 얼굴 두껍게 하고 틀리더라도 냅다 질러보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만난 수많은 독일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10년이 넘도록 독일에 살면서 독어구사가 어눌한 사람을 보면 정착의지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독일로 해외취업을 온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업무언어가 영어라도, 독어를 하지 못하면 갈 수 있는 직장 수가 확연히 줄어든다. 특수직종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독일 회사에서는 일정 수준의 독어를 요구한다. 물론 독일에서 현지채용직으로 한국회사 다닐거면 안배워도 괜찮다. 근데 그럴거면 뭐하러 독일까지 오는거지?
해외취업의 판타지와 실체는 추후 다뤄보겠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건 '새로운 세계관'을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 나라의 콘텐츠, 문화, 사람들, 일, 여행. 넓게는 같은 언어를 쓰는 여러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독어를 배우면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까지 커버된다. 나는 독어를 배우기 전 내 무대가 한국 1개국이었다면 독어를 구사한 후 4개국으로 늘어난 것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구사언어가 추가 될수록 내 인생은 풍성해진다.
나의 구사가능 언어는 한국어 포함하여 총 4개다. 이 4개의 언어로 약 26개국을 여행하고, 현재는 독일과 스위스 양국에서 생활하며 근무중이다. 그리고 남은 인생에서 최소 2개 언어를 더 배우는 걸 목표로 두고 있다.
제목 사진출처: Photo by Ryan Wallac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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