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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한 달 살기 최적의 거주방식

독일의 월세 이중계약

by 가을밤

독일은 학생, 직장인을 불문하고 월셋집 구하기가 매우 치열하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공급보다 수요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기숙사에 들어가는 게 가장 좋지만, 한정된 기숙사가 해당 도시의 모든 학생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학교마다 기숙사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자리가 부족하고 대기기간이 발생한다.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직장 근처 도시에 살아야 하는데, 사무실이 몰려있는 도시는 언제나 주택공급이 부족하거나 인기 있는 주택은 경쟁이 치열하다.


이 때문에 월셋집 하나에 수 백 명 이상 몰리거나 셰어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개인기를 준비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 눈에 들기 위해 자기 PR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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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로 나온 집 하나에 몰린 인파. 줄 길이가 150미터가 넘는다고 한다 (베를린)




이미 월셋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틈새시장을 이용하여 자신이 단기간 집을 비웠을 때 타인이 집을 사용할 수 있도록 '쯔비쉔 미테'를 내놓는다. 'Zwischen 중간에, 사이에 + Miete 임대'의 합성어인 쯔비쉔미테는 말 그대로 집을 중간에 임대(이중임대)하는 방식으로, 1년 이내로 살 집을 구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당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집을 제공하고, 교환학생이나 인턴을 하러 집을 비워야 하는 세입자는 이중으로 나가는 월세를 피할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다.


쯔비쉔미테는 특히 외국 유학생들에게 인기 있는데, 그 이유는 독일에 와서 바로 맘에 드는 월셋집이나 기숙사를 들어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일에 오기 전 집을 구하자니 사기도 많고, 집의 상태를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 일단 현지에 와서 집을 구할 때까지 쯔비쉔미테를 들어간다. 실제로 독일 월세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지에서 발품 팔며 구하는 게 가장 좋다. 이 방법이 싫다면 호텔이나 호스텔, 에어비엔비를 장기임대하는 방법도 있는데 쯔비쉔미테보다 지출이 월등히 커서 결국은 다시 방향을 돌리게 된다.


같은 맥락으로 독일에서 한 달 살기를 하신다면 짐도 덜 늘리고, 월세부담도 적으니 추천할 만한 주거형태다.




이쯤 되면 쯔비쉔미테가 혹시 불법은 아닐까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주세입자와 집주인이 맺은 계약서'를 봐야 한다. 보통은 계약서에 Zwischenmiete/Untermiete(이중임대)에 관한 내용이 명시되어 있으며, 만약 해당 내용이 없다면 집주인에게 구두나 서면으로 물어봐서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아야 한다. 계약서에도 내용이 없고, 주인과 연락 없이 들어간다면, 불법 쯔비쉔이 되어 당장 나가라는 통보를 받을 수 있다.


"집주인이 이미 아니까 상관없다"

"잠깐이니까 집주인한테 물어볼 필요 없다"


현 세입자가 이런 말을 하며 급하게 쯔비쉔을 주려고 한다면 협의가 안되었을 확률이 높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쯔비쉔미테를 들어갈 분이 직접 집주인에게 묻는 건데, 그것도 불가하면 협의된 내용을 보여달라고 세입자에게 요청하는 게 좋다.


독일에 살면 다음의 말을 항상 마음에 새기자.

sicher ist sicher! (지혀 이스트 지혀: 위험 감수보다 확실함과 안전이 중요하다는 의미의 구어체)




쯔비쉔에 들어갔다면 집에 있는 모든 기물은 쯔비쉔 들어가는 분(계약자 본인)만+계약서에 명시된 기한까지 사용할 수 있다. 즉 쯔비쉔으로 들어온 B가 가족이나 지인 C, D를 데려와서 같이 살 수 없으며(며칠 머무는 것은 구두 협의하에 가능하다) B는 타인에게 삼중월세를 줄 수 없다.


또한 쯔비쉔 기간 동안 모든 기물사용 및 훼손에 대한 책임은 B에게 있다. 따라서 단 한 달이라도 일반 월셋집처럼 보증금을 내야 한다 (보통은 1달치 월세를 받지만 기간에 따라 다르다).




여기까지 들으면 가구도 있고, 집에 대한 책임도 적으니 일반월세보다 쯔비쉔이 훨씬 좋아 보이지만 쯔비쉔에는 가장 큰 맹점이 있다. 바로 '주소등록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독일의 주소등록은 집주인에게 Wohnungsgeberbestätigung(주택공급자확인서)라는 서류를 받아서 관청에 제출해야 가능한데, 이중임대는 이 서류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종 현세입자가 이 서류를 발급하여 쯔비쉔 거주자의 주소등록이 가능하게 해주기도 하는데 미리 알아봐야 한다. 주소등록이 불가하다는 건 독일에서 각종 주소가 필요한 계약이나 다음 절차들(은행, 비자 등)을 진행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한 달 살기를 하시는 분들은 독일 90일 무비자 체류 기간에 거주하는 것이고 비자가 필요 없으므로 이 점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다른 단점으로는, 독일사정을 모르는 세입자에게 현세입자가 월세나 보증금을 실제 월세보다 더 받을 수 있다. 세입자가 공개하지 않으면 모르고 공급이 없으면 웃돈을 주고라도 들어가야 하니 이는 두 사람이 협의할 문제다. 또한 집주인이나 하우스마이스터와의 직접 연락이 어려울 수 있다. 이 정보는 모두 현세입자가 갖고 있으므로 적극적으로 공유를 요청하자.


당연한 얘기겠지만 쯔비쉔세입자는 집주인의 집+현세입자의 기물을 빌린 것이므로 파손과 훼손에 주의해야 한다. 독일의 일반 월셋집은 가구가 없지만 쯔비쉔으로 나온 집은 가구까지 완비된 집이 많다. 이밖에 주의할 점으로는 쯔비쉔은 연장이 쉽지 않으므로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반드시 다른 거주대안을 찾아놓아야 한다.



제목 사진출처: Photo by Hernan Lucio on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www.bz-berlin.de, www.tagesspiege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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