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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셰어하우스 간접체험해 보기

WG (Wohngemeinschaft: 베게)

by 가을밤

독일 생활비 중 월세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생겨난 주거형태가 셰어하우스(WG)이다. WG는 Wohngemeinschaft의 줄임말이며, Wohn(거주)와 Gemeinschaft(공동체)의 합성어로 '거주공동체'다. W는 독어발음으로 베/붸, G는 게 이므로 '베게'라 부른다.


WG를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곳은 독일의 대학기숙사다. 기숙사는 1인실부터 10인실 이상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2인실부터는 모두 WG라고 보면 된다. 독일 아파트는 같은 건물 안에서도 집 구조가 다양하기 때문에 한 건물이라도 다양한 WG가 존재할 수 있다. 동성 WG 뿐 아니라 혼성 WG도 많다. 기숙사는 개개인의 요구사항을 다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보통 랜덤으로 들어간다.


독일의 대학 기숙사 건물들 (드레스덴)




학과 단기 장학프로그램으로 독일에 처음 갔을 때 나는 뮌헨종합대 기숙사의 8인 혼성 WG에 배정되었다. WG시스템도 낯선데 혼성에 다양한 국적 출신의 학생들이 모여있어서 그렇지 않아도 낯을 가리는 성격인데 이런 구조와 구성 자체가 충격이어서, 거의 학교에 있고 집에선 잠만 잤으며 주방은 아예 쓰지 않았다. 그나마 짧은 기간이었고, 개인욕실도 방 안에 있고, 한국에서 같이 온 동기들과 있어서 버틸 수 있었지 아니었다면 그대로 짐 싸들고 나갔을 거다.


WG는 보통 아래 사진과 같이 생겼다. 이 예시는 드레스덴 기숙사에서 가져온 3er-WG이다. 여기서 숫자는 셰어 하는 인원수를 말한다. 즉, 우리나라식으로 방이 3개 딸린 아파트 - 3인 셰어하우스다.


침대, 책상, 장롱이 있는 개인 방이 있고 주방과 화장실 그리고 샤워실은 공용공간이다. 외출할 때에는 개인 방 문을 잠그고 나가면 된다.



학생기숙사는 개인의 목적과 취향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WG를 만들어 학생을 배정해 주는, 말 그대로 형태만 셰어하우스를 띄는 'Studentenwohnheim(기숙사)'다. 기숙사 WG의 장점은 가구가 있고 이전에 살던 학생들이 남기고 간 기물을 이어받아 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건물 내에 기숙사 관리학생이 있으며, 건물 수리를 담당하는 Hausmeister(하우스마이스터)와 연락이 쉽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방을 받기 위해 월급명세서를 낸다거나 재정보증 따로 할 필요가 없으므로 입주 절차가 굉장히 간단하며, 월세도 당연히 저렴하다.


위 사진에 있는 WG는 방 1개 크기가 17제곱미터이며 월세는 275유로다. 학생기숙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해당 도시의 학생신분이거나(학교등록증 및 비자제출), 기숙사를 받을 수 있는 특수한 조건이어야 한다 (종종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대상으로 조건이 맞으면 일부 주기도 함).




이러한 학생기숙사 말고 일반 아파트를 WG로 쓰는 곳도 매우 흔하다. 기숙사를 받지 못한 학생들 혹은 원하는 사람을 구성해서 WG를 만드는데, 일반 아파트이기 때문에 들어갈 때 재정보증이 필요하고 가구도 없으며, 중요한 건 같이 살 사람들과 취향이 맞아야 한다. 본인은 개인적인 성향인데 정기적으로 공동 액티비티를 즐기는 WG라면 안 맞을 것이다.


그 외에 Zweck-WG(목적-셰어하우스)라는 것도 존재한다. 보통은 '함께 사는 사람들끼리 소통이 별로 없는 셰어하우스'이다. 재정적인 이유로 주거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외에는 연결점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잠만 잘 집을 찾는 직장인들이나 조용하게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1인 기숙사 예시. 작은 원룸에 부엌, 욕실, 가구가 있다. 전자기기는 미포함. (드레스덴 기숙사)


나는 짧지만 강렬했던 8인 WG를 거쳐 4인 여성 WG에 살아봤다. 그리고 WG에 살던 친구들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간접경험 해봤지만, WG의 가장 큰 단점이자, 온갖 고생을 하더라도 1인실이나 아파트로 가야겠다고 마음먹게 한 부분은 청결이었다. 아무리 규칙이 있더라도 누군가는 사정이 생겨서 청소를 빼먹거나 대충 하거나, 혹은 했다고 하는데 타인이 보기에 불쾌한 경우도 많았다. 특히 위생이 중요한 화장실과 주방은 '청결에 예민한 사람'이 독박 쓰기 십상이다.


게다가 난방비, 전기세, 관리비, 방송수신료는 아파트 단위로 나오니 1/n 해야 하는데 여기서 누가 더 썼느니 덜 썼느니 하는 분쟁이 매우 자주 일어난다. 누가 친구라도 데려와서 며칠씩 함께 지내기라도 하면 그 사람이 공과금을 더 내야 한다는 계산을 누군가는 하고 있다. 다행히 기숙사 WG는 돈에 관한 분쟁은 적은 편이다.


이런 단점이 있더라도 절약이 중요하고 타인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면 WG는 분명 매력적이고 한 번쯤은 시도해 볼 만한 거주형태다.



제목, 본문 사진출처: studentenwerk-dresd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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