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공과금을 정액제로 내는 나라

독일 공과금 시스템

by 가을밤

난방비, 가스비, 전기세 등의 공과금.


공과금은 가정마다 방식과 사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매 달 사용량이 계산되어 나온다. 아니, 그래야 논리에 맞다. 근데 독일이라는 나라는 사용량에 따라 달라지는 공과금을 '정액제'로 내도록 하고 있다.


정액제라면 일정한 기간 동안 정해진 요금만 내면 무한정 사용할 수 있는 거니까 오히려 좋은 게 아닌가?라고 하실지 모르나, 그게 아니니까 문제다. 사용량에 따라 돈을 내면서+정액제다.




처음 독일에 왔을 때 가장 이해할 수 없던 시스템 중 하나. 일단 돈을 100만큼 내놓고 1년(12개월)이 지난 뒤에 실제 사용량을 계산해서 60 썼으면 40 돌려주고, 120 썼으면 20을 추가납부하는 방식이다. 정액요금은 기준은 있으나 본인이 알아서 설정할 수 있다. 처음부터 높게 잡아놓은 집은 다음 해에 돈을 돌려받을 확률이 높으니 마치 공돈이 생긴 착각에 빠질 것이다.


여기서 나는 또 한 가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정말 기가 막힌 것은, 내가 우리집 전기/난방 계량기를 못 보는 집들도 있는데 관리사, 전기회사에서 제공하는 실제 사용량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구축 건물은 대부분 통로가 열려있지만, 신축 건물은 안전상의 이유로 전기나 난방계량기가 있는 지하실에 들어가려면 관리사 직원과 동행하거나, 직원만 들어가도록 되어있다. 내가 쓴 전기량을 내가 못 보는 상황. 직원이 수기로 써온 숫자를 전달받아 전기회사에 사용량을 통보하는 것이다. 전기회사는 내가 알려주지 않으면 사용량을 추정해서 요금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 이대로는 사람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질 것 같아, 관리사에 '증빙사진'을 요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사족을 덧붙이면 독일 전기비용은 보통 킬로와트 당 30-35센트(500원)이고, 1인가구 기준 매월 약 50유로 납부를 권고한다. 즉, 일단 600유로를 납부하고 내년에 다시 계산하는 것이다.


아래는 저렴한 편에 속하는 전기회사 Vattenfall 바텐팔과 eprimo 에프리모의 요금표다 (1인가구 기준). 저렴할수록 고정 계약기간이 길다 (12-24개월). 이 기간 내에는 해지가 불가하다.

Screenshot 2023-10-17 165240.png
Screenshot 2023-10-17 165408.png




난방비(온수비), 가스비, 전기세 모두 같은 방식으로 납부한다.

전기세를 제외하고 집과 관련된 비용은 Nebenkosten(부대비용)에 포함되는데, 매년Nebenkostenabrechnung(부대비용 계산서)는 다음 해 9월에 정산되어 세입자 혹은 집주인에게 통보된다. 즉, 2023년 9월에 받은 계산서는 2022년 1월~12월까지의 사용량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공과금 외에 관리비(청소비, 공동전기세, 하우스마이스터 비용, 빗물처리비, 정원관리비 등)도 포함된다.


나는 작년에 받은 영수증(2021년 사용량)에 무려 1800유로를 더 내라는 통보를 받아서 변호사 상담을 했었다. 이처럼 정액으로 낸 요금 외에 돈을 더 내는 것을 Nachzahlung(추가지불)이라고 하는데, 독일에 와서 한국처럼 난방 떼고 샤워하면 '나흐짤룽 폭탄'을 맞게 된다. 나는 씻는 거 외에 난방을 거의 하지도 않았는데 폭탄이 날아와서 관리사에 모든 항목의 세부 영수증을 요청했고 상담을 진행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한국분들의 시각에서 의아할 수 있는 게 'Grundsteuer auf Mieter umlegen(재산세 임차인 부과)'이다. 즉, 집에 해당되는 재산세를 집주인이 아니라 월세인에게 내도록 하는 것이다. 집 소유는 집주인이지만 집을 현재 사용하는 사람은 임차인이므로 이를 집 연간 운용비용에 포함시킨다. 의무는 아니고 집주인의 선택인데 대부분의 집주인들이 세입자에게 부과시키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빗물 처리비(하수도관 이용비), 엘리베이터가 자주 고장 나면 수리비 등 건물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 관한 비용은 그곳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뉘어 부과되므로, 우리 집 난방을 아낀다고 생활비가 드라마틱하게 줄진 않는다. Eigentümerversammlung(집주인 모임)에서는 본인이 살지도 않고 비워둔 집에 대한 공동 관리비를 내는 것에 부당함을 표출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있다.



제목 사진: pixabay

본문 사진: vattenfall.de, eprimo.de






keyword
이전 07화월셋집 구할 때 월급명세서 보는 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