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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돈 모으기 힘든 이유의 8할은

독일의 월세 살펴보기

by 가을밤

많은 분들이 읽어주신 이전 스토리 '여행만하세요 살지마세요-독일의 생활비'에 이어 독일에서 돈 모으기를 어렵게 하는 이유의 8 할인 월세에 대해 조금 더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독일의 높은 세율은 나라에서 정해놓은 것이니 어찌할 수 없다 쳐도, 그 밖에 독일 생활비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건 단연 월세 비용이다. 독일의 주거형태는 자가 혹은 월세다. 독일 내 1인가구의 70% 이상이 월세를 살고 있으며, 1인 이상 가구도 대략 60%가 월세로 거주 중이다. 즉, 가구 인원수와 상관없이 자가를 가진 인구가 전체의 40% 이하다.




독일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집(아파트)의 크기는 1인 가구 40-80제곱미터, 2인 이상 가구 80-120제곱미터다. 1인이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공간은 평균 50제곱미터이며, 사람이 한 명 늘어나면 집의 면적은 최소 15제곱미터가 커져야 한다고 한다. 즉, 2인 가구라면 전용면적이 최소 65제곱미터는 되어야 한다.


제곱미터의 독일식 표기는 qm(Quadratmeter 크바드라트메터. 줄여서 '크바'라고 한다)이다.




독일에서 누구보다 매물을 많이 봤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1인 가구용 집은 50크바대(15평~), 2인가구용은 60-70크바대(18~21평)가 실제로 매물이 가장 많았고 선호도도 높았다. 의외로 60크바대(20평 이하)에서 아이 둘을 키우는 4인가구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전용면적 20평에 해당하는 66크바 월셋집의 시세를 가져와봤다. 한국분들이 가장 많이 사는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시내 및 한국분들이 선호하는 근교의 월세다. 모두 20년 이상 된 구축이며, 난방비 및 관리비, 전기세, 인터넷, 주차장 미포함 가격이다.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시내>

66크바라고 가정할 때, 난방비 미포함 월세 약 160~180만 원이다. (왼쪽 두 매물은 리모델링을 이유로 신축 못지않은 월세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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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근교 - Oberursel 오버우어젤>

중앙역에서 약 12km 떨어진 근교의 오버우어젤은 유사한 조건의 매물이 66크바라고 가정할 때 난방비 미포함 월세 약 120만 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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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근교 - Hofheim 호프하임>

중앙역에서 약 20km 떨어진 호프하임 아래 매물을 66크바라고 가정할 때 난방비 미포함 월세 약 110만 원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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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매물들의 평균을 내보면 프랑크푸르트 시내 및 근교 20km에 이르는 지역의 1인가구용 20평짜리 구축월세는 약 130-140만 원이다. 여기에 난방비와 관리비를 더하면 170만 원, 인터넷과 전기세를 포함하면 180만 원, 주차장까지 빌리면 190만 원이다. 러프하게 잡아서 200만 원은 거주비용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인가구라면 이 이상 멀어지는 건 추천하지 않는다. 교통도 불편해지고 인프라도 적어서 자가용을 사면 아낀 월세 비용이 차유지비로 고스란히 추가되기 때문이다.




일반 직장인 신분으로 높은 월세를 감당하려면 연봉을 올리거나 투잡을 뛰는 방법이 있다. 단, 투잡을 뛸 경우 추가수입 520유로까지만 세금이 면제되고 직장에 겸업금지 조항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미리 회사에 고지해야 한다.


정말로 독일에서 '돈 모으기'에만 최대로 집중하고 싶다면, 기본급이 높은 사업분야의 회사로 직장을 옮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회사 규모가 크고 유명하다고 꼭 대도시 시내에 회사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높은 월급을 받고 시골에 살면서 돈을 모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채로운 문화생활이나 다양한 인프라는 보장할 수 없다. 일상이 매우 지루할 것이다.




독일 월세는 독일인들에게도 부담이다. 외국인이라고 하여 더 비싸게 받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 가구가 최소 방 2개인 집에 살며 차 2대를 끄는 게 거의 기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독일에 대입하면 방 3개인 집(독일 집은 거실을 방으로 센다)에 주차장 비용만 최소 20만 원 이상 지출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용면적 30평대(100크바)만 넘어가도 집주인의 연령대가 약 50세 이상으로 올라간다. 어릴 때, 젊을 때 많이 아끼며 살지 않으면 이마저도 쉽지 않다. 같은 맥락으로 독일에서는 슈퍼카나 고급 승용차를 타는 연령대가 최소 40대 중후반 이상이다.



제목 사진출처: Photo by Toa Heftiba on Unsplash

본문 사진출처: immobilienscout24.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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