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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벽돌책] 2.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1일차)

by oh오마주 Jan 12. 2024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1. 일기


24쪽 : 도시를 둘러싼 벽에는 문이 하나뿐이다. 그 문을 여닫는 일이 문지기의 소임이다. 두꺼운 철판이 가로세로로 박힌, 육중하고 튼튼해 보이는 문이다. 그러나 문지기는 가볍게 밀어서 열고 닫는다. 다른 인간이 문에 손을 대는 건 허용되지 않는다.


26쪽 : 그렇게 도시의 하루가 끝난다. 나날이 지나가고 계절이 바뀐다. 그러나 나날과 계절은 어디까지나 임시적인 것이다. 도시의 본래 시간은 다른 곳에 있다.


28쪽~29쪽 : 너는 그런 사정을 띄엄띄엄 조각내어 들려준다. 오래된 코트 주머니에서 너덜너덜해진 무언가를 하나씩 꺼내놓는 것처럼.


32쪽 : 일반적인 미의 기준으로 보면 눈과 코의 균형이 맞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왠지 그 부조화에 마음이 끌린다. 작고 얇은 살굿빛 입술은 늘 착실하게 다물려 있다. 중요한 비밀 몇 가지를 그 안에 숨기고 있는 것처럼.


39쪽 : 방은 따뜻하고 조용하다. 시계가 없어도 무음 속에서 시간은 흘러간다. 발소리를 죽이고 담장 위를 걸어가는 야윈 고양이처럼.


42쪽 : "난 머리맡에 공책과 연필을 챙겨두고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지난밤 꿈을 기록해. 시간에 쫓겨 바쁠 때도 마찬가지야. 특히 생생한 꿈을 꾸다가 한밤중에 깼을 땐 아무리 졸려도 그 자리에서 최대한 자세하게 적어둬. 그것들이 중요한 꿈일 때가 많고, 소중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 주거든."

"소중한 것들?" 내가 묻는다.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한 것." 너는 대답한다.


66쪽 : 몸에서 분리된 그림자는 생각보다 훨씬 볼품없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던진 낡은 장화처럼.

문지기는 말했다. "막상 떨어지고 나면 상당히 기묘하게 보이지. 뭐 저런 걸 애지중지 달고 다녔나 싶을 거야."


73~74쪽 : 나는 의자에 앉아 나라는 신체의 우리에서 의식을 해방시켜 상념의 너른 초원을 마음껏 달리게 한다-개의 목줄을 풀어 잠깐의 자유를 주는 것처럼.


76쪽 : 이 도시 사람들은 많은 식사가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많은 말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 jplenio, 출처 Unsplash


(*) 무라카미 하루키의 무대장치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소설의 주인공이 지칭되지 않았다. 주체가 '나, 너'로 불린다. 꿈의 도서관을 이야기하니 '미드나잇 라이브러리'가 떠올랐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자신의 경우의 수를 찾는 것은 아니었다. 꿈을 읽는 자에 임명되어 자리에서 꿈을 읽었다. 침울하게 시작하는 판타지에 '환상'을 잃은 도시가 떠올랐다. 그 도시에는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에서나 나올법한 8미터의 큰 벽이 있을 것이다. 일본 특유의 괴기한 장치도 있었다. 눈이 달린 손은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서 기차 전투씬이 떠올랐다. 손목을 치켜들고 손만 온 기차를 휘두르고 말을 하고, 눈을 껌뻑이던 괴기한 이야기 속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찾아냈다. 하루키는 '그림자 버리기'로 나를 배신했다. 이 많은 장치들을 한 곳에 쑤셔 넣고, 일상의 단어로, 무거운 문장들을 나열해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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