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2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격파,벽돌책] 2.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9일차)

by oh오마주 Jan 24. 2024
브런치 글 이미지 1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브런치 글 이미지 2



1. 일기



557쪽 : 옐로 서브마린 소년... 그 자신이 그대로 하나의 자립한 도서관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사실을 깨닫고 크게 숨을 내뱉었다.

궁극의 개인 도서관


570쪽 : 그 말에는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은 백지의 입김이라는 형태를 띠고 허공에 떠 있었다.


573쪽 : 오른쪽 뺨에 그녀의 입술 감촉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부분을 보호하듯 눈 아래까지 머플러를 단단히 감았다. 하늘을 올려다보았지만 달도 별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구름이 끼어서일 것이다.


579쪽 : "당신은 인생의 아주 이른 단계에서 최고의 상대를 만났던 겁니다. 만나버렸다,라고 해야 할까요."


616쪽 : "헤밍웨이 단편소설의 도입부 같은걸." 내가 말했다. 그녀는 쿡쿡 웃었다.


620쪽 : 마치 무언가를 메우는 것처럼. 아마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625쪽 : 다섯 시 반에 집을 나섰다. 낮에는 봄의 도래를 약속하는 듯 온화한 날씨였는데, 해 질 녘이 되자 겨울이 잃었던 땅을 되찾은 것처럼 갑자기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나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을 채 역까지 걸었다. 복잡한 화학 실험을 하며 머릿속으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연주하는 보로딘의 모습을, 별 이유도 없이 떠올리면서.


635-636쪽 : 나는 눈을 감고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예전에는 - 이를테면 내가 열일곱 살일 때는 - 시간 같은 건 말 그대로 무한에 가까웠다. 물이 가득 찬 거대한 저수지처럼. 그러니 시간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시간은 유한하다. 그리고 나이 들수록 시간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점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어쨌거나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가니까.


637쪽 : 카운터 위에 놓인 내 손에 그녀가 손을 포갰다. 매끄러운 다섯 손가락이 내 손가락과 조용히 얽혔다. 종류가 다른 시간이 그곳에서 하나로 포개져 뒤섞였다. 가슴 밑바닥에서 슬픔 비슷한, 그러나 슬픔과는 성분이 다른 감정이 무성한 식물처럼 촉수를 뻗어왔다. 나는 그 감촉을 그립게 생각했다. 내 마음에는 내가 충분히 알지 못하는 영역이 아직 조금은 남아 있을 것이다. 시간도 손대지 못하는 영역이.



브런치 글 이미지 3



흐린 오전에는 커튼을 걷지 않는다. 밤처럼 등을 켜고 책을 본다. 책 위로 스노우 화이트(순백)의 빛이 내리면 책의 종이들은 한 가지 색으로 눈에 찍힌다. 책을 충분히 읽고 점등을 하고 약간은 흐린 날의 집안 풍경을 본다. 필터를 씌운 듯한 집안 집기들의 그림자는 어제 본모습과는 조금은 다르다. 물을 한 모금 마시고 다시 보면 향기까지 다르다. 읽을 때와 읽고 나서의 생각의 차이가 크다. 배부른 줄도 모르고 먹고, 배가 아파지는 것과 같다.


다른 책은 한 손에 들어오는 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책의 제목 길이만큼 책도 두껍고, 세계관도 크다. 그에 비해 주인공들과 등장인물들의 공간은 '관장실', '카페 카운터', '도서관 카운터', '매일 앉는 그 자리'로 생각의 크기를 감당하지 못하는 물리적 크기이다. 대비되는 것들이 의도된 것이라면 무섭다. 그의 생각이 툭 하고 튀어나왔다면, 그것도 무섭다.


내 두 손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브런치 글 이미지 4






이전 19화 [격파,벽돌책] 2.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8일차)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