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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파,벽돌책] 2.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8일차)

by oh오마주 Jan 23. 2024
브런치 글 이미지 1

파트 설명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브런치 글 이미지 2



1. 일기


484쪽 : 겨울의 태양은 온 힘을 다해 빛과 온기를 지상에 던지고 있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했다. 세계는 - 사람들, 고양이들, 갈 곳 없는 영혼들은 - 더 많은 빛과 온기를 원하는 것이다.


485쪽 : 이것이 매주 월요일의 내 소소한 습관이 되었다.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지난주의 자기 발자취를 더듬는 것.


491쪽 : 그 충격이 내 몸 안에서 모든 논리를, 모든 맥락을 말끔히 내쫓아버렸다. 방 전체가 크게 출렁이는 것 같은 물리적 감각이 느껴졌다. -중략- 그 종이에 그려져 있었던 건, 높은 벽에 둘러싸인 그 도시를 거의 정확하게 묘사한 지도였다.


496쪽 : 그것은 내 마음을 조용하지만 확실하게 덜덜 떨도록 만들었다. 지진이 멈추지 않는 땅 위의 젤리 상태 물체처럼.


507쪽 : 나는 그의 독특한 퍼스낼리티에 호의를 가졌고, 일관된 삶의 가치관에 공감했다. 고야스 씨에게 운명은 결코 친절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는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그 인생을-자신에게나 주위 사람에게나 - 유익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있는 힘껏 노력했다.


513쪽 : 항상 앉는 열람실 창가 자리를 차지하고는 곁눈질 한 번 하지 않고 책을 읽었다. 그건 활짝 핀 꽃에서 한 방울도 남김없이 꿀을 빨아들이려는 나비의 모습을 상기시켰다. 꽃에게나 나비에게나, 서로 유익한 행위다.


519쪽 : 어떤 일이건- 탐구할 가치가 있다면 말이지만- 열심히 탐구하는 타입일 것이다. 지적이고 주의 깊고 매사에 빈틈없는 사람이다.


523쪽 : 소년은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제 몫의 빈 접시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홀로 데크에 서서 해가 떨어진 뒤 수평선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고독한 선객처럼.


545쪽 : 이 세계에서 어디까지나 고립된 존재다. 사라진다 해도 그 공백은 순식간에 메워질 것이다. 소리도 없이, 눈에 띄는 파문도 일으키지 않고, 매우 조용히.


브런치 글 이미지 3

'나'와 소에다씨가 함께 하는 것을 보며, 제조회사에서 경리부서에 있을 때를 떠올렸다. '나'와 같은 사람의 '소에다'였던 적이 있다. 비서 겸 경리 총괄이었는데, 참 좋은 사수였다. 사수 입장에서는 임원으로 가기 위한 로테이션이라, 전문 분야가 달랐다. 일로는 배울 것이 많이 없었지만 '나'가 '소에다'씨를 대하듯, 예의와 존중을 늘 챙겨줬었다.  


하루키가 하는 '마치~처럼, ~같이, ~듯'의 비유적 표현들은 너무 일상적이라 허탈하기까지 하다. '저런 표현을 여기에 이렇게 넣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일상을 두고 관찰하여 기록하였는가, 싶어서 오늘의 일상에도 마음이 뭉클했다. 일상이 시가 되고 소설이 되는 순간에 감탄했다. 역시나 빼앗고 싶은 감성과 필력이다.


고야스, 소에다 씨와 같은 사람들은 이름이 있는데, '나'와 '너' 그리고 후쿠시마현의 Z 도시, M 군은 이름이 없다. 처음에는 그냥 읽었지만, 끝까지 이름이 나오지 않아서 어떤 의도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졌다. 어떤 구분이고, 어떤 이유일까?


이번 주면 가루가 되어버릴 두꺼운 책을 보니 뿌듯하면서도 아쉽다.

M 군이 왜 굵은 책을 먹어 치웠는지 알 것만 같다. 그 포만감에 벌써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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