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허구다. 동시에 신이다.
[책정보] 제목 : 트러스트, 저자 :에르난 디아스, 장르 : 장편소설, 출판사 : 문학동네
[글정보] 제목 : [격파,벽돌책] 3. 트러스트, 글쓴이 : oh오마주
질문 1. '트러스트', 우리에게 '믿음'이란 진실인가, 사실인가?
질문 2. 소설은 쓸모 있는 허구인가? 감정을 지닌 이야기인가?
질문 3. 현실을 참조했다면, 소설은 현실이 될 수 있는가?
질문 4. 믿고 싶은 것을 믿어도 될까?
'1. '일기' 파트는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내 가슴에 꽂힌 몇 구절, 문단이다. 노트에 기입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손으로 쓰는 문장은 머릿속에 박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즐겼던 공부 방법이기도 하다.
'2. 'omg'는 Oh_hoMmage_oriGinal이다. 아주 짧게 작가가 쓴 글을 보고 나의 생각과 감정에 연결시킨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싶었다. 인간의 창작은 한계가 있다. '나'의 생각에 '작가의 생각'이 부분적으로 스며드는 것이 신기했다. 다르더라도 비교하며 즐기는 시간이 매우 즐거웠다. 독보적인 표현에는 감탄과 존경, 오마주가 있었다. 소설을 따라가면서도 멀리서 관망하기도 하고, 가까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휘말리기도 했다. 글을 읽는 모든 사람에도 그 순간을 선물할 수 있기를.
243쪽 : 위에서 보니 도시는 너무도 깔끔하고 조용해 보였다. 나중에 나는 그 건물이 71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246쪽 : 아버지는 한 번도 자신을 이민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아버지는 추방자였다. 이건 아버지에게 대단히 중요한 구분이었다. -중략-
자칭 추방자로서, 고국과 아버지를 받아준 나라에 대한 아버지의 시각은 종종 모순적이었다 - 적개심과 그리움, 감사와 반감이 융합되어 있었다.
247쪽 : 그는 어린애를 상대하는 아버지라도 된 것처럼 미국인들을 배움이 느리고 고분 고분한 애완동물로 취급하곤 했다. -중략-
이런 식의 개인적 모순은 늘 전면적이고 보편적인 진술로 해결하곤 했다. "나한테는 조국이 없어. 난 조국을 원하지 않아. 모든 악의 뿌리이자 모든 전쟁의 이유거든 - 신과 국가란."
248쪽 : 아버지는 월스트리트가 허구라고 말했다. 나는 이 연설을 여러 번 들었기에 모든 주요 구절과 모티프, 크레셴도, 카덴차, 웅장한 피날레를 외우고 있었다.
249쪽 : 아버지는 모든 문제에 다른 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생생히 생각을 교환하게 해주는 평범한 반대와 차이가 아버지에게는 개인적인 모욕이었다.
255쪽 : 위험한 상황에서 여전히 부글부글 나를 덮쳐오는, 기포 같은 건조함. 이탈리아인 무정부주의자의 딸인 독학생이 베벨 투자회사에 들어가다니 어림도 없었다.
259쪽 : 성미가 까다로워 보이는, 안경을 쓰고 머리가 벗어져가는 마녀처럼 생긴 남자가 - 그는 얼굴이 좁고 눈이 노랬으며, 위쪽으로 굽은 턱에 사마귀가 나 있었다.
260쪽 : 모든 걸 만드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는 데, 한 가지 물건을 만드는 곳에서 일할 이유가 있을까요? 돈이 바로 그거잖아요. 모든 것,. 최소한 돈은 모든 것이 될 수 있죠. 돈은 우리가 다른 모든 상품의 가치를 측정하는 보편적 상품이에요. 그리고 돈이 상품의 신이라면 여기가," 나는 손바닥을 뒤집어 사무실을 감싸는 호선을 그렸고, 그건 그 너머의 건물을 의미했다. " 그 신이 최고 신전이죠."
265쪽 : 엄마가 죽은 이후 나는 내가 노련하지 못하게 즉흥적인 방식으로 수행한 이 새로운 역할을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내가 집안의 여자가 되었다. 무정부주의자인 아버지는 현재의 젠더 체제를 온전히 유지하는 데 미성년 노동이 필요하다는 걸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267쪽 : 권력의 근원에 가까워질수록 주위가 조용해진다는 것이다. 권위와 돈은 침묵으로 스스로를 둘러싸고, 사람은 누군가의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를 그들을 둘러싼 침묵의 두께로 측정할 수 있다.
271쪽 : "읽어봤나?" 그는 책을 책상 위로 미끄러뜨렸다. 나는 책을 집어 들었다. 겉표지는 회녹색이었으며 글씨는 검은색과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달러 지폐를 떠올리게 하는 색 조합이었다. 삽화나 장식은 없었다. 그냥 이렇게만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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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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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쪽 : '정해진 형태가 없는 미래라는 블록으로부터 현재를 조각해 낸다.'
1) 그녀가 촘촘하게 엮은 아버지의 잔상
아이다 파르텐자, 그녀의 이름만큼이나 생소한 문장들이 촘촘하게 쪽수를 채워나갔다. 그녀는 강렬하게 아버지를 회상하고 설명한다. 아버지를 대표하는 문장을 읊는다. 아버지가 자신의 조국을 대하는 마음처럼, 자신의 고향인 아버지를 '그리움과 증오'로 떠올린다. 문장을 읽는 것이 '큰 걸음으로 한참 걷다가 발과 발을 맞닿아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쉽게 쓰지 못했을 문장이리라, 빠르게 쓰지 못했으리라, 그녀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봤다.
2) 돈은 허구다, 동시에 신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강조한 신념은, '가지지 못한 자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를 보고 과정을 늘어놓는 패자의 변명같았다. 작가가 은밀하게 깔아놓은 분위기에 동조했다. 본인이 아버지를 거스르는 묘한 승리감을 느꼈으리라. 작가가 비서가 되기 위해 했던 말, '돈은 신이다. 이곳은 신전이다.'부분에서 웃음이 터졌다. 동서를 막론하고, 배려와 칭찬을 가장한 아부는 당연하면서도 우습다. 나도 그랬다. 대학 내내 작가를 꿈으로, 글을 쓰고 싶고, 쓰면서도, 취업을 위한 면접에서는 '타고난 경리'인 척했다. 자서전을 위한 비서라니, 갖고 싶은 직업이다. 그녀가 기록하는 자세한 그날들이 소설과 자서전을 현실로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어쩌면 모두가 삶에서 원하는 '의미'를 찾는 걸까. 뜬금없이 꺼내놓은 '잭'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일종의 복선이라 생각했다.
예상컨대, 잭은 기자로 이 일을 취재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