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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Apr 04. 2024

나 좋아하니? 당근!

나 사뢍하뉘? 당근!!!

아~~~ 아~~~ 아~~~ 당근~ 쏭!
나 보고 싶니? 당근!
나 생각나니? 당근!
I Love You~ You Love Me~
당근! 당근! 당근!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채소가 당근이란다. 맛도 별로 식감도 별로...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그런 당근도 맛있어진다. 떨이로 파는 당근이 있어 무조건 겟했지만 귀차니즘에 자꾸 미뤄왔다. 그러다 드디어 작정을 하고 당근공장을 돌려본다. 당근껍질을 벗기고 목욕까지 깔끔하게 씻기면 곱디고운 예쁜 주황색이 까꿍하고 나온다. 옛날에는 주황색 별로 안 좋아했는데... 어느새 아들 옷으로 주황색을 고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주황색 은근 화려하면서도
멋쟁이 색깔이드라~

<당근깍두기>를 만들어보자! 이름이 생소하지만 만들고 먹어보니 별미이다. 당근은 익히면 고구마맛 같으면서도 고급진 양식느낌의 맛이 매력적이다. 반으로 썰로 돌려까서 나름 부채꼴? 삼각뿔? 모양으로 썰어본다. 소금 한 꼬집을 넣고 오일 2ts을 넣고 볶는다. 이때 뚜껑을 덮고 약불로 5분, 섞고 8분 정도 더 익혀주면 끝! 포크가 쏘옥 들어간다. 체리에게 미션을 주고 갔더니... 조금 탔지만 나름 타지 않게 하려고 물도 넣고 익혀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조금 탔지만
음식은 원래 타기 직전이 제일 맛있데....
괜찮아 아~주 잘했으!

그럼 여기에 급하게 부랴부랴 사온 홀그레인 2ts, 후추, 꿀 1ts을 넣고 섞어 냉장보관하면 더 맛있어지는 <당근깍두기>가 완성이다. 맛탕 같으면서 뭔가 더 고급진 엘레강스한 맛이다. 아주 맘에 들어~

그럼 이제 누구나 아는 <당근라페>, 당근다이어트에서 라페는 기본 국룰이다. 이거만 만들어 놓으면 어디든 응용하는 건 쉬우니까.

소금 1/2ts, 올리브유 2ts, 홀그레인 2ts, 식초 1ts, 설탕 1ts 넣고 섞으면 그냥 끝이다. 숙성이 되면 더 맛있는 당근라페가 완성된다.

그럼 당근라페로 또띠아 쌈을 만들어본다. 다이어트에는 통밀또띠아를 꺼내 살짝 익혀주고, 상추, 파프리카를 넣으면 색깔이 예뻐 더 보기 좋고 맛도 좋은 건강쌈이 된다. 거기에 사과는 키포인트다.

아삭아삭하며 달콤한 과즙이 퐝!
터지면 그야말로 꿀맛이다.

그리고 그릭요거트에 말린 푸룬을 줄지어주면 쫀득쫀득 달콤한 맛에 채소까지 사랑하게 된다.

거기에 당근라페 드~~~~음뿍! 바닥에 상추를 깔아 붕떠서 잘 안 싸진다. 그럼 상추로 덮고 김밥 말던 실력 발휘하여 꾹 꾹 누르며 싼 후, 매직랩으로 다시 감싸주면 환상적인 맛이다. 당근라페의 양념으로 소스가 없어도 상큼하면서도 채소들의 아삭하면 퐝퐝 터지는 과즙과 식감이 환상의 세계, 자연농원에 간 느낌이다.

사선으로 자른 게 예쁠 줄 알았는데 그냥 직각으로 써는 게 오히려 보기도 예쁘고, 보관하기도 낫네~

하나는 지금 먹고, 하나는 낼 점심이다!

그럼 당근의 별미를 <당근김치>를 만들어보자. 당근라페랑 별 차이 없고 비슷한 거 같은데 이거 완전 별미다.

후회하지 말고 자!!! 모두 집중!!!


채 썬 당근에 소금을 넣고 10분 정도 절인다. 물기를 짜내고 식초 3ts, 꿀 2ts, 고춧가루 2ts, 후추를 넣고 섞어 준비한다.

올리브유 4TS에 마늘 2TS을 넣고 약한 불에 아린 맛이 날아가게 노릇 노릇하게 볶아준 다음 당근김치에 투척한다.

그럼 완성,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어볼까? 라페랑 다른데 무생채 같으면서도 이국적인 러시아김치 같으면서도 이거 은근 별미이다.

당근이 무맛도 고구마맛도 아닌
묘한 마력이 있는 아이이다.

건강한 탄수화물 냉동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3분 돌린 다음 당근김치를 밥보다도 많게 수북이 올리고 계란하나 프라이하면 진짜 감칠맛 나는 너무 맛깔스러운 맛이다. 조금만 더 해 먹을까? 고민고민하며 쩝쩝거리다가 간~~~ 신히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설거지도 필요 없는 그런 맛이다.


그럼 나머지 당근 키토김밥을 만들어보자! 난 김밥은 무조건 좋아하니까! 나머지 다 해버리자! 고무장갑 끼고 채칼로 슝슝 밀어 본다. 좀 두껍게 나오지만 두꺼운 나름대로 더 식감 있고 맛있다. 채 썬 당근에 올리브유, 소금을 살짝 넣고 후추를 갈아 파파파팍 넣고 볶으면 그냥 끝! 라페로 김밥을 말아도 맛있지만 식초맛이 애매할 수 있으니 그냥 기본, 전통식 당근을 볶아본다.

그리고 당근만큼 사랑하는 내 사랑 양배추를 채 썰어 계란과 섞어 지단을 만들어준다. 이때 양배추를 먼저 살짝 볶아줘야 숨이 죽고 무르게 익어 더 맛있다. 지단을 뒤집을 때는 늘 소심해지고 불안 불안해지는 마음이지만 과감하게 뒤집어본다. 망가지면 어때? 내가 먹을 거고 김밥이라 다시 잘 피면 표시도 안 난다고....

살짝 지단이 맛있게 탔다. 하지만 이게 제일 맛있는 거라고 무리수를 두며 쿨하게 말아본다. "아이고! 김밥용 김이 떨어졌다." 구석에 처박힌 돌김을 꺼내본다. 살짝 굽고 싶지만 저녁을 기다리는 하이에나 같은 신랑이 바로 앞에서 기다리니 1분 1초가 급하다. 비린맛, 바다맛을 첨가했다 자부하면 모르쇠를 하며 돌김에 말아본다. 양배추 지단을 깔고 당근볶음을 한주먹, 두 주먹 가득 넣어 고르게 핀 다음, 밥이 없으니 치즈 한 장을 꺼내 김 나머지, 끝트머리에 깔아본다. 돌돌 말으면 성~~~ 공!

이번엔 치즈를 당근 위에 넣고 말아 본다. 김이 잘 안 붙고 찢어지는 거 같지만 3분만 버티라 속삭인다. 찢어지기 전 먹어버리게.... 돌김에 싸다 보니 마는 것보다 써는 게 문제다. 김이 송송 구멍이 나서 김이 터진다. "아! 뿔! 싸~~~~~ 괜찮다~ 괜찮다~~~~ " 마법을 걸며 조심조심 썰어본다.

다행히 이것도 성공, 밥이 안 들어가 서운해 하지만 그래도 맛있다 먹어주는 신랑과 체리 덕에 당근키토김밥은 3분도 되기 전에 뚝딱 사라진다.

다이어트를 하면서 채소 하나하나의 맛을 알아간다. 평상시 거들떠도 안보고 찬밥신세였지만 하나씩 정복하다 보니 채소 하나하나,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그리고 개인 적으고 생채소보다 살짝 익힌 채소가 더 정감이 간다. 익혀지면서 달큼하고 부드러운 맛이 채소를 더 사랑하게 만든다.

채소야! 값만 좀 내려가면 안 되겠니?
널 너무 사랑하게 됐는데 너에게 다가가는 그 길이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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