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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Apr 23. 2024

버섯리조또와 친구들

버섯뽀개기

버섯은 고기 먹을 때 마지못해 볶아먹으려고 샀던 재료이다. 어쩌다 된장찌개나 끓일 때 격식을 갖추기 위해 버섯과 호박, 감자를 썰어 넣었다. 그러다 다이어트가 시작되며 내 주식이 되어, 세일하는 버섯이 있으면 늘 장바구니에 담았다. 팽이버섯이 1000원에 2개였는데 치솟는 물가에 하나에 1000원이 넘는다. 그나마 이게 싼 거라며 팽이버섯 2개는 세트로 담는 게 일상이다.


오늘도 주방에 서본다. 건강냉동밥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2분 30초 돌리고, 다이어트한다고 사서 박아놓은 코코넛 오일을 꺼내본다. 건강한 건 좋은데 코코넛의 특유의 향이 살짝 있다. 그렇기에 쪼금만 넣어 냉동파를 휘뚜루막뚜루 볶아낸다.

갑자기 전자레인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오 마이갓~~~~~~~

나름 아끼는 접시이거늘... 깨졌다? 무슨 불길한 징조??? 그러나 그런 생각할 틈도 없이 다시 새 접시에 꺼내 밥을 돌린다.

난 아줌마니까~

  더러운 부분을 잘라내고 속성으로 머리채 잡아 씻어낸 후 송송 썰어본다.

그럼 파와 함께 마구잡이로 볶다 예쁜척하며 다소곳이 테두리를 다듬고, 가운데를 움푹 파 계란지정석을 만든다. 계란이 허튼데로 가지 못하도록...

너 가만히 이쒀~

그런 버섯과 함께 예쁜 척, 잘난 척 고상한 척을 뽐내며 고귀한 자태롤 뽐내준다.

다이어트이지만 다이어트식으로 먹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은 모두 넣는다. 우리 운동쌤이 보시면 기절초풍, 쫓아오시겠지만 간장을 살짝만 뿌리고 치즈 한 장과 깨소금을 파파파 팍팍 뿌려 먹는다.

너의 임무는 끝났어, 이제 안 예뻐도 돼~ 마구잡이고 비벼서 맛깔나게 먹어치운다.

역시 다이어트식이지만 그럼에도 맛있다.

그럼 또 팽이버섯으로 대잔치를 벌여본다. 팽이버섯을 더 송송송 썰고 계란을 깨서 골고루 섞어본다. 계란 한 개로 해결하기 위해 야무지게 섞어본다.

다시 예쁜척하며 곱게 단장하면 수수한 허연색 팽이버섯도 변신할 수 있다. 

내가 보여주겠어~
너 너무 밋밋해~

냉장고에 박혀있는 부추와 토마토를 꺼내 알록달록하게 묻혀준다. 그리고 치즈 한 장 올리고, 오늘은 그냥 미췄다. 모차렐라치즈까지 한주먹 뿌려 뚜껑을 고이 덮어 약한 불로 익혀본다.

안 되겠어!!!!

숨죽이며 조심조심 종이포일에 옮겨 에어프라이로 향한다.

나 먹는 데는 진심이다! 맛있게 먹어보자고~

그래 좋은 판단이었어! 하지만 성급한 마음에 0칼로리라는 스리랏차 소스를 팍! 부어버린다.

칼질까지 해가며 고상하게 먹어본다.

맛있다.
역시~ 건강한데 맛있으니
맘껏 먹을 수 있엉!



그럼 냉장고에 박혀 화석이 되려는 표고버섯을 꺼내본다. 심지까지 따로 모아놨었는데 식감을 위해 듬뿍듬뿍 넣어 불린다.

내가 쪼아하는 냉동 청양고추도 한 꼬집 넣고, 파와 표고버섯을 살살 볶아준다. 이걸로는 아쉬우니까 팽이버섯도 두 주먹 넣어본다.

오트밀4수푼, 아몬드브리즈 콸콸 따르고 소금, 후추하고 치즈를 듬뿍 넣어본다.

뚜껑 덮고 뽀글뽀글 끓이면 완성! 버섯리조또가 완성된다. 부드러운 맛에 감미로운 맛, 이게 레스토랑 아니겠어? 맛있다. 양심상 많이 했으니까 반은 덜어 나의 단짝 냉동실에 넣는다. 다이어트지만 건강하게 먹는 방법이 아주 많다.


이쯤 되면 뭔가 치킨, 전 같은 맛깔나고 식감 있고 기름진 게 먹고 싶다. 하지만 우리 참아내야 한다!!! 다시 팽이버섯을 씻는다. 소금, 후추를 쏴아쏵 뿌리고 계란 한 개로 팽이버섯을 골고루 무치기 위한 안간힘을 써본다. 사이사이 틈사이도 골고루 묻게....

그리고 한 가지 픽은 기름을 안 쓰고 코팅 잘된 프라이팬을 쓰는 것이다. 예열하고 팽이버섯을 곱게 눕히고 뒤집으면 아주 담백하고 꼬독꼬독 식감 있는 팽이버섯 전이 완성된다.

그럼 건강밥에 당근라페를 깔고 팽이버섯 전을 올리면.... 뭔가 아쉽네? 냉장고에 삶은 계란을 잘라 넣는다. 1식에 계란 2개, 그것도 노른자를 2개나 먹다니....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오늘만 먹어보자고~

다이어트는 살을 빼는 것이 아닌 건강을 회복하는것이다.
살도 빠지고, 몸도 건강해지고,
죽은 음식이 아닌 살아있는 음식을 먹으니 자동으로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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