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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Dec 10. 2024

사춘기라서 그래?

오늘도 너를 사랑해

"야!!! 물 안 끄니?"

"양치 빨리 안 할래?"

"도대체 언~~ 제 잘껀데?"

"잠자리 준비가 한 시간이라고 한 시간!!!"

"그래놓고 잠 안 온다고 왔다 갔다할래? 어휴~~~~"

"도대체 언제 잘래? 키는 안 클 거냐고!!!"

"공부도 안 하는데 키라도 커야 할 거 아냐?"

"세수 깨끗이 하라고!!! 너 그러다 금방 여드름 올라오고 곰보빵 된다 했니 안 했니?"

"또또또 핸드폰 안 끄니? 낼 당장 해제해 버린다!!!"

.

.

.

"그러니까 밤에 일찍 자라 했지!"

"이제 안 깨운다! 학교 가든 말든 늦은 말든 신경 안 써!!!"

"이부자리 잘 펴놔라! 벗은 옷 정리하고!!!"

"학교 늦는다!!! 빨리 먹어!!!" 사과 먹고 약 먹고 빨리 양치하라고!!!"

"야~~~~~~~!!!! 옷은 그거 뭐니? 머리 좀 빗어라!!! 가방 제대로 메고!!!"


하루의 마무리 레퍼토리

그리고 하루의 시작, 레퍼토리이다.

나도 모르게 쫓아다니면서 잔소리하고 있다. 이 정도면 엄마가 스토커이자 욕쟁이 할머니인 줄 알았다. 가는 족족 쫓아다니며 혼낼 건수를 찾아다니는 하이에나 같다.


아이의 마음을 다스려줘야지 이해해야지 다짐을 수십 번 하지만
99도에서 끝내 1도를 참지 못하고 결국 퐝!!!
폭발해 버린다.


  근데... 그나마 잔소리라도 안 하면 진~~~ 짜 안... 한... 다... 그리하여 결국 공부에는 두 손 들고 만세를 외치며 학을 뗐고, 핸드폰이 핫팩이되고 배터리가 1% 되서야 충전기를 찾아다니다가, 충전기를 꽂고 안심을 하며 게임과 유튜브,  쇼츠삼매경이다. 엄마의 필수템인 차단앱을 당연히 설치했건만 차단앱이 무색하게 핸드폰을 하고 있다. 잠금앱도 소용이 없다. 결국 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체리는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린다. 거기에 꼬장미를 장착하여 이 추운 날씨에 창문을 열고 찜질방 얼음방, 냉기마찰 중이시다. 이와 중 감기에 걸릴까, 난방비가 많이 나올까 노심초사다.

  한 번은 "알아서 하고 자!" 했더니 불을 켜고, 문을 열고, 드림렌즈도 안 끼고 그냥 자더라!!! 중간에 나가볼까 둘러볼까 백만 번 생각했지만 나도 단단히 뿔난 터라 처음으로 내버려 두었더니... 역시나... 하루에도 속이 천 번은 무너진다.

  아직 동생보다 크다고 아주 눈 깜짝할 사이 격투기 선수라도 된 것처럼 펀치를 날린다. 봉봉이 얼굴, 손, 팔 여기저기 할 퀸자국이 한두 군데가 아니며, 꽈추를 때려 별을 본 적이 셀 수 없이 많다. 기분 좋을 때 카페에 데려가 케이크에 라테에 티에 까페에서 2차, 3차기분 좋게 달래며 온갖 칭찬으로 처바르며 잘해보자를 다잡고 오지만, 집에 돌아오면 늘 도루묵, 원점으로 돌아와 당최 들어먹지를 않는다.


집에 들어오는 길, 엘베에서 체리보다 한 살 위인 윗집 아이를 만났다. 그 아이도 사춘기병으로 엄마가 보기엔 난리부르스 미치광이판이다. "베리야, 도대체 사춘기는 언제 끝나니? 이모 미춰버리겠다." 

"체리 사춘기예요?"  "어~~~~" "중1?  중2는 돼야 끝나요~" 제3자 입장에서는 베리도 착하고 야무지고 천하의 모범생인데 베리엄마가 보기에는 핵폭탄 불똥이 떨어지는 사춘기이다. 대답을 해주는 베리가 그래도 1년이 지난 사춘기언니라 지난 1년의 시간이 부럽기만 했다.

  아~~~~ 이러는 나도 싫고, 저 꼬라지를 보자니 내가 미춰버리겠고, 주말쯤 되면 엄마는 포기를 하고 내팽개치는데 그제야 돌아온 주말 아빠는 체리를 어우와둥둥 달랬다가 똘기와 광기를 보이는 딸을 바라보며 당혹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다 나를 토닥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마디 "봉봉아~ 너라도 엄마말 좀 잘 들어라!" "좀 지나면 바통터치하겠지...." "아니야! 난 안 그럴 거야!" 그래 사실 믿지는 않는데 그 말이 지금은 충분히 큰 위로가 된다. "너 매번 몰아서 하잖아!" "지금 엄마 좋아하는 거 충분히 몰아했으니까 사춘기 되면 나 몰라라 하고 엄마 나가라 하고 짜증 부리고 해라!" "아니거든 난 지금 엄마 사랑하는 거 십 분의 일, 아니 천분의 일도 안 했거든 몰아하는 거 아니라고!!!" "그래 일단은 믿어보자!" 하지만 더 큰 게 올지 모른다. 배신감의 상처가 더 크다는 것도....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우리가 이 지구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짧은지 이해하지 못한다. 심지어 어른인 당신도 가끔은 이 사실을 잊는다. 아이들과 한집에서 열여덟 번의 여름밖에 보내지 못한다는 것,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수 있는 아침이 천 번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함께 아침을 먹을 수 있는 날도, 함께 쇼핑을 할 수 있는 날도, 아이들 때문에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려야 하는 날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데일리대드-

  앞으로 딸과 보낼 이 겨울도 고작 7~8번? 이렇게 싸우고 성질낼 시간도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지금 이 상황이 너무 혼란스럽고 짜증 나 어떠한 위로, 이해, 내려놓음이 되지 않는다. 사춘기 체리 덕분에 엄마는 철학과 감정교육, 대화법을 공부한다.

너는 참 멋진 아이야.
가끔은 서툴러도 괜찮아.
남들만큼 잘하지 못해도 괜찮아.
다 안단다,
너의 다정한 마음.
네가 오늘도 얼마나 애썼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
애쓰지 않아도 너는 정말 멋진 아이야.
지금 모습 그대로도 너는 충분히 멋진 아이란다.
-오늘도 너를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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