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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Feb 23. 2024

나랑 별 보러 갈래?

아님 눈 보러 가자~

  밤새 하얀 눈이 내렸다. 그것도 소복이... 어른들은 걱정스럽고 아이들과 강아지는 그냥 천진난만하게 즐겁다. 이때 우리 가족은 외친다.

"별 보러 갈래? 눈 보러 갈까?"

겨울이 되면 연말에 생일자가 둘이다. 예수님 탄생과 함께 체리아빠 생일, 그 2일 뒤는 체리생일이다. 좀만 참고 새해에 태어났으면 좋았을 텐데.... 뭐 이제 와서 바꿀 수 없는 거니까 그냥 우린 즐긴다. 생일엔 가족여행이다. 겨울은 강원도 여행이 제격이다. 무작정 우린 눈이 오거나 말거나 썰매를 챙겨 출발한다.

"모두 추~~ 우~울 바알!!!"

이럴 땐 나름 J성향이 나온다. 숙소와 맛집리스트를 앱에 저장하고 동선이 짧은 코스로 도는 거다. 하지만 계획과 달리 매번 꼬이고 엉켜서 왔다 갔다로 시간을 때운 적이 많지만 그렇다고 계획 없는 여행은 있을 수 없다. 상황에 따른 착오를 위해 식당과 코스도 추가로 짜놓는 여유를 부려본다. 백화점, 마트, 쇼핑몰, 인스타삘은 과감하게 무시하고 사계절을 느끼며 자연에 흠뻑 취하고 오는 게 우리의 여행의 진면목이다. <요선암돌개구멍>에 갔지만 주차장에서부터 사람이 없고, 그나마 가도 볼 수 없다는 암울한 울림만 들려온다. '그래도 함 가보자! 우린 씩씩하게 걸어간다.' 차디차지만 상쾌하면서 시원한 바람이 제법 좋다. 춥지만 목캔디를 온몸으로 먹은 듯한 뻥뚤린 그 느낌이 신선하다.

강물 위로 두껍게 얼은 얼음이 신기하여 호기심 발동하는 봉봉, 감성적인 느낌에 푸욱 빠져 분위기에 취해있는 체리이다. 핸드폰을 제일 사랑하지만 자연을 느끼고 신기함으로 행복을 만끽해 본다.

각자의 스타일대로... 그저 좋다. 춥지만 상쾌한 하늘에 감사를 느끼며 차 안에서 저물어 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본다.  

그러면 오늘의 저녁코스 도착이다. <주천묵집>, 산초두부구이와 감자옹심이, 도토리 빈대떡 건강 다이어트식이다. 너무 맛난다. 또 언제 와볼까 싶어 메밀묵밥까지 시켜본다. '배부르지만 건강한 거니까 오늘 하루쯤은 많이 먹어도 괜찮아.'

그러면 이제 <별마로 천문대>로 가본다. 예매는 못했지만 그래도 한 바퀴 돌아볼 마음에 식당 근처라 무작정 향해본다. 눈꽃이 너무 예쁘다. 그 경치에 취해 천문대를 들어가는데만 30분이 걸렸나 보다. 

"우리 그냥 한 바퀴 돌아보자. 그냥 봐도 좋데.... 담에 엄마가 예약해 줄게 오늘은 예약이 꽉 차서 안된데.... 지난번 부산에서 낮에 해 봤으니까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자~" 사실이기도 하고, 엄마는 미리 밑밥을 깐다. 하지만 엄마는 맘이 초조하다. 매표소에 들려 "혹시 취소된 거 없어요? 애들 두 명만 들어가면 안 되나요?" 세상 어디에도 없을 열정적인 엄마가 된다. 다행히 눈보라와 추위에 취소했는지 자리가 있단다. "있-어-요-?" "몇 시 거요?" "4명 돼요?" "어른 에 아이 둘이요~" 속사포랩을 방출한다. 너무 다행히 감사히 지금 첫 타임 7시 반 거 만 자리가 있단다. "예~~~~ 쓰!" 나는 예매하고 아이들은 뛰어들어가 구경하기 시작한다.

"얘들아~ 어디 있니?" "체리야~~~" "봉봉아~~~" 안 보인다. 둘이 숨바꼭질이라도 하는지 사라져 버린다. "우와 멋있어~" "엄마~ 엄마!" 압빠~~~~~~~~~!!!" 어느새 순수한 맘이 되어 체리와 봉봉은 뛰어다니기 바쁘다.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시간이 되어 천체투영실의 돔 스크린 가상의 별 감상이 시간이 길지 않으면서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다른 천문대는 장황한 설명이 길어 아이들이 좀 힘들어했는데 영상으로 아주 쌈빡하게 설명해 주어 더 좋았다. 하지만 박사님들의 설명에 이어 날이 흐려 천체관측이 어려울 거 같단다. "으---------윽 안돼!!!!" 하지만 우리의 울부짖음은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젤 앞에서 관측한 아빠와 봉봉인 형체라도 보았지만 구름이 몰려와 한참을 기다렸음에도 야속하게 뿌연 회색 뭉게뭉게 구름만 보일뿐 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되어 우린 "야~ 빨리 가자!" "어차피 안 보여~ 주차장 밀려! 눈 와서 미끄럽단 말이야! 올라오는 차랑 겹치면 방법이 없다고~" "빨리 서둘러~~~!" 눈꽃과 조명에 삐까빤짝 휘영 찬란한 장면을 만끽하며 우린 잽싸게 빠져나간다.  

<망경대산 자연휴양림> 복층이다. 그저 복층에 신이 난 아이들 올라갔다. 내려왔다. 난리법석이다. 굳이 방도 있는데 복층에서 자겠단다. "그래 너희 거기서 자라~" 하지만 복층인 휴양림, 숲 속의 집들은 웃풍이 있다. 방바닥은 뜨겁지만 시원한 바람이 벽과 창문에서 흘러내려온다. 오늘도 결국 방에 이불을 격자로 깔고 등만은 뜨끈하게 지지며 푸근한 잠을 취한다.

아침에 보니 경치가 더 멋지다. 눈도 제법 쌓이고, 일어나자마자 씻지도 않고 썰매를 들고 출동한다. "애들 합쳐서 60kg가 넘어~~~" 어느새 아빠는 루돌프가 되어 썰매를 끈다. 그것도 33kg, 32kg 합 65kg를 땀을 뻘뻘 흘리면서 끈다. 이럴 땐 망부석이 되어 꿈쩍도 안 하는 엄마이지만 J 씨들은 아주 신이 났다. "쓔~웅 슝~ 쓩~"

한번 타고, 또 타고  "썰매는 니들이 끌고 가~" 애들 둘을 끌고 허리가 아프다고 투덜거린다. 아프지, 큰 내리막길도 아닌데 힘으로 어거지로 끌었으니.... '참 신랑도 대단하다. 그래 그쯤 했음 일 년 치 아빠노릇은 다 한 거 같다~' 그래도 딸바보 아빠는 체리 썰매는 직접 들어주고, 또 끌어준다. 공평하게 봉봉이와 체리의 썰매 탄 수를 맞춰야 하는 남매의 현실이다.

숙소를 나오며 자기 키만 한 고드름에 신이 나 사진을 마구 찍어대며 감탄에 금치 못하는 봉봉, 저 큰 고드름을 따달라고 조르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고이 남겨둔다. 여기저기 절벽마다 있는 고드름은 절경이긴 하다.

영월역 앞 <성호식당>에 가서 다슬기해장국은 추위에 얼어붙은 몸을 녹이며 아이들도 싹싹 긁어먹으며 맛깔나게 먹어치운다. "맛있다. 여긴 담에 또 오자~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반찬도 느무느무 맛있다." 봉봉이는 포장을 하고 싶다며, 점심에 또 먹으러 오잔다. "그렇게 맛있어?" "응 진짜 최고야~ 자꾸자꾸 먹고 싶은 맛이야!" 경치를 즐기며 <청렴포>에 갔지만 하필 휴무일이다. 아쉬움에 서부시장을 둘러봐도 메밀 전 맛집 <미탄집>도 휴무일이고,  아침을 거하게 먹은 배부름에 간신히 <서부순대>를 픽하여 포장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오늘 휴무인 곳은 담에 가보자~ 뭐 또 가면 되지~~~

우리나라가 나름 작다는 게 다행이다. 전국방방곡곡 다 가본 거 같은데... 우리 울릉도, 독도 빼고는 다 간 거 같아!

"엄마? 부산이 먼 거야?" 늘 편도 3시간 이상거리는 가기에 부산이 옆집 마당인 줄 알고 우리나라가 자기 손바닥만 한 줄 안다.

 "아빠가 운전을 그래도 즐겨해서 그런 거라고! 아빤 베스트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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