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리에게 여수는 당일치기 코스이다. 집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여 오픈런 <로터리식당>에 가서 백반을 먹고, <오동도>와 <아쿠아리움>, <헤멜등대>, 노을이 질 때 <케이블카>까지 타고 <해물찜>을 먹고 쉬다 <빅오쇼>를 보고 집에 12시에 컴백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근데 이제 40대를 넘어가니 힘.... 들.... 다....
그래서 이젠 1박 2일, 2박 3일의 코스로 간다. 가도 사실 다 봐서 바닷가에서 놀다 오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수에 가면 무조건 하는 코스, 체험과 먹거리가 있는 강추코스가 있다.
일단 4시간 이상 거리이기에 우리는 여수에 왔으니 이제 돈 드는 아쿠아리움은 패스, <오동도>에 들어간다. 왜냐 긴 시간 차에서 머물렀기에 아이들 몸을 풀어주어야 한다. 번데기에서 막 빠져나온 나비가되어 푸다닥 활기찬 날개짓을 펼쳐본다. 바다공기 무한 흡입을 하며... 그리고 나중에 여수가 어디냐는 말, 어디 가봤냐고 하기에 주요 관광지를 꽉 꽉 찍어주고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 체력소모, 산책하기 좋은 <오동도>는 무조건 입성한다. 둘씩 짝을 지어, 가는 길엔 힘들다 투정 부려 다 큰 봉봉이를 업고 들어가기도 한다. "아이고 허리야~ 엄마 허리 나간다 이눔아!!!" 그럼 아빠 애착인형 체리는 아빠 등에 딱 붙어 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요즘은 아빠가 안아주고 우쭈쭈를 해줘도 아프다며 투덜거리며 입이 대빨 나온다. 그럼 또 상심해서 아빠의 마음은 콩알만 해진다.
그럼 우린 산책로를 따라 <오동도>의 명소 구석구석을 처음 온 양 둘러본다. 계절마다 오전, 오후, 저녁 해 질 녘에 따라 느낌이 다르니까... 인생샷 지점에서 사진을 꼭 찍어준다. 아무리 남쪽이라도 추울 거 같았던 2월에 웬 바바리냐 물었건만 새빨간 게 사진이 너무 잘 나온다.
걷기가 힘든거 같아도 날이 좋아, 공기가 상쾌해 자꾸 걷으며 힐링된다. 여긴 동백꽃이 피어야 걷는 맛이 있다. 없을때는 지루하고 따분하기가 이를때가 없다. 제주도 카멜리아힐도 좋지만 그냥 편안하고 꾸밈없는 맛이 그냥 좋다. 3월만 되도 더워 반팔을 걸치고 다녀도 될정도이지만 다행이 이때까지 남아있으니 너무 행복하다. 자연에 심취해 어린아이같은 맘이 되어 사이좋은 남매가 되었다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가족이 되기도 한다.
그럼 이걸로 끝내지 않고 우린 등대까지 가본다. 평지의 길이라 자전거를 타고 가기에 제격이고, 달리기 시합을 하며 뛰어가기도 한다. 윗길, 아랫길을 나누어 가며 숨바꼭질을 하는 재미까지 누려보기도 한다. 그러면 이쯤에서 인생샷에 도전해본다. '우린 누가뭐래도 제일 행복한 가족이니까~~~'
그리고 광장으로 내려오면 찡찡이 봉봉을 위해 체리가 자기 몸무게와 같은 동생을 엎어준다.
"너 참 골격이 대단하다 대단해~ 깡다구도 좋다." '이럴 땐 참 사이좋아~'
저녁노을이 지면 감성에 빠져 사진을 찍고 나오는데 30분이 넘게 걸린다. 그냥 가면 쉬잉~ 10분이면 될 것을... 여수밤바다~ 감수성에 빠져 한 장 찍고 검사, 한 장 찍고 확인을 맡아야 하는 체리 시중을 드느냐 순간 해가 져 매서워진 추위가 야속하기만 하다. 이제 지친 봉봉인 "누나 빨리 가자~" 응석이 시작된다. 사실 많이 걸었다. 우린 실속주의 여행으로 여행으로 하루 만보, 이만보를 걸을때도 많다. 여행이라 쓰고 극기훈련이라 말한다.
오동도의 팁을 드리자면 입구에 자전거 대여말고, <여수공영자전거 '여수랑'>이 입구에서 좀 떨어져 있지만 1일 1000원, 하루 2시간(120분) 사용 가능하기에 아주 오동도외에 여수 이곳저곳을 둘러보기에 제격이다. 2월 말까지도 좋지만 3월에 가니 더 따뜻하고 마지막 겨울 동백꽃도 볼 수 있으니 벚꽃 전 동백꽃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2, 3월에 보름에 한 번씩 3번이나 간 건 쉿! 비밀이다. 오동도 뽀개기 완료!!!
그럼 차마 <이순신광장>원조 딸기찹쌀떡집은 줄이 길어 못 가고 그 옆 낭만여수 딸기모찌를 사들고, 달리고 달린다. 막판 마감전에 들어가기 위해....
그곳은 바로바로 <갈치조림 기똥차게 맛있는 집>이다. 이곳에 가면 사장님이 늘 묻는다. 아이가 2명이기에 3인분만 시키라지만.... 4인분을 시켜도 엄마, 아빠는 갈치만 열라게 발라주고 무가 맛있다며 무만 집어먹고 마지못해 그래도 맛있는 미역국을 추가로 시키며 먹고 온다는 사실, 그래서 늘 고민이다. "5인분을 시킬까? 양념장을 사 와서 해줄까" 고민되지만 매번 4인분을 시키고 매번 후회한다. 매운 거 못 먹는 맵찔이가 갈치살을 발라 양념장에 비벼 밥 2그릇을 먹는다. 먹느냐 사진을 찍을 여유조차 없다. 그렇게 배가 든든해서야 주차장에서 유채꽃과 사진 찍어주는 여유를 부린다.
그런 다음 바로 휴양림으로 갈 수는 없다. 우리에겐 <낚시>라는 아이템이 있으니.... "엄만 차에서 쉴게~ 낚시하고 와!"밤바람 추위에 체리는 아빠옷, 봉봉이는 누나 옷을 이쁘게 입고 그냥, 그저 좋다 낚시를 한다. 역시"올레~~~~~"우럭을 잡는다. 우리 가족, 아니 체리아빠가 우럭 마니아이다. 우럭이 최고 맛있다며, 여행지마다 바다만 있으면 낚싯대를 챙기고 우리를 숙소에 집어넣어놓고 밤에 사라진다. 매번 저렇게 잡아오는 걸로 회도 떠주고 매운탕, 생선튀김을 해주니 아이들까지 덩달아 낚시를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일 만들지 말고 그냥 사서 먹자고, 안 먹어도 된다 하며 잡아오면 열심히 제일 맛있게 먹는다.
늦게 <봉황산자연휴양림>에 온대신 아침 일찍 일어나 피톤치드 수혈을 한다. 산책코스를 돌며, 도착지가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길따라 걷는다. 햇살에 취해 나무사이로 흐르는 상쾌한 공기에 빠져 걷고 걷는다. 꼬질꼬질하지만 자연에 빠져 큰숨을 원없이 들이마신다.
그럼 다시 목욕재개와 꽃단장을 마치고 출발한다. 휴양림에 빠져 나오면서 경치 좋은 어느곳이든 멈춘다. 그리고 플래시를 켜댄다. 꼭 관광지나 명소가 아니여도 우리에게 좋아보이는 장소라면 멈추고 그 자체를 즐긴다. 바람을 느끼고, 꽃향기를 맡으며...
그러다 이제 재촉을 한다. <봉황산자연휴양림>은 여수 동남쪽 끝에 있어 여수시내와 거리가 있지만 드라이브와 자연을 좋아하는 우리에겐 휴양림이 아닌 곳에서 숙식을 하는 게 이상할 일이다.
숙소에서 윷놀이를 하며 두 팀으로 나누어 싸우다 삐지다 난리 부르스를 치고 일어나 아침부터 '또 달린다. 달려~ 진짜 오픈런을 위해....' 3시까지 하지만 대기손님이 많아 늦게 가면 줄을 설 수 조차 없다. 여수 맨 밑 끝자락에 있지만 여기를 다시 오더라도 게장오픈런은 참을 수 없다. 차 안에서 사과한쪽을 먹으며 한 시간 거리 50분에 찍으며 여수 초입에 있는 <싱싱게장마을>에 간다. 가면 제일 구석에 엄마, 아빠는 등을 지고 앉는다. 차마 게뜯는 몰골을 보일 수가 없다. '맘 편히 먹는 게 최고다 외치는 신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아이들은 뭣도 모르고 앉아 앞치마와 비닐장갑을 사수한다. 그리고 여분의 비닐장갑까지 챙긴다. 하두 요란스럽게 먹기에 찢어지고 흘러내려오고 팔목에도 묻히고 난리부르스이다. 누가 쫓아오는지 허겁지겁 열나게 먹어댄다. 진짜 봉봉이 이 눔의 스끼는 양념게장을 지는 몸통을 한두 입 깨물어 먹고 버린다. 바닷가출신 어무이는 그렇게 버려지는 것을 볼 수 없어 아들스끼가 먹다만 게장을 깔끔하게 오물거려 껍질만 싸악 모아 뺕는다. 그렇기에 엄마 앞엔 껍질만 산더미처럼 쌓이고 제일 많이 먹는 거로 보인다. 왔다 갔다 살피던 사장님은 엄마를 측은히 보시고 "더 갖다 드릴까요?" 친절을 베푸신다. 고마운데 진짜 민망하다. "전 몸퉁빼고 다리만 먹은 거예요~" 그리고 아이들이 매운 거를 흡입하는 거를 보시며, 흐뭇하게 보시고 참 대단하다 싶으시면서 '집에서 좀 먹이지 싶으실 거다.' '죄송해요~ 애들이 집에서 한 게장은 안 먹어요. 제가 실력 좀 더 키워볼게요. 진심으로 죄송해요.' 그리고 게장 2번 리필에 조기조림, 생선구이 된장국까지 빠악빡 긁어먹고 나머지 누룽지까지 원샷을 한다.
그럼 입을 커피로 헹구며 입구에 있는 건어물 한주먹을 주워와 먹다 맛있어 건너편집 건어물집에 가 쇼핑을 한다. '비린맛은 비린맛으로 헹구는 게 철칙 아닌가?' 그럼 <싱싱게장마을>과 가까운 <유월드루지테마파크>에 간다. 이것도 오픈런을 해야 많이 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