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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Mar 12. 2024

벚꽃 보며, 포항스페이스워크

고소공포증 있어도 꼭 가보기

  2년 전 코로나로 중지됐던 학교생활을 이제 좀 하려나 할 때 활동성 있는 아들을 시작으로 할머니댁으로 피신시킨 딸도 결국 걸리고 온 가족이 대열차게 코로나로 고생하고 방 문고리며 그릇을 삶고 소독하며 청소하다 지치던 시간들이 있었다. 동물원도 아니고 마스크를 쓰고서 베란다에서 면회를 하며 사식을 넣어주던 한때...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저 또한 많은 추억으로 남겨진다. 불쌍하다며 사준 자기 키만 한 인형들을 붙잡고 장난을 치면서 생사확인을 했었더랬다.

드디어 코로나 격리가 끝나고 몸이 살아나니 답답했던 마음에 봄맞이 벚꽃을 보러 포항까지 달려갔었다. 달리고 달려도 끝이 없던 도착지, 다들 자연으로 나와 봄바람을 맞이했던 그때가 벌써... 그때의 봄바람은 유난히 매서웠고 또 사람이 한적한 곳에서는 더 상쾌하고 깨끗한 공기, 산소흡입을 하며 즐겼었다.

역경에도 고난에도
봄은 오고 꽃은 피더라~

    장거리를 변함없이 자고 자다가도 지칠 때쯤 도착하니 저녁이 되어 더 서늘해진 해풍으로 몸을 움츠려 들게 하지만 마음은 설레고 아지랑이가 피어오듯 마음의 설렘이 퐁퐁 샘솟는다. 하지만 너무 춥고 몸이 천근만근 무겁다. 도착하자마자 들른 <영일대해수욕장>은 번화가 같았다. 터미널도 바로 뒤쪽에 있고 여러 상가, 점포들이 줄지어 여기서만 먹고 놀아도 오케이 될 정도로 큰 도시였다.

몸이 슬슬 풀리니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까지 걸어본다. 꽤 긴 거리이지만 바다가운데 있는 누각은 영화로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들은 또다시 걷기 힘들다 투덜거리지만 굳이 모래를 밟으며 오히려 빨리 오라 재촉한다. 잠수함을 탔는지 배를 탔는지 이상모를 기분이 들지만 바다 한가운데 정자에 서있는 기분은 또 색달랐다. 예전에도 느껴본 듯한 익숙한 기분(?) 내가 신라... ㅎㅎ 그냥 혼자 웃어본다.

  그럼 멀리서도 영롱하게 비추던 <스페이스워크>로 올라가 본다. 가는 길에 배고픔에 회오리감자 하나씩 먹어주고, 미끼를 투척했으니 언덕길을 올라가 본다. 부쩍 체력이 떨어졌는지 엉금엉금 기어간다. 그래도 멀리 보이는 목적지가 있으니 낑낑대며 걷다 벚꽃에 취해 로맨틱한 감성에 빠져본다. 떨어지는 벚꽃 잎을 잡으며, 바닥에 떨구어진 벚꽃 잎을 찾다, 발꿈치를 들어 꽃을 따보려는 안간힘도 벌여본다.

 벚꽃은 우리 예쁘게 눈으로 담자

역시 포항시라 했던가 포스코의 도시를 알리는 남다른 스케일이 압도하게 된다. "우와~~~" 영일만해수욕장에서도 사람들 올라가는 게 개미처럼 보일 정도로 압도했던 곳인데 가까이 보니 또 한 번 놀라게 멋지다. 거기에 노을과 함께 조명이 켜져 말로 표현이 다 안된다. 엄마는 입구 몇 걸음 걸어보고 중단을 선포한다. 뭣도 모르고 아빠의 서슴지 않는 모습에 두 아이는 멍하니 아무생각없이 따라간다.

서슴지 않고 막 뛰어가는 신랑과 순간 얼음이 되어 조심조심 세상조신한 새색시가 되어 아빠의 손을 꽉 쥐고 몸을 숙여 포복이라도 하듯이 뒤뚱뒤뚱 걸어간다. 그마저도 대견스럽다. 바람까지 불어 중간에 내려오는 사람이 허다하지만 혼자 돌아올 수 없기에 아빠를 의지하고 마지못해 따라가는 뒷모습이 귀엽도 대단하다.

조금씩 걷다 안 되겠는지 거의 다 가서 중도포기를 하고 아이들끼리 둘이 서로 의지하고 내려온다. 아빠는 반대편라인까지 그냥 뛰어간다. 날다람쥐가 되어 아주 세상물 만난 고기가 된듯하다. '아이들은 다 겁 많은 엄마를 닮았나 보다.'

  해 질 무렵 노을과 조명이 더해진 <스페이스워크>는 금상첨화이다. 인간의 조형물과 자연물의 만남 그 자체였다. 신비하고 황홀할 수밖에 없는 자태였다. "엄마 무서워했다"가 금세 신이 나 날개 단 듯 신이 난 아이들의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엄마는 못 갔지만 다녀온
너희들의 용기에 박수를...
짝짝 짝짝~

기분이 확실히 좋은듯하다. 왜냐 둘 사이가 다정다감하다. '흔치 않은 투샷~ 그래 이만하면 오늘은 충분했어!'

그리고 우리의 숙소인 <비학산자연휴양림>에 들어온다. 아침은 언제나 산책타임, 아직 핀 목련을 바라보며 목련 풍선을 만들고 놀기에 한참이다. 이렇게 하얗고 예쁜 목련이 질 때는 검붉은 갈색이 되어 시드는 모습이 영 별루이다. 화사하고 예쁘게 불사르다 지고 마는 엄마의 모습 같다. 그래서 괜히 목련을 보고 반가웠다 마음 한구석 짠해진다.

유난히 <비학산자연휴양림>의 전경이 시골동네 같으면서도 아기자기 너무 예쁘다. 개구리알 무더기도 보고, 들판에 꽃망울 진 꽃들이며 개울을 건너는 소소한 재미도 누리며 여유롭다면 이런 동네에서 한 번쯤 살고픈 생각도 들며,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꿈속 같은 느낌이 너무 재밌어진다.  

우린 그러다 자연휴양림 구석구석을 탐방하기 시작했는데 이게 뭐양??? 캠핑하고 싶게 만드는 글램핑장이다. 동물모양의 모형에 청소하시는 틈에 속을 살짝 둘러보니 2층침대에 우와~ 아주 말끔하고 쌈빡하게 되어있다. 어느새 소녀가 되어 감성에 빠져 헤어 나오질 못한다.


저런 데서 한번 자보고 싶다.
여기 너무 좋다. 너무 좋아~

지나가는 길 <수목원>에 살짝 들려 봄의 녹음을 한번 더 즐겨본다. 벚꽃에 취해 산수유에 취해~ 봄은 왠지 기분 좋아지는 생명의 기운이 있다.

희망의 소식, 기쁨, 생명

그럼 아무도 안 찍어주니 우리끼리 벤치에 세워놓고 찰칵! 작품을 남겨본다. '사진 찍었다! 이제 집에 가자~~~~ 봄여행 인증샷 남겼으니 이제 됐다 아이가~'  매번 애들 사진, 아니면 세명의 사진뿐이지만 신랑과 완전체로 찍으니 아주 뿌듯하다. 그럼 집에 갈 만도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여정이 있기에 차로 달린다.


  포항 <이가리닻전망대> 솔밭을 지나 들어가는 길부터 전경이 예술이다. '이 동네는 다리, 데크를 잘해놨네... 아주 절경이야 절경! '

학교 안 가고 여행을 왔으니 당연히 즐겁겠지만 바다와 산을 보면 순수해지고 맑아지고 어느새 어깨춤을 추고 있는 아이들이 보인다. 핸드폰이 좋고 게임을 못해 안절부절하지만 어느새 포기하고 그 순간을 즐기고 빠져든다.

 자연이 가장 아름답고 신비롭고 경이롭다.
바다색깔도 날씨에 따라,
바람에 따라 색이 매번 다르다.
하늘도 구름에 따라 햇볕에 따라
맑음이 조금씩 다르다.

그러다 바다생물이라도 보면 그걸 잡아보겠다고 온갖 돌을 다 뒤집으며 헐크가 되는 끈기를 보여주는 봉봉이, 비실비실 순살치킨인데 이런 거에는 열정이 샘솟는다.

그러다 돌사이 틈에 카메라를 거꾸로 꽂으며 작품사진을 찍어보기로 한다. "와우~ 완전 맘에 든다. 너무 믓쪄~ 우리 신랑 짱이다!!!!" 하기가 무섭게 튀르키예에 가서 거금 70만 원을 주고 산 가죽재킷에 스크래치를 입었다.


오 마이 갓~~~~  안돼!!!
하지만 이미 망했다.
아우~ 할 수 없지 그래도 양면이니 앞으로는 뒤집어 입는 걸로....
우리 신랑 100세까지 입어야 하는데 망했어~~~

포항이야기 2탄은 요기로~

https://brunch.co.kr/@cherrybbong/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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