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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봉봉 Mar 19. 2024

포항과 부산의 사이, 그리고 봄

호미곶과 국립부산과학관

https://brunch.co.kr/@cherrybbong/103

포항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곤륜산 활공장> 안내판을 본다. 그러면 그때서야 검색을 해본다. "가볼까?" 이마트 24시에 주차를 하고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먹으며 올라간다. "왜냐고?" 이건 미리 약을 쳐야 한다. 등산코스이기 때문이다. 당연지사 "금방 간데...." "저기 커브만 꺾으면 도착인가 봐~" "다 왔어 다 왔어~"를 백만 번쯤 하며 어르고 달래 올라간다. 생각보다 가파르고 꾸불꾸불 경사길이다. '사실 엄마 아빠도 몰라~ 왜냐 안 가봤으니까! 좋다 하니까 가보는 거야~' 날은 엄청 좋은데 그보다 바람이 더 불고, 가파른 언덕길은 외투를 벗게 하는 해님의 친구인듯하다. 찡찡대는 체리와 봉봉, "진짜 다 왔다!""빨리 가자~" 올라가니 진짜 좋긴 좋다. 다들 삼각대를 설치하고 인증샷 찍기 바쁘다. 서로 찍어달라는 눈치 없이, 각자 인스타 감성으로 벤치도 들고 와서 앉아 찍고, 돗자리를 깔고 소품을 꺼내 감수성 있는 인증샷, 점프하며 여기저기 셔터 누르는 소리만 들릴뿐이다. 서로 민망하기에 모르는 척하자는 암묵적인 분위기...  지금 인조잔디 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동참하니 공감대 형성한 걸로...

'경치는 진짜 좋다. 이러니까 가파를 수밖에 없지.... 진짜 힘들었다. 하지만 힘든 만큼 멋지다. 안 왔으면 후회할 뻔.....' 그럼 우리도 동참해 본다. 힐긋거리며 다른 사람, 사진 찍는 포즈를 흉내 내며 은근슬쩍 따라 해 본다. 그러다 삼각대 없으니 그냥 바닥에.... 인조잔디가 메인이야??? 하지만 우리 가족샷이니까 그걸로 만족해 본다.

ㅎㅎ 조아써!!!

그럼 이제 지친 아이들 <패러글라이딩>은 몸무게 좀 늘리고 진짜 함 타보기로 약속하고 포토존 찰칵 만 해본다.

패러글라이딩은 겁쟁이 엄마 버킷리스트야!
언제 진짜 한번 해보자~
무서운데 한 번은 진짜 해보고 싶다!

그럼 또다시 떠난다. <스페이스워크><호미곶>을 가봐야 포항을 갔다 왔다 인증이 되니 구석 끝 한 시간이나 걸리지만 굳이 달려본다. 진짜 머네.... 아쉽게도 구룡포 <과메기 박물관>은 휴관이다. 지역 박물관 투어의 맛이 있는데... 아쉽지만 뭐 또 오면 되지.... <호미곶>으로 간다. 해맞이의 명소, 사람들이 북적인다. '상생의 손'을 찍고 싶은데 사람들이 다 걸린다. 그리고 오후가 돼서 그런지 바닷바람이 매섭다. 칼로 베이는 듯한 바람이 너무 날카롭다.

그럼 바람에 춥지만 새우깡과 쥐포를 산다. 쥐포가 바닷바람에 제대로 구워지지 않아 비린 맛이 생생하다. 미역이 좋아 보였는데 살걸 그랬나 고민 백만 번이었지만 참고 비싼 새우깡을 들고 거닐어본다. 슬슬 새우깡의 주인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많이 먹어본 스킬을 보이는 갈매기들... 춥지도 않은지 새우깡을 향해 돌진한다.

갈매기에 추위도 밀어내고 신이 나는 체리와 봉봉이다. 팔을 있는 힘껏 뻗어보지만, 갈매기도 그냥 지나가버린다. 그럼 비로소 아빠의 힘, 전완근을 뽐내며 아들내미를 들어 올린다. 딸바보지만 그래도 아빤 아빤가보다~ 아빠의 마음을 알아줬는지 갈매기가 맡겨놓은 새우깡 찾아간다.

그럼 따님, 체리양도 번쩍~ 체리는 하고 싶지만 갈매기도 무섭다. 그럼 딸바보 아빠는 있는 힘을 다해 더 번쩍 올려본다. "손 뻗어 뻗어~~~" 다행히 성공이다. "2번 갈매기님이 새우깡을 찾아가셨습니다." 이걸 두세 번 반복해야 끝이 난다. 새우깡이 동이 나고 아빠의 전완근이 터질 거 같아 후들후들해질 쯔음이 되면 마무리된다. 이럴 땐 또 근육 있는 남자가 짱이긴 하다. "신랑 최고야!" 덕분에 엄마는 남일 보듯 구경만 해도 된다.

<등대박물관>을 가볼까 했지만 추위에 지친 아이들은 그냥 귀찮다. 휴관이면 아쉽고, 갈까 싶으면 망설여지고 지나가게되는게 참 아이러니하다. 제법 크고 좋아 보이는데 추워서 그냥 다 싫다. 얼어붙은 몸을 가누며 더 춥고, 멀어 보이는 유채꽃밭을 쫓아가본다. 가다 얻어걸린 <인생 네 컷>, 집 앞에도 있는 인생 네 컷을 300km 떨어진 동쪽 끝 포항 <호미곶>에서 찍어본다. "이게 다 추억이지~" 요리조리 돌려가며 추억을 담아본다. 추위에 감기기운에 몸이 부실하고 상태가 안 좋지만 그냥 가족이 함께하기에 행복하다~

유채꽃, 노란색이 너무 상큼하다. 바람이 불어 너~~~~ 무 춥지만 사진 찍을 때만큼은 안 추운 척 참아본다. "안 춥다~ 안 춥다~ 아~ 너무 좋다!"

그러면 <달음산 자연휴양림>에 입성한다. 들어가는 입구 수레부터 뭔가 콘도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뭔가 세련되고 좋은 느낌~ 오늘은 늦었으니 낼 꼭 둘러봐야겠어!!!'

저녁에는 숙소에서 자기 바빴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이런 전경이 펼쳐질 줄은 몰랐다. 날이 너무 좋았고, 넓은 잔디밭에 여러 조형물은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는 앨리스가 된 느낌이었다. 더 느끼고 싶었다. 그냥 잔디밭에 누워 광합성을 하며 즐기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에겐 <국립부산과학관> 예약된 일정이 있었다. 가까운 과천과학관도 안 가고 부산과학관으로 간다. 한창 부산 롯데월드 개장으로 그 동네가 아주 근사하고 말끔했다. 역과 가깝고 도로정비부터 남달랐던 입구, 우린 "우~와" "우~와~~~~" 감탄사만 연발하고 과학관에 들어간다.

과학관은 조용했다. 평일 오전이라 <천체관측소>, <천체투영관>에 오로지 우리만 있었다. 바글바글하지 않고 너~~~~ 무 여유롭고 좋았다. 투영관이 관람, 상영이 끝나고 관측소에 가서 박사님의 설명을 듣는데... 우리 넷뿐이었다. "야~~~~호!" 1대 1 교육을 받는 듯, 줄 서고 기다리고 애간장이 타지 않고 오로지 모든 것을 만끽할 수 있었다. 체리와 봉봉이의 세상이었다. '조용히 해라! 뛰지 말아라! 기다려라~ 좀 참아라!' 단속할 필요 없이 자유분방하게 다닐 수 있는 것이 너무 좋았다. 박사님도 두 아이를 배려하며 이것저것 열심히 설명해 주고 별키링도 선물해 주며 호기심자극, 만족도 뽐뿌였다.


아이들이 보러 왔지만 엄마, 아빠도 어렸을 때 못 봤다며 진심으로 관측했다. 이게 어마어마하게 비싼 <태양플레어 망원경>이란다. 태양을 관측한다 하지만 노란 점으로밖에 안보 이것만, 우리끼리이기에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고 두들겨보았다. 그 안에 까만 점들, 흑점도 볼 수 있었다.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촌스럽고, 무식하지만 아무튼 망원경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게 이것저것으로 관측하는 시간들이 천체과학자라도 된 듯 하였다. 뭘 보긴 보는지 보려고 안간힘 쓰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엄마로서 뿌듯했다. 이러다 우리 체리와 봉봉 과학자 되는 건 아닌가? 하는 착각도 해가며 흐뭇한 미소만 지어본다.

  

그럼 이제 <상설전시관>, <어린이 과학관>에 가서 맘 편히 즐겨본다. <다이나믹 슬라이드>도 체리와 봉봉이가 전세 냈다. 지치지도 않는지 5번은 넘게 탔다. 그나마 점심시간이라 스탑된 것이다. 엄마 아빠만 지친 맘 돈가스를 먹으며 가뿐히 마무리 지어본다. '나들이엔 돈가스가 진리라며...'

그럼 <놀이터>에서도 한바탕 놀다 <꼬마기차>까지 야무지게 탄다. 학교를 제끼고, 부산까지 즐기는 이 경험이 진짜 최고가 아니냐고 자부해 본다. 주말에 오는 것도 좋지만 과감하게 체험학습을 내고 평일에 자유롭고 여유롭게 노는 것이 아주 사치스러우면서도 좋다. '얼마나 하겠어! 고학년 되고 중등 가면 아무래도 어렵지....  이렇게 논게 2년 전인데, 체리가 6학년이니까 올해 더 빡세게 놀아보자! 1달 1번 무조건 체험학습 코~올? 이런 엄마 제정신이겠냐마는... 학교에서 앉아있다고만 공부가 아니니까! 즐길 수 있을 때 맘껏 즐기자! 놀 수 있을 때 열심히 놀자!!! 그래야 일을 더 열심히 하고, 공부도 더 열심히 할 수 있겠지?'

계획한 <블루라인, 해변열차>도 못타고,  부산은 입구까지만 갔다. "이제 집에 가자! 갈길이 멀다." 그리고 집에 가는데 굳이 길을 잘못 들어 해운대투어 드라이브를 해주는 센스쟁이 아빠이다. 거기에 일부러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 벚꽃터널을 보여주는 감성적인 아빠다. 결국 한 시간을 뒷걸음질 쳤지만 부산 한가운데를 찍고 왔으니 부산을 다 봤다며 집으로 향한다. 세미나와 교육으로 부산을 많이 오갔던 엄마, 아빠는 변두리가 더 좋다는 핑계를 붙이며 고고씽한다.

  우리 담에 또 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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