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나는 90년대생이다.
80년대는 태어나기도 전이고, 90년대는 겨우 기억해내는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그 시간을 그리워한다.
가본 적 없는 골목의 풍경이 낯설지 않고, 듣지 못했던 시절의 노래가 마음 한구석을 건드린다. 유재하, 김광진, 김광석, 이문세, 최호섭, 조정현, 김종서.. 그 시대의 노래를 좋아하며, 오래된 커피숍의 쇼파를 좋아한다.
알지 못하는 시간을 자꾸 그리워하는 건 '남아있는 것들'에 대한 사랑이려나..
세상은 빠르게 변한다. 건물은 허물어지고, 간판은 바뀌고, 사람들의 얼굴도 달라진다. 하지만 어딘가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낡은 나무 간판, 오래된 건물의 외벽, 누군가의 손때 묻은 일상의 흔적들처럼.
나는 그것들을 사랑한다.
그래서 시간을 내어 필름 카메라를 들고 아직 남아있는 것들을 담으러 다닌다. 디지털이 아닌 필름으로.
사진을 좋아하는 줄 알고 비싼 dslr 카메라도 구입해봤으나, 두어번 정도 만질 뿐이었다. 중고거래로 주인을 찾아주었고, 그때 깨달았다. 나는 그냥 사진이 아닌 지나간 것들과 남아있는 것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그래서 언젠가 사라질 풍경들을 천천히, 필름카메라로 기록한다.
이 작은 사진전은 그렇게 모은 시간을 담았다. 2026년 1월, 충무로역에서 시작해 중구를 10km 걸으며 담은 풍경들이다. 비록 2026년의 시간이지만, 귓속으로 퍼지는 8-90년대 노래 덕분에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비록 작은 사진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남겨야 할 것들'에 대한 작은 위안이 되길 바란다.
BGM. 세월이가면, 최호섭
사라지는 것들을 아쉬워할 줄 아는 사람.
남겨진 것들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고 싶다.
지금 흘러가고있는 이 젊음도
후회보단, 소중했던 시간으로 간직하고 싶다.
덕분에 무르익은 내가 더 가치있어졌다고.